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후기 로그] 0 to 13
그리고 네발로 뛰어다니면서 너희 없으면 안 된다고 외치는 오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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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디아 메르헨디아는 어느날 눈을 뜨니 자신이 신체에 갇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이족 보행을 하는 생명에게 있어 음식 섭취를 필수로 하는 유기체의 신체였다. 그래, 그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 어색함을 견디기가 어려워 유년 시절 부터 폭력적이었던 성정을 굳이 감추지 않았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타인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습득하자 억지로라도 바른 말을 뱉기 시작했다. 원가정에서 분리되어 트웰브와 윕키, 하임강을 만난 뒤에도 그랬다. 과한 폭력은 좋지 않다. 음성 언어를 뱉는 것에 있어 문제가 생긴다면 차라리 수어를 하자. 적어도 동작 만큼을 하는 순간에는, 표정에 집중하며 ‘만들어내는 순간’에는, L2인 만큼 딴 것에 집중이 가능할테니까. 젠더 디스포리아라면 차라리 납득이 가서 약이라도 받아올텐데, 이건 아직 그 순간까진 오지 않았으니까. 괜찮다. 견뎌낼 수 있다. 다소 불편함이 있는 몸이지만 그럼에도 살만하다.
9는 어느날 눈을 뜨니 자신이 신체에 갇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이족 보행을 하는 생명을 하는 것에 있어 음식 섭취를 필수로 하는 유기체의 신체였다. 그래, 그는 인간으로 조성된 것이었다. 그 어색함을 견딜 수가 없어 그는 둔탁한 벽에 이마를 찧었다.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해소되는 불안이 아니었기에 트웰브를 불렀다. 그러나 트웰브는 자리에 없었다. 그제서야 9는 깨달았다. 자신은 상실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신체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자신이 12를 부순 치들과 동일한 종이라는 것을 견뎌낼 수가 없어 기어코 디스포리아가 찾아온 것이라고. 젠더 디스포리아라면 차라리 납득이 가서 약이라도 받아올텐데 휴먼 디스포리아라니, 디아스포라도 아니고 이게 당최 무슨 황당무개한 일이란 말인가. 차라리 신체가 기체로 교체되어 문제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면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닌 일을 내가 어떻게 견뎌내면 좋으란 말인가?
같은 걸 캐릭터 로그로 적어야 하지 않나 라는 마음을 한 순간 어느사이 2주차 막바지였고 저는 러닝에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이 멋진 커뮤에 내 캐릭터라는 오명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발악과 그렇지만 어차피 마지막 커뮤인 거 화끈하게 한 번 지르고 가야하지 않나, 라고요. 이 시작점은 제 생일 날 선물로 커뮤를 같이 가주겠다고 한 하프문, 와이트먼과의 잡담에서 시작됩니다.
에이브 오너 : 에잇 신청서 그만내 나 벌써 소합요소 2개인 페어를 냈단말이다
와이트먼 오너 : 우리 만약 합격하면 신화를 쓰는 중이라고 공지 걸어죠
에이브 오너 : 내가 그런 걸 못해주겠습니까 ㅋ
와이트먼 오너 : 하 두렵다
에이브 오너 : 떨어지면 어쩌지 ㅠㅠ 가 아니라 붙으면 어쩌지 됨
와이트먼 오너: 이봐요
에이브 오너 : 캐입책임질수있으세요?
와이트먼 오너: 그럼 어째… 가오를 보여주마.로 가야지
그리고 진짜 붙었습니다. 어쩌겠어요? 저희는 신화를 쓰는 중이라는 톡방이 됐고 그 이후로 저는 무슨 일이 생길 적 마다 많은 이야기를 와이트먼 오너에게 뱉어내고 다녔습니다. 저는 정말 텍관 시절 부터 신화를 쓰는 사람의 심정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래는 제가 텍관 때 한 헛짓거리이자 신화를 만들기 세 가지입니다.
