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standard cherisher 8
따뜻한 만년설, 행복한 외로움, 소중한 환자.
잉게르의 세상에 새로운 단어들이 늘어났다.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마법을 향한 자만심만 있던 그 거만한 마법사의 세상이 넓어졌다.
심지어 오늘은 아침 일찍 부터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아닌 아침 식사라니!
아직 깨어날지 아닐지도 확실치 않은 환자를 위해, '혹시나' 를 대비 해서 식사를 준비한다니. 거만한 마법사의 삶에선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헌신이었다.
-.... 맛이 없나...?
따뜻한 부엌에서 열심히 끓인 닭고기 수프를 맛보던 잉게르는 표정을 구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그 냄비를 노려봤다. 맛이 있는지 없는 지를 알지 못해 혼자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어떻게 하는 지를 알아야 흉내라도 내볼텐데..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애매하게 완성된 수프의 뚜껑을 닫고 위층으로 올라 제 방에서 자고 있는 환자의 병세를 살피기로 했다.
본디 그 환자는 차가운 지하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야 하지만, 지하실에서 보관 중인 마법 재료들은 온도에 민감했기 때문에 함부로 온열 마법을 마냥 켜 둘 수 없었다. 결국 자신만의 공간과 지하실의 갖가지 비싼 재료들을 수 십 번 저울질 한 끝에 잉게르는 환자에게 따뜻한 제 방을 내어줬다.
-... 맥스~... 아직 못 일어났나요~
제 방 문을 열고 슬쩍 혼잣말을 하듯 물어보며 그이를 바라봤다.
... 아! 귀가 팔락 거리고 움직인다. 어어..? 눈이..?
-어.. 맥스..?!
내 목소리를 듣고, 귀를 꿈틀거리고, 눈을 조금씩.. 조금씩...
-.... 맥스..... 자, 잠시만요! 호흡 마법 줄여줄게요 잠시만요...!
잉게르는 맥스의 목 언저리에서 떠다니는 마력이 담긴 수정구와, 수정구에서 뻗어 나와 목에 묶여있는 얇은 실을 조금 풀어서 호흡 마법의 공급을 줄였다. 이제 조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겠지.
후, 하고 길게 숨을 내뱉은 맥스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고는 잉게르를 바라봤다.
-... 어, 얼마나... 잤어...
-한 사흘 정도요.. 회복하는데 이렇게 까지 오래 걸릴 부상은 아니었지만.. 제가 회복 마법의 전문가는 아니어서 말이에요...
-..... 그래?...
맥스는 멍한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올렸고,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아 고개를 아래로 내려 제 몸을 확인해보니 세상에! 팔다리가 사라져 있었다!
-이... 잉게르...... 나..... 왜...
-.... 맥스, 사고 나기 직전에... 기억나요?
-...... 사고?...... 아..
기억난다는 듯이 작은 탄식을 뱉은 맥스는 힘없이 고개를 돌려 잉게르만 바라봤다.
-...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죠.. 당신이 깨어나기만 기다린 걸요..
-... 다행이다..
-.. 그래도... 접합 수술을 하려면 당신이 충분히 회복해야 해요.. 그러니까, 잠시 동안만 그렇게 지내요... 충분히 건강해지면.. 그때 팔다리를 붙이기로 해요.
-...... 알았어...
-..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배고프지 않아요?
-.. 잘.. 모르겠어..
-.. 수프를 좀 끓였어요... 가져올게요.
-... 응..
잉게르는 저 이를 향해 미소 짓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방문을 닫고 나와 부엌으로 향하면서도 실실거리는 미소가 새어 나오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수프를 그릇에 담아 쟁반에 담고 다른 요깃거리를 챙기면서도 부디 이 수프가 입에 맞기를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이 놀라우리만치 즐거웠다. 이렇게 달라진 자신의 행동이 이상했지만, 기분이 괜찮았다.
-맥스, 이거 먹어봐요~ 입에 맞을진 모르겠지만.. 다 먹어주기예요?
-어..... 어... 알았어..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시 눈이 감길뻔한 맥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일어나 앉아보려 애썼다.
... 잠시만요, 일으켜줄게요..
잉게르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근처 책상에 올려놓고 맥스에게 다가갔다.
가벼워진 팔과 불안정한 다리로 어떻게든 앉아보려 낑낑거리는 이 녀석을 가볍게 앉혀주곤 배게를 등에 대준다. 편하지?
-... 고마워..
-.. 맥스, 기억은... 뭐 돌아온 거 없어요?
-.. 없는 거 같아..
-......
잉게르는 스스로가 어떤 기분인지 정의 내리지 못했다. 기분이 묘했다.
