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세 이름 날조 주의

“작은 아빠~.”

“뭘 원해서 이렇게 예쁜 눈으로 아빠를 쳐다볼까?”

“나~, 저기 나오는 로봇 장난감 가지고 싶어!”

“장난감?”

아, 분명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더라니. 요즘 유행하고 있는 로봇 장난감이었다. 텔레비전만 틀면 광고로 많이 나오던데… 왜 우리 공주님이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안 하시나 했지, 생각하며 딸을 안아들었다. 카나, 지금 로봇 장난감 몇 개? 하자 자신과 같은 색의 동그란 눈동자가 한 번 사랑스럽게 깜빡인다. 작은 아빠, 그게 중요해? 중요한 건 카나가 저걸 갖고 싶다는 거잖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제 목을 끌어안는 카나의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누굴 닮아서 이렇게…. 큰 아빠인 선배가 없을 때만을 잘 노리는 거지? 카이토 선배와 자신의 딸, 미나미 카나는 하필이면 자신을 쏙 빼닮았다. 분홍색 머리카락부터 붉은 눈동자에, 심지어 성격까지. 저 기회주의자같은 면모를 보면 누가 봐도 자신을 쏙 빼닮은 아이였으니까. 나 참, 자신을 이름으로 칭하며 뻔뻔히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라. 저 모습을 아이라고 할 수 있나? 내가 너무 유하게 굴고 있나? 짧은 사이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엄마 말로는 누나랑 나도 원하는 걸 안 사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정도로 울었다는데. 그걸 생각하면 일리가 있었다. 죄송해요, 선배. 선배도 알고 계시겠지만 이건 제 유전자에요….

“잘 들어, 공주님. 공주님한테 장난감을 사 주면 작은 아빠가 혼나.”

“큰아빠가 혼내요?”

“그럼, 작은 아빠도 혼나지.”

“으으응….”

글쎄, 그렇게 봐도 안 된다니까. 자신의 말에 카나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저건 필시 축 처진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장난감을 가질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모습이리라. 자신을 닮은 딸이라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기는 상당히 쉬웠다, 작정을 했군. 평소였더라면 카이토 선배가 오실 때까지 시간을 끌며 버텼겠지만 오늘은 무리였다. 분명 일이 있다며 조금 늦을 거라고 하셨으니까, 카나도 그걸 알기 때문에 더욱 작정한 것 같았고….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안고 있던 딸을 소파에 앉히며 생각했다. 카나, 간식 뭐 먹을래? 아빠가 로봇 사주면 먹을게. 말 돌리기도 장렬하게 실패. 그치만 카나 로봇 장난감은 별로 없는데? 붉은 눈동자를 또 다시 한 번 깜빡, 해사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카이토 선배는 애교에도 넘어가지 않고 엄하게 대하며 선을 그으셨을 것이다. 괜히 미나미 가의 실세겠는가? 반면 자신은 카나가 더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하며 키웠기에 그렇게 선을 긋는 게 쉽지가 않았다, 시간을 질질 끌었으면 끌었지 ‘안 돼’ 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부분은 카이토 선배를 조금 배워야 할 텐데….

“아빠, 안 사주면 카나 울어버릴 거야.”

“…카나, 그렇게 말했을 때 저번에 큰아빠가 뭐라고 하셨지?”

“흥.”

지금은 큰아빠 없으니까 괜찮아! 뻔뻔한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선배, 살려주세요. 카나가 저 괴롭혀요. 침을 꼴깍 삼켰다, 카나가 운다는 건 분명 집이 떠나가도록,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운다는 뜻인데. 그리 생각하며 카나를 바라보면 카나는 이미 치맛자락을 손으로 꼬옥 쥔 채 큼지막한 붉은 눈동자에 눈물을 고인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으아앙…. 결국 터져 버린 울음보에 안절부절, 그래도 이번에는 저번보다 오래 안 넘어가고 버텼는데, 역시 울음에는 안 넘어가기 힘든 거지. 다시 카나를 안아 들며 달랬다. 우리 공주님, 착하지? 뚝 하자.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는 목소리에 돌아오는 대답은 울음 섞인 목소리. 카나, 흑, 안 착해! 환장하겠군. 차라리 수업 세 시간을 연달아서 하는 게 더 쉽겠어. 아무리 영악하게 굴며 우는 거라고 해도 우는 모습은 오래 보기가 힘들었다, 결국….

