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죽음, 그 사이(上-前)

렌고쿠 생존과 탄지로 사망 이후 + 현대의 이야기

행복이 부서질 땐 언제나 피 냄새가 난다.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후각은 변했어도 변함없이 피 냄새가 났다.

마을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탓에 1년 내내 쉴 수 없는 카마도가(家)의 빵집. 그 바쁜 일정을 겨우 쪼개 휴무 기간을 가지고 간 가족 여행. 처음 가는 여행에 아이들은 들떠 차 뒷좌석에서 노래를 불렀고, 운전석과 그 옆에 앉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즐겁게 웃음 지었다. 소년도 동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특별히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족과의 일상은 행복했지만, 들뜬 모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소년은 좋았다. '이런 평화가 영원했으면'이라고 그가 바란 순간, 불행은 찢어지는 경적과 함께 그를 덮쳐왔다.

빠앙-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모두가 노래를 멈췄을 때, 소년은 무의식적으로 옆자리의 여동생을 감싸 안고 온몸의 뼈를 밀어내는 충격을 받아내며 의식을 잃었다. 감기는 시야 사이로 보이는 가족들의 붉은 피가 흩날리는 광경만이 잔상처럼 머릿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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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왼팔과 오른쪽 눈이 쑤셔와 탄지로는 몸을 흠칫 웅크리며 오른손으로 눈을 감쌌다.

왜 갑자기 이렇게 아픈지 멍하니 생각하던 탄지로는 눈에 비치는 나비 저택의 모습과 자신의 환자복을 보고, 뒤늦게 자신이 키부츠지 무잔과의 전투에서 왼팔과 오른쪽 눈을 잃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맞아, 이제 왼팔과 오른쪽 눈을 못 쓸 거라 했지.’

그처럼 오른눈의 시력을 잃은 카나오가 조심스럽게 말해준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오랫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던 그가 깨어났던 날, 모두와 함께 기뻐하면서도 나중에 홀로 찾아와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상태를 말하던 카나오.

예전이었다면 마냥 웃는 얼굴로 말했을 그녀였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되찾은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탄지로는 그녀의 걱정만큼 이런 상태가 된 자신의 몸이 불편하지 않았다. 왼팔이 안 되면 오른팔을 사용하면 되고, 시력은 잃었어도 남보다 훨씬 뛰어난 후각이 남아있다. 아무런 상실감도 들지 않았다.

'네즈코도 사람으로 돌아왔고, 키부츠지 무잔도 무찔렀다. 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 리가...'

게다가 그의 사범도 한쪽 눈에 안대를 차고 있으니 그처럼 안대를 해볼 생각에 조금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여전히 몸이 욱신거림에도 옅게 미소 지으며 눈 부근을 쓸어보았다.

그의 사범, 렌고쿠는 태양을 빚어 태어난 것처럼 따스하고, 듬직하고, 상냥한 사람이어서 이 상처를 보고 눈썹을 늘어뜨리며 자신의 상처인 것처럼 아픈 표정을 지었었다. 사범은 이보다 훨씬 더 심한 상처를 입고, 지주의 자리까지 반납했었으면서도.

멍하니 자신의 복부를 바라보는 그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자랑스럽다, 대견하다, 살아줘서 고맙다.'하고 말해주는 사범의 목소리에 탄지로는 가슴이 벅차올라 울었었다. 너무 울어 사범의 감색 하오리가 흠뻑 젖어 축축했을 정도로.

송구스러워 덜덜 떨며 세탁하여 다시 돌려드리겠다는 그와 환하게 웃으며 진정시키던 사범과의 힘겨루기는 탄지로가 사범의 빛나는 얼굴에 넋을 놓으며 가볍게 승패가 났었다.

장남인데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펑펑 울었던 쑥스러운 기억과 그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사범의 얼굴에 다시금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의 사범은 외모 자체가 훌륭한 무기다. 흉기다. 사기야.

탄지로는 무심코 옆에 있던 베개를 꽉 끌어안고 침대 위로 쓰러져 누웠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멋진 렌고쿠의 모습에 끄응 앓던 그는 떠오르는 한 가지 사실에 머리가 차갑게 식은 듯 온몸에 힘을 빼고 추욱 늘어뜨렸다.

'다만.'

그가 살 수 있는 나이는 25세까지. 거기에 더해 이미 한 번 숨이 멎었던 그의 몸은 과부하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라고 전해 들었다.

