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

나디아 에스필리아 로그

“아가씨!”

“라이나, 이거 봐! 거꾸로 매달리기!”

“아가씨!”

괜찮아, 지금은 셔츠에 바지 입고 있어! 낭랑한 목소리에 라이나가 기겁에 찬 목소리-비명과 비슷했다-로 자신을 불렀다, 머리가 아래를 향하고 있어 금빛 머리카락이 햇빛에 비쳐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바다가 일렁이는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문제는 이 모습을 백작님이 보신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입으로 들어온 사용인인 라이나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라이나 입장에서는 어린 아가씨가 꽤나 골칫거리였으리라. 드레스를 입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건 기본이요, 주방에 들어와 쿠키 반죽을 떼어 먹고 가기도 하고, 지금처럼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지를 않나. 아침부터 드레스를 거부해 셔츠에 바지를 입혀 줬더니 이러려고 거부하신 거였나? 다른 사용인들은 처음에 놀라다가도 다치시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각자의 일을 하러 사라졌다. 라이나만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었다. 저러다 떨어지시면 어떻게 하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떨어진 작은 아가씨를 겨우 받아낸 후 한숨을 내쉬었다.

“나, 다음엔 더 오래 버텨 볼게!”

“버티실 필요 없어요, 아가씨.”

-백작님이 보셨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하는 말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는 건지 딴청을 피우는 작은 아가씨의 어깨를 살짝 잡아 자신을 보게 한 라이나가 눈을 맞추고 또박또박 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이러시면, 안 돼요. 그리 말하고 나서야 으응. 하고 대답한 아가씨의 말에 신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라이나는 진심으로 저 큰 나무를 베어버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쨌든 아가씨가 나무에만 올라가셔서 고민이에요.”

“조금 더 자라시면 그만두실 겁니다.”

한나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 앞에서도 그리 한숨을 쉬신 것은 아니죠? 말에는 괜히 시선을 피하면서.

“한나! 라이나!”

낭랑한 목소리에 네 개의 눈동자가 아래를 향했다. 아가씨, 하며 허리를 숙이는 폼이 자연스러웠다. 무슨 일이십니까? 묻자마자 흙투성이가 된 손을 내미는데, 손에 꽃 두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 하나씩 가져~. 하는 목소리가 낭랑하니 듣기 좋았다,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다. 라피에르 도련님은 사용인을 보아도 보지 않은 듯 하는데 유독 나디아 아가씨께서 아는 척을 한다, 고 한나와 라이나는 생각했다. 물론 도련님의 행동에는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말을 오래 하기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임을 알지만 남매가 이렇게까지 반대일 수 있나? 이어 생각하면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감사해요, 아가씨.”

“응!”

나 이제 또 놀러 갈게! 꽃을 주고서는 방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꽃을 주머니에 넣으며 한나와 라이나가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오세요. 아가씨. 제발 나무 위에는 올라가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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