-.. 자, 배고프죠? 슬슬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 밥으로 힘을 내줘야 치료 마법도 잘 들 테니까.. 얼른 먹어요. 도와줄게요.
-... 맛있겠다...
잉게르는 맥스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쟁반을 제 무릎에 올리고 수프를 휘휘 저어 한 김 식히고 손이 없는 이 친구에게... 그래, “친구”에게 수프를 한입 떠 입가로 가져다줬다.
-자~ 안 뜨거워요~
-......
-.... 왜 안 먹어요? 배고픈 거 아니에요?
-아...... 아니야...
맥스는 어쩐지 굉장히 부끄러웠다. 한참을 머뭇거리며 귀만 펄럭이다가 마치 약이 먹기 싫은 개처럼 스푼의 끝만 살짝 핥았다. 너무 오래 머뭇거려서인지 차가웠었다.
-맥스.. 먹는 게 불편해요? 어디 안 좋은데 있어요? 말해줘 봐요..
-그... 그냥... 그릇을.. 바닥에... 놔주면 안 될까..?
-... 고개를 숙이면 아플 거예요.. 그냥 참고 받아 먹어요.. 환자는 마법사가 하는 말을 듣도록 하세요
-... 알... 았어...
-자, 식겠다.. 맛은 어때요?
-...... 맛있어..
이 닭고기 수프가 맛이 있건 없건 맥스에게 딱히 중요하진 않았다. 저의 기억 속 유일한 사람인 잉게르에게 어린이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어쩐지 갓 태어난 코촉촉 코볼트가 된 것 같은데.. 식사 같은 사소한 일에서 도움을 받는다니.
... 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더 싫어..!
-맛있어요?
-... 응...
-... 지금 제가 주는 대로 잘 받아먹는 것도... 잘 낫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드세요.. 당신은 지금 치료와 보조가 필요한 상태니까요..
-...... 응..!
잉게르의 말을 들은 맥스는 몇 초간 진지하게 생각한 듯 귀가 쫑긋거리더니 힘찬 대답을 뱉었다. ‘귀여워라..’ 잉게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프를 몇 번 더 휘휘 젓고 아~ 하고 맥스에게 수프를 먹여줬다. 이번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입으로 쏙. 하지만 너무 응석 부리지 않게 빠르게 꿀꺽. 여전히 맛있다.
한입씩, 한입씩.. 물도 마셔보고. 빵도 조금 먹어보고. 서로 눈도 마주쳐보고.. 의사선생님 이라고 한번 장난치듯 불러보고. 히히 장난스럽게 핀 미소로 어색함도 녹여본다.
-... 잘 먹었어...
-맛있었어요?
-응..! 진짜 맛있었어..
맥스는 눈에 힘을 주고 매우 그렇다고 온몸으로 주장했다. 잉게르는 그런 단호하고 당연하다는 얼굴을 보고 조금은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감을 얻었다. 점심 식사도 열심히 만들어서 즐거운 식사를 해야지..
-요리는.. 자주 하는 편이 아니어서 맛있을지 걱정이었는데.. 헤헤... 다행이에요~
-맛있었어!...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조금 미소 짓고 약간은 더 친한 친구가 됐다.
잉게르는 제 순간의 기분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실수로 기억을 잃어버린 “친구”에게 미안했다. 미안함이라는 감정은 너무 이상해서 얼른 이 기분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맥스의 기억을 돌려주고, 팔다리를 고쳐주고. 건강해진 상태의 이 사람에게 다시 요리를 해주고, 그때 다시 요리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었다.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겠나요?
-그.. 있잖아.. 갑자기 깨어났더니.. 아무 기억이 없었는데... 네가 있었고.... 그리고.. 이상한 동굴에 가면.. 뭔가 있지 않을까 했잖아.... 그래서.. 동굴로 갔는데 갑자기...... 응... 그것까지만 기억나..
-... 기억이 더 사라지진 않아서 다행이네요...
-... 헤헤... 이상하다.. 침대에서 깰 때마다.. 뭔가 잃어버리고 있어..
-더 잃어버리지 않게..조심해야죠..
-응...
맥스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사랑하는 친구와 대화하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 내가 기억을 되찾아도 이 즐거운 기분은 그대로 일까..?
-잉게르.. 나...
-네?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나는... 어... 너랑.. 얼마나... 친.. 했어..?
-음...... 친한 건... 뭐라고 할까.. 고용인이랑 피고용인 관계였죠~
-고.. 고용인..?
-네~.. 아, 이거 볼래요? 계약서 있어요. 이거 보면 좀 기억이 나려나~...