죽는 것은 결코 두렵지 않았다. 다만 슬픔이 두려웠다.

많은 이들의 죽음. 그 죽음을 지켜본 그는 죽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았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이들과 남겨진 이들. 지금까지 남겨지는 쪽에 속해 있던 탄지로는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슬픔은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올려다볼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단지 숨만 쉬어도 순간마다 그리운 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그렇다면 자신이 죽은 후의 남겨진 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 네즈코 뿐인 것처럼 네즈코에게도 그가 유일한 가족이다.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그에게 모든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소중한 친구인 것처럼 그들에게도 그가 소중한 친구일 것이다. 은사 우로코다키와 사형 기유, 귀살대 동료들, 나비저택 사람들, 그리고 사범 렌고쿠. 상냥한 그들이라면 분명...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

드디어 되찾은 평화에 금 가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자신만큼은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이별을 하자고.

이제는 반밖에 보이지 않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탄지로는 긴 생각에 빠졌다.

*

젠이츠의 찢어지는 고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고, 이노스케가 멧돼지 같은 몸놀림으로 여기저기를 휘젓고 뛰어다니는 정신없는 공간. 혼란 그 자체인 방에서 홀로 차분히 탄지로는 차를 홀짝이며 방관하고 있었다.

"탄지로오!! 우리 언제 쿠모토리산으로 갈 거야?!"

"산인가!! 산으로 가는 건가! 드디어!"

온종일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잠이나 자려고 이불을 덮으려던 차에 그의 친우들이 급습해 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젠이츠는 탄지로의 침대에 매달려 울먹이며 어째서인지 쿠모토리산으로 지금 당장 가고 싶다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를 뒤따라 달려 들어온 이노스케는 산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소식에 흥분해 콧김을 뿜으며 뛰어다녔고, 그 쿵쾅거리는 소리를 듣고 이마에 핏줄을 세운 아오이들이 쫓아 들어왔다.

반이성을 잃은 친구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탄지로를 딱하게 쳐다본 아오이는 고맙게도 따뜻한 차를 내주고, '일찍 자야 회복에 좋아요.'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타안지로, 여기 있으니까 계속 근육 괴물이 마구 부려 먹는다고! 오늘도 말이야, 그 자식이 멋대로 끌고 가서..!"

"아..."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음주 우즈이는 유곽 임무 후부터 젠이츠를 특히나 더 마음에 들어 해 매번 많은 곳을 끌고 다녔다. 아내들이 장 보는 날에는 짐꾼으로, 그의 몸이 근질거리는 날에는 훈련 상대로, 술을 먹고 싶은 날에는 샤미센 연주자로. 탄지로가 보기에도 애정보다는 괴롭힘에 가까워 보였다.

지금 그에게 매달리는 젠이츠를 보니 그런 애정을 빙자한 괴롭힘은 아무래도 키부츠지 무잔을 쓰러뜨린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우즈이를 말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렌고쿠는 귀살대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 우부야시키 가문과 함께 먼 곳에 나가 있으니...

평소였으면 아까처럼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다녔을 그가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눈물과 콧물만 훌쩍이는 걸 보니 한계에 부딪힌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 정도면 젠이츠는 충분히 참아줬다. 2달 동안 나비저택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탄지로를 따라 옆에서 머물며 매일 우즈이에게 끌려다니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네즈코도 나비저택 일을 돕는다고 바빠서 함께 있을 시간이 없어! 나는 외롭다고 탄지로오오오."

네즈코는 혈귀가 되어있었던 동안 많은 신세를 졌다며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더 갚기 위해 나비저택을 돕고 있었다. 최종 전투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쳤기에 초보인 네즈코라도 많은 곳에 불려 다녔다. 탄지로도 그녀를 만나기 어려울 만큼. 나비저택 사람들이 그녀가 쓰러질 때까지 일하게 할 리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네즈코는 다른 사람이 말려도 그만두지 않을 성격이라는 사실을 그가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 그러네. 이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아."

"정말?!"

"진짜로?!!"

"응. 몸도 많이 쉬어서 집까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고. 또 나비저택 사람들도 바쁜데 내가 너무 오래 있는 건 미안하니까."

