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에시노] 절대 불가침 영역

귀멸의 칼날 나비자매

공간 by 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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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만큼 언니도 나를 좋아해주면 안될까?

메세지를 몇 번이나 썼다가 지운다. 결국 이 문자는 언니에게 전해지지 않을거다. 무의미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정말 못버틸거 같아서.

코쵸 카나에.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지만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 난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

*

카페에서 한 여학생이 깊은 한숨을 푹 쉰다. 코쵸 시노부, 18세. 학교에서는 얌전한 우등생인 그녀가 답지않게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분노하고 있다. 그것도 sns에 올라온 자신의 언니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그때 언니한테 접근해온 사람을 내가 찢어 죽였어야 했다.

몇 번이고 사진을 들여다보고, 휴대폰을 내려놨다가, 다시 행복해하는 언니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무의미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 나도 알지만... 그 남자가 정말로 언니를 행복하게 해줘? 나보다? 몇 번이고 생각했던 말을 진짜로 언니에게 전할 용기는 없다. 게다가 사진속의 언니는 언제나 나에게 표정으로 대답을 해준다. '난 지금 행복해' 하고.

나한테는 언니밖에 없었는데.

그런 여동생을 집착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나에는 옆 머리를 정리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와 시노부 앞에 앉았다. 오늘 시노부는 카나에에게 남자친구와 이별하는 건 어떻냐고 말할생각이다.

아무 이유없이 헤어지라고 하는 게 아니다. 언니의 남자친구의 외모는 그나마 봐줄만하긴 한데 자기 여자 동기들이랑 너무 많이 놀았다. 이 사람, 친구중에 남자는 없어?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여러 여자동기들과 사진을 찍고 함께 밥을 먹었다. 그래 내가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쳐. 근데 저번에 언니를 울렸던 건 진짜 못참겠다. 언니가 만난 남자들 중에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다. 싹 다 미친새끼, 바람둥이... 자신의 친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말 할말은 아니지만, 너무 억울했다.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좋다." 카나에가 활짝 웃으며 시노부의 손을 어루만졌다.

"나도 좋아. 요즘 어떻게 지냈어?"

"언니? 언니는 언제나 똑같이 지냈지, 아. 저번주에 남자친구랑 바다 갔다왔어! 사진 보여줄까?"

"응, 보여줘." 아까 카나에를 기다리면서 5번은 봤던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서 카나에가 주변에 맛있는 맛집이 많다고, 시노부랑도 가고 싶다고 했다. 응, 나도 언니랑 가고싶어. 단 둘이서. 시노부가 웃는 얼굴 뒤로 살기를 내뿜었다.

"오늘 집에서 자고가?" 시노부가 물었다.

"아마도. 아까 통화했는데 자고가기로 했어."

어제 방을 미리 치워둬서 다행이었다. 시노부는 어지르는 성격은 아니지만 언니가 오는 날에는 더욱 열심히 청소를 해뒀다.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여기서 말 해야한다.

"카나에 언니."

"응." 카나에가 빨대로 커피를 들이마셨다.

"나 언니를 사랑해."

"응? 나도 사랑해 시노부."

너무 긴장해서 말이 헛나왔다.

"언니, 남자친구랑 진짜로 잘지내?"

*

언니에게 사실을 다 이야기했다. 그 사람은 좀 아닌거같아. 언니는 처음에는 그 사람을 감싸주었다. 아니야, 직접 보면 더 좋은 사람이야 시노부. 하고. 그렇게 이번에도 실패할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카페에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들어오는 남자친구랑 언니가 눈이 마주쳤고, 진실은 들어났다. 언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너무 화가나 그때 내 앞에있던 물을 그놈 얼굴에 마구 뿌려댄 뒤 언니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왔다.

"시노부, 잠시만······"

달린 지 10분정도 되자 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어쨌든 나는, 그 상황에서 언니를 꺼내오고 싶었다. 그렇게 달리고 있자 언니가 날 멈추어 세웠다. 나랑 다르게 언니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많이 지친듯 했다.

"나는 왜 사람보는 눈이 없을까."

카나에가 몸을 벽에 기대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당황하는 시노부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잠시만 울겠다고 시노부의 몸을 끌어안고는 엉엉 울었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을 알아, 언니."

그사람은 다른사람을 사랑하지도 다른곳에 눈을 돌리지도 않아.

"흑, 누군데?"

"지금 언니 앞에 있는 사람."

"응?"

언니가 풉하고 웃었다. 나는 꽤 진심이었는데. 그리고 또 긴장해서 말이 헛나왔다. 조금 기분 풀어주려고, 장난이라도 좀 쳐주려고 했는데 실수로 진심을 이야기해버렸다.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장난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역시 언니는 시노부가 좋아."

카나에가 시노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살짝 아팠지만 기분좋은 아픔이다. 된다면 한번더 느끼고 싶은.

"시노부, 집 갈때 맛있는거 사갈까?" 내가 그런 말을 해도 언제나 언니는 언니인채로 남아주겠지. 깨지지 않는 이 관계를 유지하는 토대가 좋아. 언니의 상냥함을 사랑해······

"난 피자 먹고싶어." 시노부가 말했다.

돌아가자,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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