1. 애들 프로필 정리하다가 손목아파서 비명 지르고 병원 가기(헛짓거리 적립+1)
2. 하임강에게 텍관 걸었다가 졸지에 뒤르히덴발트의 모든 비법 소스를 이어받은 32살짜리 천재 영재학자 되어버리기
3. 모든 안드로이드(오너적 양심에 따라 료타 제외) 오너들에게 제가 님의 폭력 수위를 알 수 있을까요 라고 여쭙고 다니기
마지막 커뮤이자 내 와이트먼 오너께서 생일 선물로 뛰어주는 선물을 허투로 쓸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와이트먼 오너는 커뮤를 안 간지 3년 동안 게임 수련이나 한 고도의 게임러였단 말입니다…. 그렇기에 개장 전 최선을 다하며 러닝을 준비했는데 이런?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에이브 나인이라는 캐릭터의 싸가지였던 것입니다. 저는 오만가지 조율을 걸러 가고 싶었으며, 수위에 맞춘 욕이란 당최 무엇인가 수많은 매체를 유영하며 습득하며 러닝 시간을 보냈습니다. 겸사겸사 문테라 에즈익(써방) 의 답멘에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반격하고자 1분 만에 트윗 하나 반격하기 스킬과 30초 만에 멘답 하는 타자력 보유하기 패시브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리하여 저는 러닝 첫주차 내내 제 캐릭터 말투 교정하랴 닷 더 개그맨트윗 보며 강의실 앞자리에서 오너적 체면 실추를 막기 위해 마스크 안에서 입술을 씹는다거나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간만에 뛰는 커뮤였던지라 정말 도파민이 끝내주더군요. 특히 다양한 캐릭터들과 웃긴 캐미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저의 소소한 낙이었습니다…
엔쥬 히로토와 료타의 역극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오마이 갓 어떻게 이런 부자 관계가 있을 수 있죠? 저는 쇼크를 먹었습니다. 페어 커에서 욕 받을 수 밖에 없는 성격의 캐릭터를 낸다? 그것도 맛깔나게 역극하신다? 그런데 그것도 눈에 아주 팟 하고 들어오게 임펙트가 있다? 그렇습니다. 저는 탐라에서 유영하며 살아가는 인간인 만큼 귀하들의 역극을 핥고 다녔습니다. 다수 접하게 된 된 요소에 ‘ㅋㅋ 저는 인간을 그리워해서 안도롱 만든 친구 대신 안도롱 그리워서 넹글 미쳐버린놈 냈습니다 ㅋㅋ’ 를 하고 다니고 있다가 갑자기 그 다수 요소에 포함된 사람을 직접 마주하자니 와… 왜 클래식 이즈 더 베스트인 건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하프문들의 서사와(님들은 그뤠잇해요) 그 외의 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과 인간, 안드로이드와 깡통고철덩어리쿠트들사이에서 생겨나는 여러 이야기들이 참 아름답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님들은 그뤠잇해요 고져스해요 멋진 러너들이었습니다…
제가 에이브 나인 오너만 아니었다면 당당하게 연공을 하다 못해 제발 저와 연공을 해달라고 빌었을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에이브 나인 오너죠? 많은 책임감이 있는 자리입니다, 싸가지라는 것은. 저는 싸가지 없는 저감정자 캐릭터 RP 전문가인데 애석하게도 트위터에서는 싸이코패스라는 단어를 보면 단편적이게 생각하거나, 저감정자나 반사회성 성격장애, 행동장애나 ASPD라고 부르면 ‘피씨’ 하다고 부르며 거절을 하더군요… (왤까요? 저는 지금도 피씨하다의 단어의 제대로 된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참 신기한 맥락이지요…) 뭐 하여튼 사케즘은 접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저도 이렇게나많은사고를치고다닐줄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저도 정말 원치 않았습니다
저도 정말로 이렇게나 많은 트윗수를 내면서 그 절반을 으아아아악 끄하아아아악 흐어어어어어어억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단 말입니다…! (과장된 작성입니다. 만일 이랬을 시 공명정대한 총괄진께서 저에게 제명이라는 철퇴를 내리셨을 겁니다.)
고작 2주라는 시간으로 커뮤를 뛰어봤자 무슨 도파민이 오가고 서사가 쌓이겠느냐고 착각한 제가 이상한 놈이었던 겁니다 이자식이 아주 8주 커만 뛰다가 시간 흐름 삐끗난 채로 왔더니 그 2주라는 시간이 수능 연기 1주일 만큼 기적의 시간대라는 걸 미처 잊어버리고 만 것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우주에서의 서사, 도파민 넘치는 14일 간의 여정. 여러분 덕에 즐겁게 마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마지막 커뮤라는 것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러닝 내내 과설정으로 썰려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여러분이 제 에이브 나인을 천재 취급해주시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심지어 뒤르히덴발트의 유산과 천재 오디세이의 연구까지 받게 되며 책임이 막중해졌습니다…
뭐 하여튼 여기서 미리 스포일러를 하자면! 에이브 나인이라는 인간은 천진난만함으로 치장이 된 악인(그러나 선행을 표방하는)이었고, 결과적으로 여러분의 리틀 원숭이 억장 무너트려 끼끼가 되어드렸습니다. 살아있는 인간 원숭이와의 2주간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저는 여러분과의 우주 여행이 즐거웠답니다. 모쪼록 텁텁한 일상 속에서의 자그마한 웃음 코드가 되어드렸길-닷 만큼은 못하겠지만-바라며!
이러쿵저러쿵. 그렇다면 오너의 잡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이상 에이브 나인의 엔딩로그로 마저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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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디아 메르헨-디아는 죽었다. 바리 연구소에서 쌓아올린 모든 업적은 무너뜨렸다, 그 손으로 직접. 달걀과 돌을 던지던 이들이여 자 찾아와서 외쳐보아라. 내가 살인자냐고. ‘애꿎게 기체 하나 망가트린 인간들’ 서넛을 인생 나락으로, 지옥으로, 진창으로 아주 처박아버린 내가 공평함이 아닌 이기주의의 산물이냐고.
