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리
외반
담벼락 뒤로 그림자 하나가 숨어들었다. 이반은 그를 눈치채고 숨소리도, 발소리도 죽였다. 그리고는 건물 사이의 좁은 틈을 타고 올라갔다. 그다음은 낙하다. 구름에 달이 가려진 타이밍에 미행자를 정확히 겨냥하여 덮쳤다. 프로답게 “나를 찾느냐”고 묻는,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반이 손을 맞부딪혀 흙먼지를 털고 있자,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벼운 목소리가 좌측에서 들려왔다.
“경고하러 왔는데 이미 처리하셨네요?”
이반은 그의 존재가 전혀 기껍지 않았다. 이제껏 외젠이 보여준 모습이라고는 평상시에 실없는 소리를 지껄이러 오거나, 지금처럼 모든 일이 끝난 뒤에 나타난 게 전부였다. 그래도 이런 인물을 파트너라고 붙여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외젠은 이반이 할 줄 모르는, 또는 잘 못 하는 일을 도맡았다. 특히 사람을 면 대 면으로 마주하는 것.
“온 김에 이자나 데려가지 그러나. 자네도, 그 협잡꾼 같은 인간도 들어야 할 말이 많을 텐데.”
“딱 봐도 그러려고 온 것이지 않습니까? 저도 일이 뭔지는 압니다. 제 앞으로 넘겨지는 것들은 더욱이.”
외젠이 쓰러진 자를 한쪽 어깨로 둘러업었다. 사람이었던 형상은 순식간에 적당한 크기의 마대로 변했다. 옷매무새 정리를 끝낸 이반이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 꺼냈다. 매번 품던 의문 중 하나였다.
“꼭 그런 모양이어야만 하나?”
꼭 물건으로 취급하는 것만 같군. 그런 말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어깨를 으쓱이는 동작에 심드렁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럼, 뭐, 평범하게 생긴 가방을 이렇게 들쳐메고 갈까요? 안 수상하다고는 못 하겠고, 이게 제일 덜 수상합니다.”
자세를 다잡은 외젠은 고갯짓으로 길을 제시했다. 이반은 더 토를 달지 않았다. 보폭도 리듬도 전혀 다른 두 종류의 발소리가 고요한 골목을 덮었다. 말소리는 완전히 멈추었다가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짤막하게, 그리고 작게 울렸다.
”몸조심하게.“
”그쪽도요.“
두 사람은 현장으로부터 세 블록 떨어진 골목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다음 만남이 언제, 어떤 형태가 될지 전혀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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