“카나 뚝.”

“내려!”

“내려주세요, 해야지.”

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카나의 발이 맨질한 바닥에 닿았다. 이내 카나에게 맞춰 몸을 숙이고. 잘 들어, 카나. 큰아빠보다 빨리 돌아와야 하니까 장난감 가게에서 다른 장난감 구경할 시간은 없어, 장난감을 더 사는 것도 안 돼. 알았지? 또박또박 이야기하자 이내 카나의 얼굴에는 사르르 웃음이 피어난다. 아빠, 안아줘! 카나 안겨서 갈래! 내려달라고 한 게 불과 몇 초 전인데 또 안아달라고 하는 걸 보니 기분은 좋아졌나 보네, 생각하며 겉옷을 입은 후 카나를 안아든 채 집을 나섰다. 또 이런 상황이군, 이따 한 번 혼나지 뭐. 차에 카나를 태우고 자신도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작은 아빠, 카나 대신 하루만 혼나! 영악한 말에는 글쎄~? 카나도 혼날 걸? 하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를 흥얼거리면 이내 익숙한 장난감 가게가 보인다. 창 밖을 바라보는 카나도 즐겁다는 듯 동요를 흥얼거리고 있고. 이내 주차까지 끝낸 후 시동을 끈다. 카나, 먼저 뛰어나가면 안 돼? 아빠가 문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 고개를 끄덕거리는 카나를 보고 착하네, 중얼거린다. 카나까지 내려주고, 그냥 가게 안까지 안고 가는 게 더 편할 것 같아 카나를 안고 장난감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발랄한 점원의 목소리.

“카나, 로봇 장난감 찾아 오세요.”

“네!”

카나를 내려주자마자 카나가 한 곳을 향해 도도도 뛰어간다. 이걸 사러 와 보지도 않았는데 위치는 어떻게 아는 거지? 의문이 한 번 스쳐 지나갔다가, 그러다가도 그런 것까지 생각할 정신력이 없어 그저 넘겨버릴 때쯤 카나가 저 쪽에서 자신만한 장난감 상자를 안고 걸어온다. 저렇게 크다고? 요즘 애들 장난감이 다 크다고는 하지만…. 저걸 숨기기는 불가능할 거고, 그냥 카이토 선배가 오시자마자 무릎이라도 꿇는 게, 아니. 무릎은 좀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착실하게 계산을 하고 있다. 한 손에는 장난감이 든 쇼핑백을 들고 한 손에는 카나의 손을 잡은 채로. 주차장까지 걸어가다가 차가 보이자 차키를 꺼내 시동을 켰다. 카나, 잠깐만 기다려. 일단 장난감이 든 쇼핑백을 먼저 차에 싣고 카나를 차에 태워 벨트를 채웠다. 아빠, 집에 큰아빠 와 있으면 어떻게 해? 글쎄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자신도 차에 타고. 또 다시 차를 몰았다.

“아빠, 카나 오늘 뭐 잘했어?”

“다른 장난감 구경도 안 했고, 더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았고.”

“히히.”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눌 때쯤 스마트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윽, 카이토 선배다….

“네, 선배.”

“유지로? 어디 나갔어요?”

“아, 그게…. 지금 집이세요?”

“방금 들어왔어요.”

음, 선배. 그게…. 제가 카나한테 장난감을 사 줬는데요, 덧붙일 때쯤 카나가 뒷좌석에서 말한다. 큰아빠, 카나가 졸랐어! 하고. 그리고 잠시 짧은 정적. 침을 작게 삼킨 후 삐질거리며 대답했다. 일단은, 빨리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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