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렘
* 나는 최초의 순간을 기억한다. 시작은 산크레드였다. 간밤에 자리를 비운 널 기다리기 위해 나는 크리스타리움의 광장에 앉아 있었다. 날은 조금 흐린가 싶더니 곧 비가 내렸고, 그에 따라 기온이 떨어지며 추위가 엄습했다. 방한복 없이는 견디는 게 힘들겠구나 싶어 나는 휴게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몸을 녹이는데 산크레드가 왔다. 여기 있었구나, 모
1. 웃지 마. 난 진심이야. ……. 내 영웅은 너뿐이야. *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쐐기에 카엘이 질겁하며 몸을 틀었다. 춤을 추듯 빙그르르 돌며 귓가에 울리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서쪽 오십 미터에 하나. 북쪽 십삼 미터. 공격 태세에 들어간 건 북서쪽 육 미터. 날아다니는 적을 노려보며 방아쇠를 당긴다. 단말마를 지르며
“귀신이 앓아누웠대.” 은밀한 중얼거림은 전장의 스산한 피바람을 타고 퍼진다. 높게 올려 묶은 백발이 뱀과 같은 궤적으로 흔들리는 동안 모노는 청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따닥, 따닥, 모닥불 타들어 가는 소리. 곳곳에 친 천막 안에선 부상자들이 앓는 신음과 생존자들의 흐느낌이 번잡하게 뒤섞인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병사들은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쓴 채, 그러
밤이다. 불면은 그림자처럼 피부에 스민다. 침대에 정갈하게 누운 채 모노는 생각한다. 이를테면 빛과 어둠에 대해서. 불과 바람에 관해서. 상반된 주제들을 향한 의미 없는 탐구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같은 결론이 난다. 통합되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는 것들을 나란히 늘어트려 놓으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걷는 것들 위에 불면을 한 자락 떨구면. 그
00. 너는 떠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01. 땅거미가 지면 온갖 소음은 그 몸집을 부풀린다. 밤에 깨어 있지 않은 날은 드문 터라 나는 새까맣고 커다란 소음들에 여간 익숙해지지 못한다. 반 뼘 정도 열린 창문 너머에선 날갯짓, 바람, 잎사귀, 풀벌레 따위의 온갖 소음이 작아졌다가 커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발끝이 닿지 않는 침대에 누워 그것들에 귀
어느 볕이 좋던 날. 영웅이 사라졌다. 새벽은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한 줄로 요약한 이야기가 밀서, 암호, 급보의 탈을 쓰고 전 세계에 은밀히 퍼졌다. 각국 정상들은 빠르게 모였다. 첫 편지를 부치고 정확히 일주일 후. 각국의 정상들은 올드 샬레이안의 대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들은 모두 상황이 긴급하다는
파이널판타지14 확장팩 전반에 걸친 스포일러 및 효월의 종언 주요 스포일러 포함 00. 당신의 여행은 좋았나요? 02. 모노에게 있어 단순하지 않은 시작은 없었다. 깊은 생각보단 즉각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천성 탓도, 물론,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빠르게 내리는 결정과 종종 가지는 강한 확신이 그를 두 번 고민하지 않는 사람으로 빚어냈다
안녕하세요 이걸 쓰겠다고 한 놈은 나기는 하지만 뭔가 정신 놓고 타자 두드리고 있자니 상당히 웃기네요…….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해보자면. 여러분은 파이널판타지14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아주 오타쿠 친화적인 게임이죠. 게임이랑은 벽을 치다못해 관심도 가지지 않았던 저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rpg를 파판으로 시작해 아주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1년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