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란 대화 백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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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6789012 by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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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우주. 암흑. 구석. 그림자의 아래⋯⋯.

빌어먹을 검정에서 빠져나오십시오, 당장!

길을 모르겠습니다.

염병할 내겐 등불도 뭣도 없는데... 무력합니다.

데리러 와요. 아니면 기다리거나.

오늘 딱 당신 데리러 가겠습니다. 기대하십쇼.

뛰지 말고. 넘어지지 말고. 소리지르지 말고.

나를 야생 오랑우탄으로 보는 것 같은데...

소리지르는 고슴고치 쯤?

만나면 꼭 소리 질러드리죠. 귓고막에다가 직접.

조용한 고슴도치로 정정합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게으름뱅이 라피우스.

내가 왜 게으름뱅이입니까?

이쯤 되면 알아서 튀어와야 하는데 안 그래서.

걱정했습니까?

당연하죠. 미래에 고용해야 하는데.

탈주 노예를 쫒는 주인, 뭐 그런 거?

내가 16세기 노예제도 찬성자라니... 좋은데요?

주인님이라고 불려드려요?

왜 갑자기 절 이상한취향있는사람으로 흐음...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인데⋯⋯. (모함이다.)

(시온 주먹질 함)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닙니다.

아야. 알았어요. (간극.) ⋯⋯ 슬픕니까? 지금.

... 비참하고 슬픕니다, 예.

당신을 어떻게 위로해야, 당신에게 닿을까요?

안아주십시오. 꽉.

(발 딛는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서. 꽉.)

윽... (그럼에도 벗어나지 않고 기댄다.)

밀어내지 말아요. 이것이 정말 위로가 된다면.

(두근, 두근. 박동하는 것에 의지하며 숨을 고른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진정은 됩니까.

예, 어느정도는. 나머지는 내가 힘써야 합니다.

그럼 이제 내가 기다릴 차례네요.

지난한 일이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지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천천히 하세요.

(문득.) 당신은 안 슬프십니까.

왜? 슬프다고 하면 위로해주려고?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합니다.

울어버릴 겁니다.

... ... 정말로요?

(생각.) 울어도 구경만 할 것 같아서 안 울래요.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위로 해주면 안됩니까? 등 토닥토닥. 괜찮아.

괜찮을 겁니다. 내가 있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위로에 재능이 없어요⋯⋯⋯.

그야 이건 위로라는 감정적인 기능이 아니니까.

그럼 당신은 내게 무엇을 전한 겁니까?

사실이라는 결과를 전한 겁니다.

그렇다면, 괜찮지 않다면 당신이 책임집니까?

당연한 소리를.

어떻게?

몸을 바쳐야지요. 고전적이게.

내가 어떤 사람일줄 알고 몸 바친다는 말을 합니까⋯⋯.

독점적이고 고립적인 인간 아니십니까? 온정이 필요한.

내가 사실은 아주 못된 사람일 수도 있죠.

싸이코패스 앞에서 뭐라는 겁니까 이 양반?

당신은 보이는 그대로라⋯⋯ 오히려 믿음이 갑니다.

그러는 당신은 아주 양파 껍질이십니까?

잘못 건드리면 깨지는 계란 정도로 해줄래요?

짱돌이 되는 삶도 나쁘지 않을 지도.

깨지지 않게 섬세하게 다뤄주시죠?

고려해보도록 하죠, 시온.

스패너와 전기파리채도 안됩니다.

쯧... 그러면 뭐가 됩니까?

휘두르는 건 전부 안 됩니다.

그러면 내게 남는 게 뭐가 있죠?

안 깨지고 온전한 시온 라피우스.

만족스럽...나?

당연하죠. 혹시 불만족스럽습니까?

전 덜 익은 시온 라피우스가 좋은데도.

덜 익은 건 뭡니까⋯⋯.

물컹말랑유기체 라피우스.

나보다 당시이 더 물컹말랑흐물해요.

난 썩었나........

말티즈........

하아?????????????

(딴말) 당신은 역시 치와와예요. 성격 나쁜 개.

진짜 개같은 자식 행세해드려요?

해보시죠.

(손 물어버림. 쾁.)