탄지로가 현재 머무는 방은 1인실. 집중 치료 혹은 높은 지위에 있는 귀살대원을 위해 있는 방이다. 그런 중요한 방에 거의 치료가 다 된 그가 머무는 것보다는 위급한 환자가 머무는 게 맞으니까 탄지로도 슬슬 방을 비워주고 싶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까 고민을 하다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언젠가 젠이츠가 네즈코의 상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외친 말이 떠올랐다.

나비 저택에서 멀어지면 모두와 만날 접점도 적어진다. 네즈코와 젠이츠, 이노스케는 떨어질 수 없이 함께하겠지만, 일단은 그들 외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 보자고 탄지로는 생각했다. 렌고쿠가 좋아하는 「천 리 길도 한 걸음씩」이라는 말처럼 그도 천천히 정리하면 할 수 있겠지. 물론 그가 들었으면 이런 의미로 사용할 속담이 아니라며 머리를 짚었을 생각이었다.

“그럼 쿠모토리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볼까.”

그의 결정에 파앗 밝아지려던 젠이츠의 얼굴은 한순간 무엇 때문인지 새파랗게 질렸다. 그의 반응에 어리둥절해진 탄지로가 그를 부르려던 차에 강한 목소리가 그의 귓속에 박혀왔다.

“그건 두고 보지 못하겠군!”

“…?”

소리가 난 문 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엔 언제 왔는지 모를 렌고쿠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렌고쿠씨?! 임무 아니었나요? 언제 오신 겁니까?!”

탄지로도 놀란 탓에 뒤에서 젠이츠가 ‘히익! 저 사람 소리가 없었어! 안 들렸어! 무서워, 전 지주 무서워!’라고 중얼거리는 소리와 이노스케가 ‘이 몸이 기척을 느끼지 못하다니 역시 대단하다! 하지만 이 몸은 더 성장할 거라고!’라고 분해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의 사범은 일륜(日輪)을 닮은 한쪽 눈동자를 빛내며 그에게 다가왔다. 근거리에서 느껴지는 렌고쿠의 위압감에 당황한 탄지로는 숨 쉬는 것도 잊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카마도 소년! 아가츠마 소년! 하시비라 소년!”

“네!”

“카마도 소년은 아직 요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활 치료도 아직 받지 않았지?”

“하지만 다리 부상은 경상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걷기는 가능합니다! 조금씩 걸으면 집까지 갈 수 있어요!”

“아니, 몸에 무리가 간다! 무리가 가는 활동은 재활 운동이라 할 수 없어!”

“걷는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요!”

“정말 고집이 세구나!”

“감사합니다!”

우렁찬 렌고쿠의 기세에 이끌려 탄지로도 기합을 넣어 답했다. 그들의 힘찬 대화를 견디지 못해 귀를 막은 젠이츠는 ‘그건 칭찬이 아니야…아니 그것보다 둘이 거리가 너무 가깝지 않아? 나만 이상한 거야?’라 중얼거리며 앓았다.

렌고쿠는 잠시간 침묵한 채 뚫어져라 탄지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탄지로가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을 인식하기 직전 그는 힘을 주고 있던 이마 근육을 이완시키며 서운한 냄새를 드러냈다. 그 향에 탄지로의 사고가 멈칫한 사이 렌고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낮추며 고요하게 말을 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소년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 지금도 저택에 네가 없으니 외로워. 이런 시시한 이유라 소년은 내게 실망했을까…?”

언제나 강인하던 그가 약한 모습으로 아래에서 탄지로를 올려다봐 왔다.

말할 것도 없이 탄지로의 완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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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적으로 렌고쿠는 탄지로와 함께 할 수 없었다. 다음날 바로 키리오 가주로부터 새로운 임무가 내려와 아침 일찍 은들에게 끌려갔기 때문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인 만큼 불만스러운 기색은 일절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지 우울한 기색은 숨길 수 없어 보였다.

조금 추욱 처진 어깨를 불꽃무늬 하오리로 가린 채 떠나는 그를 배웅한 탄지로는 이어서 떠나는 젠이츠와 이노스케, 네즈코도 배웅했다. 네즈코들은 회복된 피해자 중 쿠모토리산 주변 마을 사람들을 귀환시키고, 호위하는 인력으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임무 후에는 집으로 먼저 돌아가 정리하고 있기로 결정 내렸다.

탄지로는 조금 더 몸을 추슬러야 한다는 카나오의 진단에 따라 츠구코로 지냈던 렌고쿠가(家)에 머물기로 했다.

