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작업물 - 포말

천원의 행복

Commission by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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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거품이 될 거야.

 

 

 

너를 보기 위해서 나는 수도 없이 헤엄쳤어. 너를 만나기 위해 나는 반짝이는 비늘을 심해층에 흐트러뜨리며 해수면 위로 올라왔어. 그래, 나는 너희를 만나기 위해. 너희를 너무나도 사랑해, 기어코 물거품이 된다.

 

나는 인어공주도, 그 무엇도 아냐. 그저 해중 밖으로 빠져나오면 숨을 쉴 수 없는. 세상과 걸맞지 않은 박애에 불과하지. 내게 박애라는 단어가 과연 들어맞을까? 나는 그저 너희를 사랑할 뿐인데. 너희를 사랑해서, 기꺼이 물거품을 자처하는 것뿐이야. 나는 영웅도, 히어로도, 구원자도 아니야. 나는 이기적이야. 너희를 위해 물거품이 되어 포말을 터뜨리려는 일개 미물이자 해수어일 뿐이야. 나는 바다가 없으면 살 수 없어. 바닷물이 아닌 이상 숨을 쉴 수 없어.

 

 

 

그런 내게, 너희는 기어이 숨을 들이켜게 만드는구나.

 

 

 

아, 무지개다. 이것은 착시이다. 심해로 가라앉는 포말에 반사된 조개의 빛깔이다. 그것을 그는 하늘로 착각했다. 무엇이 되었든 좋았다. 나는 너희를 사랑해! 그저 그걸로 족해. 내가 너희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을까? 나는 수평선을 넘어 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애정이란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을까? 아, 대답이 듣고 싶어. 하지만 듣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그저, 너희를 사랑하는 게 전부니까.

 

 

 

사랑은 지독하게 잔인하다. 그것은 희생을 당연시하게 만들고,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헌신이란 무엇인지 각인시키며. 그 대가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 간다. 사랑은 이토록 잔인해서 그의 목소리를 앗아간다. 그는 그렇게 물거품이 된다. 포말이 되어 해변에 바스라진다. 햇살은 잔혹한 반짝임을 선보였다. 그것이 내게는 당연하다는 마냥. 아무렴 어떨까, 너는 살았고, 너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너희에게 사랑을 일깨워 줄 수 있어서 좋았어. 응, 나는 행복해. 행복했어. 그러니까 우리, 언젠가 다시 바다에서 만나자. 나는 부말이고, 포말이며, 물거품이 되어 영원히 바다에 남을 거야. 이 세상에서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영원할 거야.

 

 

 

안녕, 안녕! 안녕,

 

 

 

너희 모두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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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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