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UIN
형의 말도 안 되는 요청에 반문해보았지만 슬프게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었다. “그래. 네가 말한 대로다.” 형은 진심으로 동생에게 방해꾼 아무나 하나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부탁일까? 내가 거절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안 하고 툭 내뱉은 것이? 나는 살인자다. 많이도 죽였고 그 중에는 꼭 죽어 마땅한 사람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처럼 말하는 괴물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비밀은 단 한 명에게라도 털어놓는 순간 온세상 모두가 알게 되니까.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영원히 침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딱 한 명에게만 말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상대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말은 그 누구도 믿지 않으니까. 어머니는 ‘미친 사람’이었고 모든 사
“저 퍼시에요. 오랜만입니다, 어머니. 아일랜드에 오자마자 바로 여기 왔어요. 어머니도 많이 야위셨군요. 형이 굶기는 건 아니죠? 정말? 형이 잘 대해주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당연히 어머닐 믿죠. 어머니가 저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셋 중 절 가장 사랑하시는 것, 다 알고 있으니까요. 저는 이국 땅을 여행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답니다. 하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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