아니, 나는 기어코 살아남아 트웰브가 남긴 것들을 세상에 배분하겠다. 에이브 나인은 생각했다. 그가 나를 사랑했으니 나 또한 기꺼이 그를 사랑하겠다고. 그는 나같은 축생을 사랑했으니, 나또한 기꺼이 내 동족을 사랑하겠노라고. 모든 자아를 지닌 것엔 힘이 있고, 모든 사그라드는 것들은 별과 같은 눈부심을 선사할 수 있으니 나또한 기꺼이 그런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한 번 사는 인생, 이 몸이 바스라진다 할지언정 길고 오래 살아, 나같은 인간도 오래 살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내 이 몸 불사지를 생각 없으나 영혼부터 시작하여 발 끄트머리의 거스름 까지 하고픈 일에 온통 바치며 허우적거리는 것 대신 첨벙이며 살겠다고. 정보와 자료의 물살 속에서 호흡 없이 가라앉는 것 대신 첨벙거리면서 아이처럼 신나게 놀다가 가겠다고.
인간이라는 것이 구축되어 빚어진 존재라면 사명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구와 다르지 않다. 아니다! 모든 것에는 사명이 존재할 필요 없고, 모든 자아 있는 것은 그것 자체 만으로 존귀하다. 그러기에 우리의 모든 유년은 어른들에게 보상받아야 하는 산물이 아니며, 우리의 모든 어른 시절은 어린 나날의 탈바꿈일 뿐이다.
트웰브,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제 당신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끝까지 남아있을 줄로만 알았던 기억은 퇴색되어 영상매체나 사진 매체를 돌려보지 않으면 곤란하겠단 상황에 노출됩니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나는 결국 노력의 산물에 가까우니 진실된 영재처럼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다 빛의 반사에 의해 굴곡된 것, 우리는 진실된 색 조차 모름에도 사과를 붉다고 하고 산을 초록빛 도는 곳이라고 하며, 바다를 파도 몰아치는 곳이라고 논하지요. 우리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인간도 결국 마찬가지더랍니다. 비록 엿같은 상황을 많이 겪고 미칠 것 같은 트라우마 연속 시뮬레이션에 울기도 했지만 잘 추스렀습니다. 당신의 말 그대로입니다, 트웰브. 살아가다보니 살아지더랍니다. 살아가다보니 되더랍니다. 살아있다보니 달라지더랍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어도 나는 여전히 삶을 희망하더랍니다…
그러니 나도 한 가지 낙관을 걸고자 합니다.우선, 보내야만 하는 유산이 많습니다. 나는 돌아가서 오디세이의 연구와 뒤르히덴발트의 유산을 마무리 지어야만 합니다. 그걸 마무리 지은 뒤엔 트라우마성 강박증 씨인-아, 나도 압니다 트웰브. 증상으로 사람을 부르면 안 된다는 것 즈음은요. 그러니 딱 한 번만 잔소리 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나도 인생 처음으로 이렇게 긴 고해를 하는 게 떨린단 말입니다… 하여간에, 문테라 헤즈윅의 이야기를 셋과 함께 나누고, 그 곁에 잘 있을지도 모를 바스티타스에게 한 소리를 뱉을 겁니다. 그 다음엔 30년 기다립니다. 지구에 있을 하임을 보러. 겸사겸사 그 곁에 묻혔을지 살았을지 모르는 닷을 보러 갈테고. 그 다음엔 40년째 기다림, 그루입니다. 70년째, 루스가 말을 한 슬픔에 대해 이해를 하고 당신을 떠나보낼 겁니다.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더라면 당신에 대해 거의 잊었을테지요. 유년에 대해 곱씹기엔 바쁜 것들이 많아 뛰어다니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아, 그래요. 시온 라피우스라는 청년을 고용했습니다, 경호원으로요. 그 다음엔, 그래. 크레이라고 또 나보다 두 살 어린 청년 있는데 조수로 쓸까 고민 중에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건 아니지만 행동력이 빠르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내게 필요한 인재니깐요.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 약속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만들겠지요. 그런 사소한 것이 나를 맺고 나를 엮는 것을 느끼는 순간마다 당신께 감사함을 남기게 됩니다.
트웰브, 나는 여전히 인생이 지루합니다. 죽음이 지척이고 삶에 미련 따윈 없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이 재밌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 것임을 알고 있기에, 당신의 말은 예언서가 되어 내 인생의 지침이 되었기에. 오늘도 당신을 가장 사랑으로써 충실히 따르는 신도, 에이브 나인이 이만 말을 마칩니다.
추신. 천재가 셋이나 있으면 터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랍니다. 그냥 천재에 의해 키워진 필부, 천재에게 시달린 바보, 그 정도만 생길 뿐이더군요. 같은 사람이란 역시 없는 모양입니다.
추추신. 나는 겨우 한 꼬마를 통해 유년 시절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만, 편지 쓰는 것을 버릇 들여야 하기에 처음으로 당신께 말을 올려본- 료타의 도움을 받은 에이브 나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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