잉게르는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에 놔둔 계약서를 침대로 가져왔다. 저 이의 비문이 선명히 찍혀있는 계약서는 여전히 마법으로 보호 받고 있었다. 그냥 사인을 했다면 계약자가 기억을 잃는 순간 보호 마법은 기억 없는 맥스가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계약은 무효가 됐겠지만, 비문으로 찍은 건 계약자가 기억을 잃어도 여전히 동일인으로 취급한다는 거지..
-이거... 만져보세요
-어...?
-마법으로 보호 받는 계약이라.. 계약하는 순간이 담겨있어요.. 조금은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잉게르는 계약서를 맥스의 짧둥한 팔에 가져다 댔고, 맥스는 팔을 들어 계약서를 툭 건드려봤다. 그러자 이상한 기분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저와 잉게르가 장난 치는 듯한 가벼운 기분으로 투닥 거리며 이런저런 근로 계약서를 쓰고, 종이에 써있는 글자라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글자에 대해서 잉게르가 무어라 혼자 중얼중얼 거리고, 코에 잉크를 묻혀 비문을 찍었다.
정말로 이상한 것은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는 동안 맥스는 지독히도 세상에 권태적이고 귀찮았었고, 스스로가 가득 찬 인간이었다. 잉게르를 만나 아주 조금 즐거운 일이 시작될 것 같았고, 정말로 꽤나 좋을 일이 생겼었다. 지금의 스스로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이게 내가 기억을 잃기 전의 모습일까?
-...
-..어때요..? 그때 기억이 나요?
-..... 이상한.... 기분이야..
-그래요..?
-.. ...내가... ..내가..맞는데... ..나랑... 전혀 다른 거 같아...
-좀.. 이상한 기분이겠네요... ..그게 당신이였어요..... 어때요..?
-.. 기억이 돌아오면.. 난... 계속 그런 기분으로.. 사는 건가..?
-... 어땠길래 그래요..
잉게르는 어쩐지 자신 없어 보이는 맥스가 걱정스러웠다. 왜? 나는 네 기억이 너무 너무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기분이 별로 였어..... 아니.. 그때.. 아니.. 기억을.. 잃기 전에는...... 많이..... 모든 게 피곤하고... 귀찮고... 그랬어.. 음.. 그랬.. 던 거 같아... 너랑.. 계약을 하면서... 조금은... 신기한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는데... 응... 그런데... 만약에.. 내가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나한테... 많이... 실망스러우면... 어떡하지...?
-... 다들.. 자기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안고 살아가는 걸요..
잉게르는 맥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한 것이 실망스러웠다. 그이를 이용 해 먹으려는 생각만 했던 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일어난 문제는 해결하려고 노력해본다. 당신도 그렇게 살아가 주길.
-... 저도, 당신한테 좀 더... 조금.. 멀쩡한.. 방법으로.. 다가갈걸..... 그런 후회가 들거든요...
-.. 나한테 어떻게.. 다가왔는데?
-.. 지금.. 말해 줄까요?
-왜.. 왜 그렇게 말해.. 무서워...
지금 맥스의 세계에는 잉게르 밖에 없었다. 지금 잉게르가 흔들린다면, 맥스의 세계가 흔들린다. 부디 잉게르가 저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길 바라고 있지만.. 잉게르는.
-.. 저는.... 당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어요..... 기억을 잃기 전의 당신에게 했던 거짓말들... 모든 걸 다 밝히고..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 맥스..
-... 지금처럼 이대로... 친구 하면.. 안돼..?
-... 맥스.. 예전 기억들을 찾고 싶지 않아요?
-... 내가... 내 기대보다.... 별로인.. 사람이면...
-아니에요 맥스.. 걱정 말아요... ..제가 분명히 알아요... 걱정 안 해도 돼요...
-....
-..절 믿어주세요.. 당신을 못 믿겠으면, 당신이 믿는 절 믿어보세요. 맥스 당신은.. 멋지고 강한 사람이에요.
-..... 그러면...... 그렇게.. 무섭게.. 분위기 잡지 말고 말해줘...... 무섭단 말이야...
-아.... 헤헤... 알겠어요..
잉게르는 조금 유해진 맥스의 행동에 안심하고 자리를 잡았다. 쿠션을 잔뜩 모아 등을 기대고 있는 맥스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침대에 앉았다. 자리가 푹 꺼지면서 맥스가 기우뚱 움직였다. 그것조차 좋은 듯 맥스는 잉게르를 보고 웃었다.
-맥스 전... 저는 말이죠.. 제가 살고 있던 집을 나와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혼자, 마법을 연구하면서 살고 있어요...
-우와.. 멋지다~ 잉게르, 마법사구나?