"오빠, 그러면 우리 먼저 집에 가 있을게. 몸조심하고 잘 지내다가 와."

"탄지로, 조심해서 와! 네즈코 말 잘 듣고, 집 깨끗하게 정리해 놓을 테니까..!!"

"어이 몬지로! 부하들은 이 몸이 돌보고 있겠다!! 그래도 너무 늦게 오지 말라고!"

셋만 보내기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후에 스승인 우로코다키가 합류해 주기로 했으니까 탄지로는 마음 놓고 그들을 먼저 보낼 수 있었다. 호위 대상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셋을 바라보다 눈을 돌려 호위 대상이라는 소년을 살펴봤다.

'그나저나 저 아이 괜찮은 걸까?'

소년이 살던 산사 마을은 혈귀에게 지배받아 사람들이 산 제물로 바쳐져 큰 피해를 보았다고 들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렌고쿠가 지령을 받고 제물로 바쳐지던 아이를 구했지만,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아이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고 한다.

혈귀에게 뜯긴 살점은 나아도 아이는 입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이 과거의 자신과 비슷해 카나오가 정성껏 보살폈지만, 그럼에도 아이의 우울한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비저택 사람들은 심사숙고 후에 아이를 가족의 곁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이인 만큼 가족의 존재와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아니까. 가족과 화해하고, 관계 개선이 된다면 최상의 결과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다시 이곳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아이의 바가지 모양으로 잘린 머리카락과 붉은빛 눈동자가 자신의 어린 막냇동생과 비슷해 보여 어두운 안색이 더욱 신경 쓰였다. 아마 네즈코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 더 챙겨주고자 이번 임무에 합류한 것이겠지.

시끌벅적하게 떠나는 무리에게서 겨우 눈을 떼어낸 탄지로는 별로 없는 짐을 싸 렌고쿠가(家)로 향했다. 나비저택 아이들이 아쉬워하며 짐을 들어주려 했지만, 환자가 많아 바쁜 그들의 손을 빌리기엔 미안해 거절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조용한 길을 걷고 싶기도 했으니까.

두 달 만에 걷는 나비저택 밖은 단풍이 들기 시작해 감회가 새로웠다. 잦은 부상으로 누구보다 많이 지나다니던 길인데. 모든 일이 끝마쳐져서일까. 마음이 가벼워져서일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새롭게 담아내던 좁은 시야로 보랏빛 나비들이 하늘거리며 날아오르는 것이 비쳐 들어왔다. 분명 나비저택에서 서식하는 아이들이겠지. 그의 머릿속으로 이 아이들보다 더욱 나비 같았던 다정한 사람이 떠올랐다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어라라, 탄지로씨는 또 부상인가요? 다음에도 이렇게 함부로 몸을 굴려오면 일주일 동안 못 움직이도록 침을 꽂아둘 거예요?'

이마에 핏줄을 세우고 미소 지으며 청아한 목소리로 타박하던 말이 귓가를 맴돌고, 최종결전일이 다가올수록 짙어지던 등나무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듯했다.

아득해지는 기분에 나비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어진 탄지로는 나비들이 노을빛에 물들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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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러다 도착하면 해가 지겠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 당황하며 걸음을 서두르던 그는 저 멀리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끝부분으로 갈수록 붉어지는 화려한 금발. 렌고쿠와 판박이지만 그보다 부드러운 인상의 센쥬로였다.

그는 대문 앞에서 어떤 여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름다운 분홍빛 기모노에 등나무꽃 모양 머리장식을 한 고운 자태의 규수와 그녀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인은 한눈에 봐도 귀한 집안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츠구코로 이곳에서 지낼 때도 본 적 없는 손님들. 탄지로는 왼쪽 눈에 힘을 주고 그들을 살폈다.

보송한 규수의 뺨에 생기 있는 붉은 빛이 감돌고, 촉촉한 눈동자와 앙증맞은 입술이 유려하게 휘어지며 선한 미소를 지었다. 그 찰나 가을임에도 포근한 봄 같은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탄지로는 이 향기가 저 규수의 것임을 알아채고, 직감적으로 그녀가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뭔가 저 사이에 함부로 끼어들어선 안 될 것 같아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순간 기척을 느낀 듯 센쥬로가 뒤를 돌아봤다.

"앗, 탄지로씨!"

