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深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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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열면 그 짧은 사이 열댓 개는 쌓인 메시지 알림이 화면 한켠에서 깜박이고 있다. 정말 괜찮은 게 맞냐는 걱정부터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초대까지, 아가토는 그 과분한 관심을 전부 외면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버린다.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휴대폰이 바닥에 힘없이 구른다. 막노동을 하고 온 것도 아닌데 머리가 핑핑 돌았다
1 큰물에 갇힌 듯 숨이 답답하다. 눈앞이 어둡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길모퉁이를 지나다 돌연 커다란 개와 마주칠 때면 꼭 이런 기분이었지. 아가토는 손을 들어 제 목줄기를 더듬는다. 피부를 뒤덮고 있는 껍데기를 전부 열어젖히고만 싶은데. 이것이 그저 몽중인지 아니면 현실로부터 유리되는 섬망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육신의
3 처음 그는 영신의 얼굴을 둘러쓰고 있다. 매번 그러했듯 범신은 그것이 영신 아닌 다른 존재임을 첫눈에 알아차린다. 그러나 이곳에서만큼은, 또는 이곳에서도 역시. 범신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달리 없다. 그것은 범신의 품 안 어딘가에 존재할 묵주나 성수 따위에 대한 인지와는 무관한 현상이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 수조에 머리를 처박은
2 범신은 음산한 기운을 풍길 정도로 낡아 군데군데 외벽의 칠이 벗겨진 빌라로 들어선다. 근처에 주차할 만한 구석이 없어 차를 세워 놓고도 제법 걸어야 했다. 저 고물도 이제 수명이 다한 것 같은데, 언제까지 멀쩡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 범신은 남은 살날을 가늠해 본다. 그래도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어떻게 억지를 부려서라도 타고 다닐 수
1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병상 위에 정물처럼 붙박인 붕대투성이 환자는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그의 몸에 연결된 몇 개의 관이 허공에 길게 늘어져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며칠 밤이나 더 넘길는지 알 수 없는 중환자다. 수액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를 맑게 가른다. 얼룩진 통창 너머로 차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그것이 꼭 그를 들이받았던 트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