요즘 시대에 공룡이라니 무슨 말이야
시라카나
“야… 카나미, 이거 봤냐?”
며칠 만에 말을 건 켄지로가 뜬금없이 들이민 것은 핸드폰 화면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말도 안 되는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카나미가 그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에 동영상은 벌써 5번째 재생되는 중이었다.
“공룡이야? 진짜 공룡? 무슨 영화도 아니고. 어디서 합성한 게 와전돼서 퍼진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다. 어느 시골 마을에 갑자기 공룡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갑자기 다른 어디도 아닌 센다이 시를 목표로 천천히 걸어온다니. 소설이었다면 개연성이 모자란다는 악평만 받고, 차라리 닌자를 등장시키라는 이야기가 돌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동영상으로 공룡의 이동을 생중계하는 모습이 연달아 나오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카나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냉랭했던 사이가 잠시 저물었다.
“공룡이 말이 되냐고….”
그 생물체가 무슨무슨사우루스로 추정된다는 말은, 처음에는 SNS 사용자들의 추측으로, 그리고 학자들의 확언을 거쳐서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제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거리는 어느 때보다도 붐볐다. 심지어 이른 등교 시간에조차. 동아리 시간에 둘은 간만에 눈이 마주쳤다. 카나미는 잠시 물 주던 것을 멈추고 바깥을 바라보다가, 배구부가 쉬는 시간에 켄지로에게 채팅을 보냈다.
「공룡 보러 갈래? 오늘 센다이 시에 진입한다는데. 구경꾼이 새벽부터 줄을 지었다며 여기저기 난리야.」
두 사람 사이에서 무언가를 제안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연습에 공부만으로도 바쁜데 보러 가긴 뭘 보러 가….’
「학교에서도 보이냐?」
경관은 좀 가리더라도, 학교 옥상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비슷한 생각을 한 학생들이 많았는지 빈 공간들은 금방 채워졌다. 안전 철조망 너머, 건물들 사이로 거대하고 묵직하며, 둔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몸통이 보였다. 순간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진짜 공룡이다. 서서히 움직일 때마다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멀찍이 들렸다. 누군가 뉴스를 스피커로 틀어 두었는지 서서히 도심지에 도착한다는, 격정에 찬 기자의 목소리가 중계되었다.
“너도 저거 보여?”
“그럼 보이지.”
켄지로는 공룡을 보자고 제안한 카나미보다 더 들뜬 모습으로 손가락을 들어, 등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구조물을 따라 그렸다. 그런데 공룡이 원래 저렇게 크던가. 사람보다는 확실히 클 텐데. 그런 이야기가 주변에서 오갔다. 그때 환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니, 처음부터 환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 없어진다!”
중계를 틀어 둔 학생이 먼저 외쳤다. 그 말에 다들 일어서서 까치발을 들었다. 형체가 빛나며 흐릿해지고, 꼭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쓰는 특수 효과처럼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는 황당함에 차서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아쉬워하며 한탄했다. 하지만 단 하나 사라지지 않는 사실이자 기억이 있었다. 온 지구의 사람들이 어떤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모아 집중했다는 것.
다음날 학교는 그야말로 분홍색 기류가 잔뜩 흘렀다. 서로 사이를 끝낸 줄로만 알았던 커플들이 재결합했다. 그건 요 며칠 평소보다 냉담했던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 오늘, 오늘 말이야. 학교 끝나고 파르페 먹으러 가자. 맛있는 데가 있대.”
이번에는 켄지로가 먼저 제안했다. 거의 일주일 내내 보였다가 허무하게 사라진 공룡 때문인지, 괜히 마음 한구석이 빈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건 대체 뭐였을까?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했다.
“먼 데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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