탄지로를 발견하자마자 센쥬로는 그들에게 급하게 인사한 후 웃으며 달려왔다. 가까이 온 그는 자연스럽게 몇 개 안 되는 탄지로의 짐을 가져가 들고서 다시 같이 지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에 탄지로도 기쁘다 답하며 짐을 도로 가져오려고 했지만, 센쥬로가 한발 앞서 대문 앞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그는 짐을 가져올 기회를 놓쳐버렸다.

"어서 오세요. 탄지로씨가 머물던 방은 제가 깨끗이 정리해 뒀어요."

신이 나 보이는 얼굴로 센쥬로는 그가 지냈던 방의 물건들을 그대로 둬 다행이라 하며 대문을 열고, 탄지로를 이끌었다. 탄지로는 그가 청소했다는 말에 안절부절못하게 되었지만.

꽃보다는 나무가 주로 심어져 단정하게 정리된 정원을 지나며 탄지로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센쥬로. 귀살대 정리 때문에 바쁠 텐데 고생하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해."

"전혀 고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탄지로씨와 다시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는걸요. 그리고 귀살대 일로 저는 그다지 바쁘지도 않았어요."

바쁜 건 형님이죠. 형님을 못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가네요. 아쉽다는 센쥬로의 어조에 오늘 새벽 나비저택에서 임무를 떠난 렌고쿠를 떠올리며 탄지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센쥬로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문 틈새로 보이는 광경에 웃을 수도 없어졌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 정리하며 순하게 미소 짓는 센쥬로의 어깨 뒤로 편지들이 잔뜩 쌓여있는 복도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기에.

탄지로는 어색한 표정으로 편지들이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훑어보다 벽에 기대어 서 있던 눈 밑이 퀭한 신쥬로와 시선이 마주쳤다. 신쥬로는 집으로 들어오는 두 명의 기척을 눈치채고 있었는지 갑자기 함께 들어오는 탄지로를 보고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소매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했다.

"어서 와라, 탄지로. 퇴원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신쥬로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허리를 숙였다 자세를 바로 하는 그를 지켜보던 신쥬로는 '그나저나 들어오는 게 너였다니 다행이군.'이라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그에게서 매우 피곤하다 못해 축 처지는 향이 나고 있었다.

"..??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요즘 쿄쥬로 녀석 때문에 일이 많아서 말이야. 손님이 올 때 신경이 좀 예민해졌을 뿐이다."

"그렇군요. 역시 많이 바쁘시군요."

지금이라도 당장 네즈코들의 임무 행렬에 합류할 마음을 먹은 순간 센쥬로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서 탄지로의 등 뒤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런 언행은 탄지로가 오해하기 쉽지 않겠느냐고 가볍게 타박했다.

"음, 미안하군. 네 얘기가 아니야."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다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그를 다시 살펴본 탄지로는 평소 신쥬로가 유카타 차림을 즐겨 입었던 것과 달리 오늘은 격식 있는 의복을 차려입은 것에 이제서야 이질감을 느꼈다. 깔끔하게 정리된 그의 차림새와 현관에서 기다리고 서 있던 그, 잔뜩 쌓여있는 고급스러운 편지 봉투들, 센쥬로가 배웅하던 아가씨, 마지막으로 쿄쥬로 녀석 때문이라는 말까지. '아'하고 소리를 흘린 탄지로는 드물게 바로 무언가를 눈치챘다.

"쿄쥬로의 혼담 때문에 편지도, 손님도 너무 많이 오고 있어. 알아보니 매파들이 며칠 전 렌고쿠가(家) 총회에 당주 대리로 나간 쿄쥬로를 보고, 신이 나서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는 중인 것 같더군."

"혼담이요...?"

가슴을 묵직하게 눌러오는 단어에 탄지로는 귀를 의심하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시선을 의식해 어두워지는 표정을 필사적으로 숨겼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애써 머리를 돌려 생각하려 했다.

내년이면 렌고쿠는 결혼 적령기의 22살. 그는 유서 깊은 무가의 장남으로, 당주가 될 후계자다. 당연히 가문의 대를 이을 책임이 있는 사람. 어떻게 보면 22살의 혼인도 늦은 편일지도 모른다. 보통 명문가에선 어릴 때부터 약혼자를 두고, 가문 일을 배우고 적응시킨다고 들었으니까. 아마 늦은 혼인은 귀살대라는 특이점 때문이겠지.

