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렘
사르디나의 바닷바람엔 특유의 생선 냄새가 있다. 부둣가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소금기보다는 조금 더 눅진하고 찝찔한 비린내.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과 그로부터 분화하는 일상, 그 틈바구니에 숨죽인 포탄과 화약 냄새가 뒤섞여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로잔나는 말했다. 사는 것들은 대개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가장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파편이 바로 냄새라고
* 이 모든 것에 지쳐서 나는 사라질 작정이었다지. ¹ 눈을 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날이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숲 공기가 피부에 찐득하게 달라붙는다. 이불처럼 저를 덮은 안개에 몸을 뒤척이다가 찌르르 울리는 새 소리를 듣는다. 아침의 희미한 햇살은 아직 숲 밑바닥에 닿지 않고, 그렇기에 사위는 어두운 채지만. 그래도 모노는 몸을 일으
* ‘모집합니다. 나이/성별/인종/능력 무관.’ A이 팸플릿을 발견한 건 유월 이십육 일 오후 세 시경이었다. 점심시간 십 분 전에 걸린 긴급 출동으로 끼니를 거른 에스퍼들이 급식실로 대거 몰려들었던 바로 그때. 팸플릿은 홍보라는 제 탄생 이유를 착실히 수행하는 듯 배식처 바로 옆 벽면에 붙어 있었다. 촌스러운 파란색 배경에 얼기설기 누끼를 딴 설원
* 나는 최초의 순간을 기억한다. 시작은 산크레드였다. 간밤에 자리를 비운 널 기다리기 위해 나는 크리스타리움의 광장에 앉아 있었다. 날은 조금 흐린가 싶더니 곧 비가 내렸고, 그에 따라 기온이 떨어지며 추위가 엄습했다. 방한복 없이는 견디는 게 힘들겠구나 싶어 나는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몸을 녹이는데 산크레드가 왔다. 여기 있었구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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