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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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는 고철 탈것 속, 버스 손잡이를 꼭 쥐고 선 채 꾸벅꾸벅 졸던 승관은 돌연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음에 번쩍 눈을 떴다. 용케 공간을 확보하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정한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눈치를 보는 동시에 예의를 차리느라 목소리가 한껏 낮추어졌다. 네, 네 어쩐 일이세요. 지금 가고 있습니다. ⋯아. 뭘 또 그런 걸.
https://x.com/miaxje/status/1692183370678272189?s=20 ↘ 위와 이어집니다. “⋯형?” “⋯⋯응.” 아. 승관이 입을 틀어막았다.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잊혀져 가던 목소리가 제 부름에 대답을 했다. 돌아볼 자신이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그의 얼굴이 있을 텐데도. 꼭 꿈을 꾸거나 허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따금 정한은 승관의 이야기 속에 상상처럼 깃들어 있던 세계를 떠올렸다. 동일한 상성 아래의 다른 세상에는, 우리와 똑같은 이름과 생김새를 가진 사람이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정한은 말마따나 사실이라면 두 눈동자를 닮은 은밀한 천구가 그곳이겠거니 짐작했다. 승관은 그곳이 가령 실재한들 형은 쉬이 믿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듯 말했다. 하지만
온 세상의 고요를 졸여 놓은 듯 잠잠하기 그지없던 방 안의 평화를 깬 건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나란히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정한과 승관이 반사적으로 번쩍 눈을 떴다. 이어 현실을 자각한 정한의 입에서 좀비의 신음처럼 버거운 음성이 터져나왔다. 아아 진짜 미치겠다. 승관이 몸부림치며 베개 양끝으로 두 귀를 틀어막았다. 내리 이틀 밤을 꼬박 지새다
“⋯진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대한제국 유민愉旼 원년이자 서기 20XX년의 가을, 국상國喪 중의 뒤숭숭한 기류가 미처 가시지 않은 오후 11시. 서울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귀가하는 열아홉 승관의 핸드폰에선 연신 신호음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려 사흘 째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애인이란 사람이, 아무런 낌새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뒤 연락이 뚝 끊
[ 검색 결과 ] 일본 도쿄도 토요일 오전 5:00 비 기온 10℃ 강수확률 100% 습도 72% 풍속 13m/s 가득 덮인 구름이 우울에 침잠되었던 새벽부터 예상했어야 했다. 전선성 강우가 보통비 수준으로 쏟아지다 잦아든 지 20분이 지난 후였고, 때아닌 비소식에 잔뜩 사나워진 바람은 애꿎은 느티나무의 잔가지에 대고 화풀이를 하는 중이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