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에쿠셀라 화이트데이
있지, 아가씨, 레아.
가볍게 네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화사한 봄날씨에 어느샌가 적응해서 가벼운 가디건을 걸친 셀라는 느긋하게 너를 불러냈고, 곧 가벼운 스탭으로 빙글, 돌아서 네 앞에 가볍게 서서는 가벼운 바구니를 건넨다. 마치 피크닉에서나 볼 수 있을, 나무로 촘촘하게 엮은 작은 바구니가 위에 가벼운 손수건 한 장으로 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네가 그것을 받기를 바란다는 눈으로 조심스럽게 네 손 잡아 바구니를 쥐게 만들었다.
그거, 선물이야.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면 열어봐도 괜찮아!
샐쭉 웃으며, 네 호기심을 유발시키듯이 손으로 바구니를 슬쩍 열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조심스럽게 그 손수건을 치우자 나오는 것은, 자잘한 막대사탕들과, 반짝거리는 꽃.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는 몇 번 보았을 법한, 그런 반짝거리는 종이 사이에 꽂아진 막대사탕들이었다. 그렇게 셀라는 멀뚱하게 네 앞에 서서 네가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을 쭉 보고 있었다.
오늘, 화이트데이니까.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고 네게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전부 아가씨... 아니, 레아를 위한 거니까. 분명 생각한 네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한 탓에, 아가씨를 입에 붙인다. 그리고, 아직도 레아라는 이름이 네게 잘 어울리는 지 몇 번이나 고민하고 있었고. 역시 에쿠... 쪽이 조금 더 좋을까? 다시 생각하면 에키라는 것도 귀엽고... 으응,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 주절주절 그렇게 얘기를 털어놓고 머쓱한 듯이 미소를 띄워보였다.
어제부터 어떻게 전해줘야 할까, 짧고도 길게 생각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전해주는 게 제일 낫겠지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전해줄까가 제일 고민이었으니까. 몰래 서프라이즈처럼 어디로 가 봐! 하고 준다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고, 그냥 이렇게 척 내미는 것도 있었고, 하나하나씩 따로 건네준다던지... 택배로 그냥 보내버리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네가 받고 나서의 얼굴도 보고 싶었고, 네가 먹고 좋아하는 것도 보고 싶었다. 사탕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받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있지, 에쿠. 그냥 이건 덤으로 하는 얘긴데... 이번에 내가 아가씨 말고, 다른 걸로 부르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문득 레아가 불러주었으면 하는 이름이 있어서. (에쿠라고 했다가, 레아라고 했다가, 이래저래 흔들리며 이것저것 색다른 것으로 부르지만, 그래도 우물쭈물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내 본명은 셀라 화이트 페럴리스. 나는... 화이트라고 불리고 싶어. 그게 내 이름이니까.
자질구레한 설명 없이, 그렇게 말했다. 네가 굳이 좋지 않은 과거를 알 필요는 없다. 오로지 지금의 나는 화이트니까, 네 앞에서 나는 셀라 말고 화이트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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