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손경수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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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호는 출발하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 2512년 은하연방의 외계인들이 더 이상 지구에서 일어난 환경 파괴를 두고 볼 수 없어 인간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배일이는 갑자기 자신의 모니터에 뜬 은하연방의 외계인 대사 크무니아로의 끔찍한 얼굴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순식간에 지구의 모든 통신망을 장악한 은하연방은 인간들은 기술 수준
“원대(院垈)리는 망한지 오랜디?”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야? 그만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건만 마을 하나가 홀랑 망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가을걷이가 막 끝낸 논바닥 위, 구름 한 점 없는 퍼런 하늘에 홀로 쨍한 해님이 비웃는 듯 했다. *** 며칠 전, 허리가 뻐근하도록 몸을 수그려가며 벼를 베고 있을 때 우리
성진여고의 밤은 고요했던 다른 날들과는 달리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했다. 성진여고는 기숙 학교로 학생들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되어 오로지 학업에만 매진 한다. 마치 중세의 고요한 수녀원과 같았다. 하지만 여름 방학이 오기 전 기말 고사가 끝나고 단 하루 학교는 문을 활짝 열고 외부인을 맞이한다. 오늘이 성진 여고의 축제일 성진제가 있는 날이다. 이때만큼은 학생
비가 찾아오면 으래 산등성이에는 무지개가 걸렸다. 소년은 밭일하던 손을 멈추고 일곱 빛깔의 아름다운 아치를 쳐다보았다. 이마에 붙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허리 숙여 김을 매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정말 아버지는 무지개 보물을 찾았을까요?”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물으면 늘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소년은 아버지에 대해 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