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화림
순이와 하교도 따로 했다. 뒤에서 바쁘게 따라오는 순이를 애써 무시하려고 그는 노력이었다. 피아노를 칠 때 얼쩡거리는 것도 보기가 싫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순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매번 조금씩 다가와 곁에 머무르려 했고, 그 모습은 앨리스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는 장난감 상자에서 비행기 모형을 다시 꺼내었다. 순이에게 던
가을이 깊어가는 테네시 주의 낮은 한적도하다. 집 앞 단풍나무는 온통 붉어지다가 잎이 떨어졌다. 아침공기는 맑고 한결 숨쉬기가 좋아졌다. 집 앞을 쓰는 것은 자신의 일이라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알콩달콩 싸움을 해대는것을 보면, “으엑—!”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면서 보기가 퍽 나쁜 것은 아니었다. "순이, 이거 봐." 앨리스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호
그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싶었을 뿐일까, 아니면 순이와 함께 이해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순이와 교감하고 싶었다. 닿고 싶었다. 동시에 두려웠다. 알은 세계이다. 이미 알을 깨고 나왔나? 그리고 흰자와 노른자를 쪼아먹으려고 하는 것일까? 문득 순이가 고향 노래를 부르며 울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낯선 발음과 알 수 없던 언어들. skdml t
며칠이 흘렀다. 앨리스는 피아노를 치며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순이는 여전히 조용히 집안에 머물렀다. 어머니는 순이의 새 옷을 준비하고, 아이로서 지내는 법을 가르쳤다. 하지만 순이는 항상 앨리스를 따라다니며 그를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넌 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구나.” 앨리스가 어느 날 무심코 말했다. 물론 순이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
“아빠, 순이는 언제 학교에 가요?” 무심한 척 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이었다. “아마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영어도 배워야하고… 적응도 해야하니깐.” 아버지는 순이의 눈 앞에 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선 천천히 쓰다듬었다. 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지 않으려 노력해야했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면 안되니깐 계란을 입에 넣었다. 꾹 참았다.
1953년, 테네시 주의 여름은 훅훅 볶아서 언제나 뜨겁고 묵직하다. 앨리스는 그 날에도 아버지— 아버지만을 기다리었다.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있었다. 앨리스의 몸은 피아노를 치며 가볍게 흔들리었다. 파아란 헤어밴드로 장식한 머리칼이 살랑거리었다. 아침이면 햇살이 한 점 비추는 오래된 이층집은 군인인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그리고 골든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