하지만 더 이상 혈귀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고, 우부야시키 가문과도 연이 깊은 안정적인 자리에 있으니까 누구보다도 좋은 신랑감이겠지. 게다가 사범은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평생을 함께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건 무엇보다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자신은 이런 기분인 거지? 늪에 몸을 담근 것 같은 이 무거운 기분은 뭐지?

멍하니 의문에 빠진 그의 귀로 이미 그가 했던 생각을 말하는 신쥬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문도 곧 이어받을 거니까.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줄 아내가 필요하긴 하지. 하지만 그 노파들은 정도가 너무 지나쳐..."

매파들은 가신 가문 마님들의 시중을 드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모시는 마님이 젊고 위엄있는 렌고쿠를 보고 눈을 빛내는 것을 보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렌고쿠 쿄쥬로의 나이, 성격, 부는 물론이고, 연인은 있는지, 취향은 어떤지, 성생활은 어떤지, 건강은 어떤지 등등 많은 것을 조사하고 다녔다고....

'서,성생활...'

적나라한 얘기에 얼굴을 붉힌 탄지로는 멀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고 다시 신쥬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모두 접객실로 향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매파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주인에게만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까지 퍼진 것 같더군. 그래서 편지도 점점 많아지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져 하루에 10명의 손님을 받는 날도 있었지."

물론 거의 다 거절했지만.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문지른 신쥬로는 다다미 바닥에 털썩 앉아 맞은편에 손짓해 탄지로를 앉혔다. 센쥬로는 어느새 차를 가지러 가 옆에 없었다.

"그 노파들은 웃기게도 찾아와 내게 물어보더군. 쿄쥬로에게 연인이 있는지, 좋아하는 사람은 있는지, 유곽에는 가는지 말이야."

기가 찬다며 '하' 실소한 신쥬로는 두툼한 손가락으로 미간을 눌렀다. 이내 한숨을 쉰 그는 당연히 없다고 답하며 그들을 돌려보냈지만 다른 이들만큼이나 아들에 대해 잘 모르는 그이기에 자신이 없어 탄지로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했다.

"나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었으니까 쿄쥬로가 원하는 상대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다. 내게 루카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의 지지자가 되어 평생을 함께 살아갈 반려를 쿄쥬로에게 주고 싶어. 너라면 자주 함께 있었으니 쿄쥬로가 좋아하는 아이 혹은 취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짐작이 갈 것 같아서 말이야."

정확하지 않더라도 네가 본 것, 느낀 것들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깊고 진지한 빛을 띤 금환의 눈과 확신 없이 불안히 일렁이는 혁안이 서로를 바라본다. 선명한 신쥬로의 안광과는 달리 해가 짐에 따라 함께 빛을 잃은 탄지로의 눈은 천천히 아래로 깔렸다.

그의 마음과 탄지로의 마음은 같다. 자신의 사범이자 생명의 은인인 만큼 렌고쿠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를 당연히 바라고 있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 다정한 사람을 반려로 맞이하여 혼자가 아닌 둘이서 따스한 삶을 살아가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울렁이는 감정은 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인지.

속이 참을 수 없이 울렁거렸다. 옷을 정리하는 척 오른팔로 명치 부분을 자연스럽게 감쌌다. 앞의 그에게 자신의 이상한 상태를 들키지 않기 위해 대답을 해야 했기에 기억을 되짚어갔다.

렌고쿠는 매일매일 지주의 책무에 충실했고, 여가 시간은 대부분 츠구코인 탄지로와의 훈련에 치중되어 있었다. 가끔 숨을 돌리기 위해 나들이를 가기는 했지만 주로 탄지로와 맛있는 식당이나 새로운 연극을 보러 갔다. 새삼 돌아보면 정말 그와 떨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특별히 만나는 분은 못 본 것 같아요."

"그렇군. 그럼 쿄쥬로의 이상형에 대해서는?"

나비 저택의 사람들에게도, 대사들에게도, 그가 구해낸 아름다운 분들에게도 렌고쿠는 담백했다. 그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를 부리부리한 눈을 한 채 그들과의 용건이 끝나면 바로 다음 일을 찾아갔으니까.

"저도 잘... 그런데 렌고쿠씨한테 직접 여쭤보시는 편이 좋지 않나요?"

"음. 아들과 그런 대화는 익숙하지 않아서...."

"아..."

