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AKCU by 에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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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빛을 받아 본 적 있나? 무대는 삶의 가장 뜨겁고 찬란한 일부를 잘라내어, 그것을 진열하는 공간이며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그 열기를 그러모아 집중시키기 위한 개체였다.

 

그렇다면 뜨뜻미지근하고 평탄한 삶이기를 간원하는 타니무라 아키토에게 있어, 스포트라이트는 불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의 삶에 허용되는 빛이란 고작해야 한낮의 태양 정도가 아닐까….

 

대기가 맑았다. 구름은 꽃처럼 펼쳐져 양산이 되어주었고 햇살은 오렌지색으로 반짝였다. 방 안을 채운 햇빛은 사내의 볼과 어깨를 간질였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빛은 이 방의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또 편애하지 않은 채로 퍼져나갔고 누구도 그 빛을 좇아 사내를 집중하지 않았다.

 

“내가 표현하지 않는 건 그럴 필요가 없고 그러고 싶지 않아서, 표현하는 건 그 외의 것에 신경 쓰지 않길 바라서야.”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적당히 어울리고 내보여줄 테니 더 파고들지 말라는 의미.”

 

째깍, 째깍…. 초침 소리를 따라 태양이 서서히 기울었다. 그림자에 집어삼켜진 사내의 옆선을 따라 금빛 테가 그려졌다.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 자연이라는 오래된 연출가의 손끝에서 그들은 모두 한갓 피조물이자 무대 밑의 관객이 되고는 하였다. 제비꽃색 눈동자 속에 다감한 미소와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비쳤다.

 

“하지만 아키쨩, 저한테는 계속 대답해주고 있잖아요.”

“넌 그게 더 간단하니까. 나도 너한테 계속 질문하고 있고.”

“혹시 제가 물어보는 게 불편해요? 귀찮다던가.”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지….”

 

난 귀찮으면 귀찮다고 말하잖아. 당신은 귀찮다면서도 착실히 대답해주니까 묻는 거잖아요. 그것도 그런가. 실없는 속삭임이 꽃바람처럼 흘러갔다. 탁. 머그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자가 도넛을 베어 물었다. 딸기 코팅이 파사삭 부서지며 머리에 당분을 불어 넣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표현하는 것은 그 외의 것에 신경 쓰지 않길 바라서…….’

 

다디단 설탕 알갱이와 함께 그의 말이 틈 사이로 흘러들었다. 아, 그렇구나. 시라미네 치유리는 다시금 제가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타니무라 아키토는 무대 밑에서 무대 위로 올라간 것이 아니다. 그의 삶은 언제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가장자리에 존재했으며 그는 뛰어난 배우였다.

 

그러니까 그간 치유리가 깨진 유리가면 틈 사이로 보이는 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착시에 불과하며, 그가 감추지 못한 진심이라 여겼던 것들은 아키토가 ‘보여준’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려나.’

 

손에 쥔 도넛을 꾸역꾸역 목 아래로 밀어 넣은 치유리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빛이 눈을 찌르는 통에 눈 안쪽이 따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처럼 속상하다거나,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일일 것이다. 시라미네 치유리는 이제, 설령 그가 내보여준 것일지라도 온전히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있는 힘껏 좋아해야만 진정성을 갖는다고 여기지도 않게 되었다.

그 모든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십여 년의 세월에 걸쳐 알려준 상대가 있었으니까.

 

 

“있죠, 아키쨩. 저는 만일 당신처럼 살아야 했다면 답답하거나 외로웠을 것 같아요. 아무도 진정한 나를 몰라…. 너무 슬프고 외로워! 같은?”

“……또 이상한 말을 하네.”

“이거 꽤 유명한 클리셰인데도요? 전에 방영됐던 드라마에서도 나오잖아요.”

“난 안 그러잖아, 드라마 좀 그만 보는 게 어때?”

“그러니까요. 당신은 안 그럴 거잖아요.”

 

그래서 ‘만약’이 붙는 거죠. 대부분은 언제 어디서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거나 편하게 여기는 상대를 그리잖아요. 대중매체에서 진정한 사랑이나 가족, 우정, 파트너 같은 걸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이유가 있다니까요.

 

잔웃음을 흘린 여자가 제 입가를 매만졌다. 손가락 끝에 닿는 부스러기는 없었다. 다음엔 과일 젤리 같은 걸 사 와볼까요. 드물게도, 걸친 것 없이 매끄러운 손에 시선을 둔 시라미네가 가만 고개를 기울였다.

 

 

“이번 질답은 만족했나요? 저는 만족스러웠는데.”

 

 

 

 


치유리는 지금까지 아키토의 사회생활 ON/OFF를...

내숭 모드(남들 앞) / 진실된 모습(울애들 앞)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숭 모드가 내숭이긴 한데 진실된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딱히 200% 진실된 건 아니구나를 (이제서야...) 깨달았단 소리...

 

머 글타구 앜토가 진짜 진심을 아예 안보여준것도 아니고

하물며 상대가 앜토다보니 나였으면 외로웠을거 같지만 네가 행복하다면 OK야! 가 되었다는 그런...

 

얘 시점의 이야기만 하자니 그뭔씹 같네요... 그치만 앜토 캐해석의 해상도가 올라갔어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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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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