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타마

[하치라이] 사랑의 형태

닌타마 하치라이

공간 by 뇌락
19
0
0

※하치야 사부로 부모님(아버지)도 변장술사라는 츠도이를 보고 날조한 2차입니다. 

너희 집에는 왜 엄마가 두 명이 있으셔? 

사부로가 그 질문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변장을 가르쳐 주셨던 건.

나의 아버지는 변장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모습으로. 어머니, 아름다우신 어머니의 모습으로. 긴 생머리의 그 여자로.

인술학원을 나와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면 나란히 세워진 똑같은 신발 두 켤레와 그 사이에 있는 어렸을 적 자신의 신발이 날 반긴다. 햇빛이 조금 들어오는 집안엔 분내가 난다. 조금 들어가 살피면 남자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방, 나의 아버지의 방이 나온다. 

어여쁜 기모노의 마루문양 무늬가 나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이 장소. 어머니의 방이지만 어머니의 방이 아닌 이 장소. 어머니를 이루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버지의 방이기도 한 이 장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빼놓지 못할 이 장소. 아버지의 모든 것은 이 방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머니의 화려한 기모노, 학이 새겨져 있는 기모노를 들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 부모님께선 이 마을에 정착하셨을 때 부터 신기한 물건을 장터에 들고 가셔서, 사람들을 모으고, 그 사람들에게 물건을 판매했다. 파는 물건은 가면부터 시작해서… 어떨때는 남방의 옷을 판매 하셨다. 분명히 장터에 계실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화려한 천막 밑에 서있는 두 사람. 

난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든다.    

"저 왔어요." 

긴 머리의 여자 두 명이 동시에 날 돌아보고, 반갑게 맞아준다. 


아버지는 한 번도 나에게 변장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것은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아버지의 본모습. 변장을 푼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 엄마가 두명이냐는 질문을 받은 이유. 그 이유를 묻지 않는건 당연한 일에 포함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처럼 꼭 닮은 두 사람. 하지만 명확한 타인인 두 사람. 같은 피가 흐르지 않는 두 사람. 살아온 시간 중 공유한 시간이 더 짧은 두 사람. 하지만 누구보다 한 사람 같은 그 두 사람. 종이의 한 면에 물감을 칠하고 다른 면에 찍으면 나오는 그림처럼 아주 아주 똑닮은 두 사람. 

어느날 왜 너는 어머니가 두 명이냐는 질문을 받았던 날.

또래의 어떤 못생긴 남자아이는 날 비웃고, 다른 아이들에게 소문을 내기까지 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몇 대 때리고 싶었다. 사실, 때렸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따지듯 주먹을 쥐고 마음껏 후려갈겼다. 나는 못생긴 아이에게 끝없이 무언가를 물었고 다음 날 그 아이가 데려온 그 아이의 형에게 몇 대 더 맞아 코피가 흘렀다.

사실 나도 우리 가족이 이상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당연하지, 다른 가정을 보면 정상적인 남자와 정상적인 여자가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지 않은가. 

어느 제정신인 사람이 평생을 다른 사람의 모습을 살아가려 마음을 먹고, 행동할 수가 있겠는가? 나의 아버지는 그러하였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장하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주무실 때도, 목욕을 하러 들어가실 때도, 찰랑거리는 생머리는 절대로 다른 누군가에게 틈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걸 이상하게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진다. 나는 이상함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원망을 했느냐 물어본다면, 딱히. 못생긴 아이를 더 두들겨 패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낄 뿐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가 뭐가 이상한가. 제정신이냐 물어보면 망설이긴 하겠지만 부모님의 노력으로 난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다. 이사온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많은 남방 물건을 어디선가 구해왔고 그것은 마을 사람들의 유흥거리가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을에 섞일 수 있었다. 가끔 마을 사람들이 쌍둥이 처자 둘이서 애 키우려면 힘들겠다는 소리를 했다. 부모님은 웃어넘겼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듣고 온 날이면 둘이서 날 꼬옥 안고는 사랑한다고 중얼거렸다. 긴 생머리들이 앞 뒤로 붙어있으면 간질간질해서... 그만 안아달라는 소리가 금방 나온다. 그 말을 하는 시간이 좋았다. 이상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니까. 그들은 나를 사랑하니까.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아버지께 물었다.

"아버지는 왜 어머니의 모습으로 삶을 사시나요?"

내뱉어야 했던 말은 이쪽. 실제로는 더 어린아이다운 문장이었으나...

아버지는 가볍게 웃으시고 나를 향해 말했다.

"이것이 우리의 사랑의 형태란다."

사랑의 형태…

남과 똑같은 모습이 되는게 사랑의 형태라고? 

14살이 된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지 않은 아버지가 너무하다 느낀다. 하지만 사부로는 이제 안다. 아버지가 말했던 사랑의 형태는, 남의 모습이 되는 것은, 자신의모습을 포기하게되는 것은, 정말로 사랑의 증명이며,… 

그걸 넘는 사랑의 형태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난 라이조의 모습으로 지내게 된 지 벌써 몇 년이 넘었다. 복슬복슬. 보리가 익은 색. 금발보다는 칙칙하지만 햇빛과 만나면 금처럼 빛나는… 머리칼. 그 머리칼에 안심을 느끼게 된다. 

라이조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잖아, 나는 한 번도 내 모습을 보여준 적 없어. 너를 좋아하는 데도 말이야. 너에게 솔직하고 싶은데 말이야. 

사실 그거 알아? 내가 제일 솔직하게 있는 모습이 이 모습이야. 그러나 너는 그걸 알게 될까? 네가, 내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이 사랑의 형태를… 네가 아는 날이 올까? 물어봐주는 날이 올까? 내가, 내 어린시절 이야기들을… 너에게 꺼내게 되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해. 너에게 설명하고 있지 않아도… 너에게 내 모습을 증명해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해 .

당연하듯이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이기적인 마음 인 걸 알아… 하지만… 

하지만 난 너를 정말로 사랑하는걸. 너를 사랑해서 내 얼굴을 너로, 가장 사랑하는 너의 모습으로 바꾸고 살아가는걸. 

네가 되어버리는 걸 네가 부디 견디는 것이 아니길 바라는 내 마음을… 

라이조는 내 마음도 모르고 그냥 활짝 웃는다. 그러면 나도 덩달아 웃는다. 우리는 거울을 보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이 된 나. 

긴 생머리의 뒷모습이 찰랑찰랑, 검은 바다와 거친 파도.

세 명의 사람. 

거기서 한 명이 나가떨어진다. 

그것은 나. 

그리고 나는 내 긴 생머리를 가리고 

갈색의 곱슬머리로. 

사랑하는 너의 머리카락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너로 변한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추가태그
#순애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