-헤헤.. 그냥 마법사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멋진 마법사예요..... 하지만..
-하지만.. 왜..?
-전 말이죠.....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보이는 걸 싫어해요..... 엄마 아빠도 동생들도 유모도.. 우리 마을 사람들도 전부..... 절 몰랐으면.. 절 기억 못 했으면... 싶어서..... 그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어요...
-... 뭐..?
-... 지웠어요 맥스..... 전 기억 조작 마법의 전문가예요...
-....
-.. 알아요, 당신의 기억이 사라진 것도 혹시나 제 탓일까 걱정하고 있죠?
-그...!....
맥스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정말로 한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 조금은.. 제 탓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더 많은 잘못을 했어요...... 그걸 숨기진 않을게요...... 끝까지... 들어 주실래요...?
-..... 응..
잉게르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기억과 관련된 마법은 모조리 섭렵한 잉게르니까
제 기억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쯤은 쉬웠다. 어릴 적 숨겨진 마법서를 발견한 것. 그래 내 시작은 거기서부터 인 것 같아. 그때의 기억.. 마을 사람들이랑 가족들이랑 유모의 기억을 하나하나 지우고, 마을을 떠난 기억.. 이리저리 떠돌면서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 은인 인 척, 친구 인 척, 가족 인 척.. 돈을 빌리고, 보석을 훔치고, 비싼 물건을 받아가고.. 이 별장의 주인의 기억을 조작해서, 이 별장이 있는지도 모르게 만들어버린 기억..
... 여느 날처럼 순진한 피해자가 될 예정이었던 당신을 동굴 깊은 곳으로 유인해서.. 동굴 천장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그렇게 당신을..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당신은 내 파괴적인 이기심을 멈춰버렸다. 그 후로 몇 번인가 삐걱거렸지만, 난 결국..
-...
-... 전... 당신에게... 사기를 치고, 돈을 훔치려고 접근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당신을..
다양한 기억들 속에서 맥스는 잉게르였다.
다양한 기억들을 읽으며 맥스는 잉게르가 느꼈던 감정들을 함께 느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내 곁에 있었구나. 이렇게 많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없이 있었구나.
맥스는 이루어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맥스는 새장같이 좁게 느껴지는 집을 탈출하고 싶었다. 마법을 알아버린 이상.. 이 세상은 두 배, 세 배 넓어졌는데. 이 작은 마을 안에서 사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 좁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마법을 이해 시키는 것 은 불가능했다. 가능한 것은 단 하나. 이들에게서 완전히 도망치는 것.
-... 잉게르..
-... 미안해요 맥스.
-나를... 벗겨 먹으려고 했어?
-무슨 말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에요..
-지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네...
-... 네..
-헤헤... 나도... 얼른 내 기억... 찾고 싶다...
-!!...
-나도.. 정말 이상한.. 사람이겠지..?
-...... 그럼요...
-잉게르.... 너도.. 이상해.... 나도.. 너한테 지지 않게.. 이상한 사람이면 좋겠어..... 그러면 너랑 친구 하기 좋겠지..?
-....... 네..... 헤헤.. 저 이상해요... 당신도.. 얼른 건강해져서.. 기억 찾고.. 저만큼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거...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둘은 미소 지었고, 잉게르는 맥스의 뭉툭하게 잘린 팔을 가볍게 진찰했다. 붉게 부어오른 것은 가라앉고 고름은 모두 빠져나왔다. 슬슬 접합 마법을 준비해도 될 것 같았다.
-... 내일... 아니다, 모레 쯤 이면.. 팔부터 붙여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쓰는 손.. 먼저 붙인 다음에.. 경과를 지켜보고... 그다음부터 다리를 붙이면서..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해 봐요..
-... 응...
-.. 밥 많이 먹고.. 건강해져야 해요?
-알았어...
맥스는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듯이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 왜 그래요?
-... 나.. 화장실...
-아..
잉게르는 잠시 턱을 짚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옷을 쌓아두는 상자 속에서 저가 가진 옷 중 가장 작은 것을 골라 맥스에게 입혀줬다.
-자.. 화장실 데려다 줄게요. 가서 일 다 보면 말해요
-... 응...
맥스는 인형처럼 스윽 들어 올려져서 얌전히 방을 나왔다.
제 몸에 묶여있는 실들이 마법 수정과 연결되어 둥실둥실 저를 따라다녔다. 잉게르의 집은 모든 게 신기했다. 맥스는 잉게르의 품에 안겨 화장실로 내려가는 그 짧은 순간, 잉게르가 마치 세상에서 제일 멋진 마법사라도 되는듯한 얼굴로 그 이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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