렌고쿠와 닮은 그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했다. 크흠 헛기침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한 신쥬로가 옆에 있던 여러 장의 종이를 그의 앞에 나열했다. 그 종이엔 고운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의 초상화와 그녀들의 정보로 보이는 글이 적혀있었다. 아마 매파들이 준 '단자'라는 것들이겠지.

탄지로는 종이의 정체를 알아차렸지만, 확신이 필요해 모르는 척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분들은...?"

"쿄쥬로와 선을 보고 싶어 하는 가문의 여식들이다. 이 중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고르고 싶은데, 내가 경험이 있어야지..."

신쥬로는 우리와 달리 탄지로 넌 여동생도 있고, 여인들과도 잘 지내니 어떤 사람이 괜찮은지 잘 알 것 같아서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고 전해왔다.

"저도 직접 보지 않고는 잘 모릅니다만...."

그의 굳건한 신뢰가 곤란했지만, 탄지로는 거절할 수 없어 단자를 하나하나 신중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5번째에 놓인 종이에 아까 보았던 규수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다정한 향이 났던 사람.

탄지로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정보를 읽어갔다. 이름은 하야미 시즈카. 집안은 유명한 금융 가문으로 나이는 그와 같은 16살. 취미는 다도와 꽃꽂이. 이상형은 자신과 같이 여러 음식을 즐길 줄 알고, 상냥하고, 정의로운 사람. 장점은 일 처리가 빠르고, 정이 많아 사람을 잘 보살피는 점.

아. 이 사람이라면...

"탄지로씨?"

어느새 돌아온 것인지 센쥬로가 놀란 목소리로 탄지로를 불렀다.

놀란 목소리? 왜? 둔한 머리로 생각하다 말고 걱정스러운 얼굴의 센쥬로를 바라봤다. 그는 급하게 들고 온 다반(茶盤)을 내려놓고 탄지로에게 다가왔다.

"탄지로씨 안색이 창백해요. 괜찮으세요? 어디 아픈 거예요?? 아니면 아버지가 무슨 심한 얘기를 했나요?"

막내아들의 매서운 기세가 자신을 향하자 당황한 신쥬로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센쥬로 난 괜찮아. 그냥 피곤한 것뿐이야."

계속 나비 저택에서만 머물다 보니 체력이 떨어진 것 같아. 렌고쿠씨의 츠구코인데도... 부끄럽기 그지없어.

면목이 없어 씁쓸히 웃는 그에게 도리어 퇴원 첫날부터 무리시킨 것을 사과한 센쥬로는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신속하게 탄지로를 방으로 데려다준 센쥬로는 안절부절못하며 이불을 펼치고 그를 눕혔다. 걱정스러워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센쥬로를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 다독인 후, 방 안에 혼자 남고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햇빛을 쬔 듯 보드라운 이불을 한 손으로 얼굴까지 끌어올려 한 줄기의 빛도 허락하지 않는 어둠 속에 숨어본다. 정리되지 않는 마음과 감정도 어둠 속에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윽..."

깨닫지 못했던 감정이 현실에서 깨지고 부서지고 나서야 실감하는 것은 끔찍한 감각이라.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도. 찢어지는 심장이. 무너지고 마는 마음이.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연모에. 징그럽게도 만약을 기대하는 자신에게. 나무라듯, 다짐하듯, 절규하듯 이불보에 얼굴을 묻고 몇 번이고 외쳤다.

"포기해라, 탄지로. 포기해라, 카마도 탄지로. 포기해, 카마도 탄지로...!"

젖어 드는 이불보. 뜨거워지는 눈. 막혀오는 숨.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 그 모든 감각이 지금만큼은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 탄지로의 머릿속에 현실을 도피하듯 화려하게 불꽃 같은 사람이 떠올랐다. 애틋한 사람. 보기만 해도 자신의 마음을 타오르게 하는 사람.

말을 듣지 않는 머리가 그의 옆에 아까 보았던 여인을 세워본다.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남녀라 탄지로는 안심하면서도 절망하고 말았다.

그냥 네즈코를 따라갈 것을. 이런 일을 눈앞에서 겪을 줄 알았다면 먼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알지 못하게, 잊어버리게 멀어질 것을.

"한심한 자식."

다음날이 될 때까지 붉게 타오르던 하나의 마음이 저물어갔다.

*

당신의 타오르는 불꽃에 나는 결국 스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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