(비명지른다.) 진짜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웁니까? 예?

싹바가지 자연발생설입니다. (퉤.)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다행입니다. (위안 삼는다.)

내가 자연발생쓰레기라 다행이십니까?

이거 잘못 대답했다가는 내가 쓰레기될 것 같은데요.

저도 최악의 인간상이라는 건 압니다.

딱히 최악이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만?

남들은 그리 생각하더마는.

나는 남들과는 다른가보죠.

자기 PR 잘 들었습니다. 다음!

정말로 최악이라고 생각은 안 하는데도요. 나쁠지언정.

... 나 혹시 자존감 낮나요?

........(이제 알았냐는 표정.)

안아주기나 하십시오.

(웃음기 섞인 한숨 뱉고는 양팔 벌린다.)

(그대로 그 안에 안착한다. 아늑하다.)

(허리 안고 번쩍 들어서 빙글빙글 돈다.......)

(어깨에 손 얹은 채로 묘하게 긴장한다.)

(표정 보고서) 어릴 때 이거 안 해봤죠?

네. 낯설어 죽겠습니다. (귀 끝이 붉다.)

어릴 적 못 했던 것들을 해볼까요.

예를 들면?

⋯⋯. (고민한다.) 비행기 태워드려요?

그냥 이렇게 있기나 해주십시오, 맹추.

예⋯⋯. 안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대로 몸을 숙여 마주 안아주길 택한다.)

(양팔에 힘주어 끌어안은 채다. 나쁘지 않을지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합니다.

왜죠? 현재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미래가 좋지 않나.

지금 이 순간이 마음에 든다는 소리입니다.

멈춰있지 않아도 이런 순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나는 오늘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럼 죽을 때까지 이렇게 있읍시다. 안 죽으면 좋고.

하하, 죽기 직전까지 날 들고 있으려고?

내 팔이 먼저 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고, 어깨야.

에휴. 그냥 내려주시죠.

(두 번 더 빙글빙글 돌고 내려준다.) 나약해져서⋯⋯.

그럼에도 내가 이길 수 없단 점이 짜증나는군...

당신은⋯⋯ 힘을 조금 기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뇌에 힘 주는 편이라 괜찮습니다.

머리에 힘주면 똑똑해집니까? 나도 한 번 해보게.

머리가 아니라 뇌, 입니다. 바보 맹추 시온.

뇌에⋯⋯ 힘을 어떻게 주는데요. (눈썹만 움직인다.)

바보.

왜⋯⋯?

그런게 있습니다. 진짜 바보같은 얼굴 하기는...

이건 억울합니다.

뭐가 그리도 억울하신지요.

뇌에 힘 주는 법을 물어봤을 뿐이잖습니까.

거짓말입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앞으로 나한테 거짓말 금지예요, 당신.

노력 하겠습니다. 거짓말도, 살아남는 것도.

살아남읍시다, 우리.

당신을 믿어보겠습니다.

나를 혼자 두지 마십시오.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죽음을 묵인해주십시오.

아뇨, 아뇨⋯⋯. 난 그런 것 할 수 없어요⋯⋯.

저런. (그리고 어떤 반응을 하면 좋지...)

제발 이대로 있으면 안 됩니까?

어째서요?

내가 힘이 듭니다.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요.

... 그렇다면야, 네. ... ... 남아야 하나.

⋯⋯ 제발.

... 알겠어요. 그러겠습니다. (고갤 돌린다.)

약속할 수 있습니까?

무엇을 걸면 되겠습니까.

전부.

날 책임질 의향 있으십니까.

당신이 날 믿어, 떠나지 않는다면.

이는 맹약입니다, 어길 수 없는...

나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 내 손을 잡고 한 번 더 말해주세요.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나 또한, 전부를 걸 겁니다.

(맞잡는다.) 무모합니다. 아시죠?

우주의 점으로 존재 남을 수 있다면, 좋다고 봅니다.

... 성희롱 한 번 더 해도 되겠습니까.

⋯⋯ 해보시죠.

(가볍게 입을 겹친다.)

(옅은 웃음이 샌다.) 이게 성희롱입니까?

네. 이것 말고는 잘 모릅니다. (꿋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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