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lla
카사네 유지로 > 미나미 카이토
사랑을 한 적이 없다,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어도 그걸 느끼지는 못할 거야.
중학교 때부터 해 온 생각이 있었다. 정확히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인가, 사랑은 자신과 너무 먼 이야기였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 사랑 때문에 웃는 이도 많이 보았지만 우는 이는 또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그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어차피 울기만 할 거면서. 다행히 중학교 때까지는 사랑 같은 건 모르고 자라났다, 흔히 말하는 짝사랑도 해 본 기억이 없었다. 감정 소모는 하기 싫어, 자신에게 사랑은 있으면 안 될 것이었기에 그 상황에 만족하며 자랐다. 주위에 사랑을 해서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당시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아, 그래. 선배를 만나서는 안 됐는데. 입꼬리를 올린다, 해사하게 웃는다, 그리고 인사의 의미가 담긴 말을 꺼냈다.
별을 좋아하시나 봐요, 반짝반짝 예쁘죠~.
―애초에 인사 삼아 그런 말을 하면 안 됐다고, 아직도 후회한다. 대체 이게 뭐야. 다시 떠올려 보니 첫만남부터 이상했다,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냐, 카사네 유지로. 그 선배가 유독 예뻐서 그런 거긴 해. 사랑 같은 게 아니라…. 새하얀 눈과 같은 머리카락, 바다를 담은 눈동자까지. 누가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생긴 선배는 꼭 둥실 떠 있는 사람 같았다. 연극처럼 매끄럽게 흐르는 목소리, 나긋한 말투, 다정한 미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어도 선배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하지? 생각했을 때부터 망한 거였는데, 이마를 짚었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사랑을 하게 됐다고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가. 차라리 끊어 버리는 게 나았어……. 생각이 들 때 쯤에는 이미 늦어 버린 뒤였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상대일 뿐이었는데.
애초에 그 선배를 내 바운더리 안에 놓으면 안 됐다, 차라리 중학교 때처럼― 아니, 이건 아니지. 이마를 짚던 손을 조용히 내린다. 이게 뭐라고, 이게. 분명 대화를 나누기에 좋았을 뿐이었던 상대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됐다. 이건 비밀이에요. 싶은 비밀들을 몇 개 이야기한 채로, 그 때부터인가? 시도때도 없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사람이 된 게. 선배는 꼭 바람처럼 굴었다. 조금 가까워지려고 하면 멀어졌다. 부담을 주기도 싫고 선배가 싫어하는 건 나도 하기 싫어.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으려 한 생각과는 달리 스스로는 선배에게 더욱 다가가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섣부르게 행동하지 마, 여러 번 속으로 중얼거린 것이 무색하게도……. 짝사랑을 하게 된 후 하나를 깨닫는다, 아. 다정한 사람을 짝사랑 상대로 삼는 건 진짜 바보같은 짓이었구나. 모든 행동을 '다정한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행동' 이라고 생각했을 때 선배가 자신에게 한 모든 행동은 납득이 되었다. 다정하니까 쓰다듬어 주고, 다정하니까 여행에서 본 것들, 쌓은 추억들을 서로에게 공유하자고 하고, 다정하니까 별 대신 야경을 보자고 했겠지. 뭐든 다정하면 납득이 되는구나, 를 새롭게 깨닫는다. 나는 어쩌다 하필 이 선배를 좋아하게 된 걸까 싶기도 하고.
붉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린다, 지금도 생각나. 어쩌면 좋지. 하필 기억력도 좋은 편이라 잊히지도 않고. 주고받았던 모든 이야기를 되짚는다. 더 생각하니 울어버릴 것만 같아, 시야가 흐릿해져 울렁인다. 결국 눈물이 고여 주르륵 뺨을 타고 흘렀다. 아하하, 바보 같이. 눈물을 닦으며 웃으면 입꼬리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너무 웃었을까. 조금은 덜 웃어 줄 걸 그랬나~. 생각하며 눈물을 쓱 닦아내면 겨울 밤 특유의 찬 공기가 뺨을 때린다. 추워, 들어갈까. 하지만 안으로 들어갔다가 아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은데. 별이나 보다가 들어갈까 봐, 그렇게 텅 빈 눈으로 밤하늘을 눈에 담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그 선배가 생각난다. 망할……. 분명 별과 바다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그리고 단 음식도. 아, 차라리 카이토 선배에 대한 걸 전부 잊어버리면 좋을 텐데. 기억력이 좋은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느니 기억력이 나빠 편해지는 게 나았다. 하지만 전부 잊어버려도 괜찮을까. 죄송해요, 선배 마음을 굳히기는 실패했어요. 그러니까…….
밤하늘을 보며 걷다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 선배구나. 한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모습. 지금이라면 말해도 될까?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여행은 끝나가고 돌아가면 선배를 피해 다니는 일 쯤은 식은 죽 먹기일 테니까. 학년이 다른 사람을 피해 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미나미 선배, 여기서 보네요. 짧은 인사를 하며 다가갔다. 평소와 같은 따스한, 아니, 흐릿한 미소라고 해야 하나. ...언제나와 같은 미소. 선배의 앞에 서서 입을 연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선배.
선배는 다정해서 누구한테나 그런 걸 아는데 생각처럼 마음이 쉽게 안 떠나서... 그냥 직접 말하고 포기하려고요, 좋아해요.
―아, 드디어 말했다. 짧게 덧붙이며 웃었다, 이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속으로 닿지 않을 말을 내뱉으면서. 그렇게 짝사랑의 종장에 마침표를 찍는다. 선배랑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정말 즐거웠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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