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메레
치수가 준호와 얘기를 마치고 돌아오자 사무실에서 얘기 중인 세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치수의 책상에 놓인 부검 보고서를 사이에 두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 알아낸 게 있나?" 치수가 물으며 다가오자 세 사람은 책상 뒤로 물러났다. "아뇨, 전혀요. 왜 번거롭게 그렇게 죽였나 싶긴 한데.. 그거 말고는 특별한 건 없어요." 뭐, 그게
그렇게 잠이 들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후였다. "미친... 얼마나 잔거야..." 소파 팔걸이에 아직도 숙취의 여운이 남은 듯 울리는 머리를 댄 채 대만은 미간을 문질렀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몇 시간 전에 온 영걸의 메시지가 있었다. 지난 번 통화에서 얘기한 두바이라는 룸살롱의 주소와 약속시간이 적혀 있었다.
기세좋게 시작하긴 했지만 조사는 초반부터 막혔다. 대만 나름대로 뒷세계와는 인연이 있는지라 영걸이에게 부탁한 이후로도 여기저기에 허윤진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러 다녔지만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잘 죽었다, 내가 죽였어야 했는데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산왕의 조직원이라고 폼 잡고 다니더니 꼴좋네. 목에 뻣뻣하게 힘주고 다니는
대만이 찾아간 곳은 그의 사무실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어느 이자카야였다. 문에는 close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지만 그는 아랑 곳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오픈식으로 된 주방과 바 형태의 테이블이 보였다. 주방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영걸아" "어서 와. 대만아." 남자는
"괜찮은 겁니까?' 조수석에 앉은 동오는 뒷좌석에 앉은 명헌을 백미러로 보며 물었다. 명헌은 플라스틱 총을 만지작거리며 뭐가? 라고 되물었다. "정대만 말입니다. 괜히 끌어들이는 건..." 동오는 말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채 시선을 사이드미러로 옮겼다. 지금까지 대만에게 의뢰를 맡긴 건 자신이었다. 전직 경찰 출신인 그를 이용해먹기 좋겠다라는
"선배, 괜찮으세요?" "으응, 괜찮아. 조금 휘청거린 것 뿐이니까." 자신을 걱정하는 달재의 물음에 준호는 웃는 얼굴로 답하면서도 대만이 떠난 계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년만이었는데. 잘 지냈는지 안부 정도는 묻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담긴 눈빛을 거두지 못하는 준호를 보며 치수는 계단을 조금 내려와 준호의 옆에 섰다. "그만 가자, 현장에서
아직 여름도 아니건만 한 낮의 햇빛은 뜨겁기만 했다. 대만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거칠게 풀었다. 더워죽겠네 정말..하고 생각하며 자신이 올라온 계단을 그리고 앞으로 올라가야 할 계단을 쳐다봤다. 고지대에 다닥다닥 좁게 붙어있는 주택들이 보였다. 대만은 한 손에 들고 있던 자켓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냈다. 거기엔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 "이 주소대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