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빵] 늑준인빵

빵짝준 늑대수인준수

Chapter 1. 귀가 네개 꼬리가 하나

 

 

🐾🐾🐾

 

 

 

전영중의 왼쪽 팔에는 작은 상처가 있다. 팔꿈치 아래 반원 모양의 작은 흉터가. 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어린 강아지가 물었을 것이라고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 흉터는 강아지에게 물려서 생기지 않았다. 심지어 짐승도 아니었다. 전영중의 팔뚝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주인공은 바로 5년 지기 소꿉친구의 여동생이었다.

만날 때마다 발그레한 얼굴로 힐끗힐끗 자신을 바라보던 지수. 하굣길에 오빠 손을 잡고 쫄래쫄래 따라오는 친구의 여동생을 그때의 자신은 꽤 귀여워했던 것 같다. 가끔 놀이터에서 함께 놀기도 했던, 자신보다 한참 작은 어린 여자아이가 놀이터에서 갑자기 강아지로 변해 달려들 거라곤 어린 전영중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팔뚝에서 느껴지는 아픔. 갑작스러운 충격에 밀려 넘어진 몸. 뒤집힌 시야와 뿌옇게 일어난 모래바람. 그리고 성지수의 머리에 난 정체불명의 강아지 귀. 언제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게 기절하고 난 뒤, 전영중은 팔에 붕대를 한 채 방 안 침대에서 다시 눈을 떴다.

“영중 오빠. 미안. 훌쩍. 미안해…….”

퉁퉁 부은 눈을 한 채 병문안을 온 성지수에겐 당연하게도 회색 털로 덮인 꼬리나 세모난 귀 같은 건 달려있지 않았다. 어느 모로 보나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전영중은 자신이 겪은 상황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줄 알고 있었다. 사실을 말해봤자 믿어줄 리가 없지. 애초에 제대로 본 게 맞긴 해? 기억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슬슬 성지수의 눈물이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많은 눈물을 뽑아낼 수 있는 거지?

지수를 방문 앞까지 배웅해주고 돌아온 조숙한 열한 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가장 편한 방법은 그럴듯한 말로 진실을 덮는 것이었다.

영중아. 어떻게 된 거니? 전영중은 부모님의 걱정어린 질문에도 사실을 말하는 대신, 들개한테 물렸어요. 의젓하게 대답했다.

의사의 소견도 다르지 않았다. 갯과 동물의 이빨에 물린 상처. 어디 하나 어긋난 곳 없이 자연스럽게 맥락이 들어맞았다. 전영중의 상처는 친구의 동생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개에 물린 상처가 되었다. 며칠 뒤 아파트 관리소에서 놀이터에 들개 조심 안내방송을 하는 것으로 짧은 촌극은 일단락되었다.

전영중은 그날 이후 강아지 귀를 단 성지수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 가던 중이었다. 점점 옅어져 가는 팔의 흉터와 함께 전영중의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일이었다. 요즘 겪고 있는 비현실적인 경험만 아니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준수.”

“어.”

전영중은 피곤한 얼굴로 버스 정류장에 앉았다. 피곤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낯빛을 보고 성준수가 쯧. 혀를 찼다.

“뭐래?”

“별거 없어. 피곤해서 그렇대. 잠을 푹 자래.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래. 잠 좀 자라 영중아. 얼굴만 보면 존나 오늘내일할 것 같애 니. 대체 뭐가 문제냐?”

“문제……있지.”

“뭔데?”

“말 못 해.”

“꺼져.”

매몰찬 대답이 돌아왔다. 너 때문이잖아 성준수. 전영중은 입술까지 올라온 한 마디를 꾹 눌러 참았다. 난 존나 잘 먹고 잘 자고 연습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너 때문에 지금 이게 뭐냐고, 준수야. 전영중은 흐릿한 눈으로 시내버스 전광판을 올려다보았다. 어디 강남역 근처에 대나무 숲 없나. 선릉역 왕릉 앞에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어이없는 마음을 해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전영중은 옆자리에 앉은 성준수를 찬찬히 응시했다. 성준수는 머리를 핸드폰에 박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앞으로 쏠린 고개 때문에 드러난 목이 희었다.

전영중이 나지막이 성준수를 불렀다.

“준수야.”

“어.”

건성으로 대답하는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전영중은 성준수의 얼굴을 보는 대신, 시선을 내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허리 아래를.

살랑.

“성준수.”

다시 한번 불렀다.

“왜.”

살랑살랑.

“준수.”

“씨발, 왜 부르냐고.”

살랑살랑살랑.

“……아무것도 아니야.”

전영중은 친구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멍하니 화단을 응시했다. 역시. 잘못 보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에게 꼬리가 달려있을 리가 없다. 그것도 저렇게 털이 풍성한 짐승의 꼬리가. 그렇다면 지금 보고 있는 저 살랑대는 털 뭉치는 뭘까. 내가 부를 때마다 반가운 듯 흔들리는 저건 대체 뭐냐고. 성준수는 왜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달고 있는 건데.

벨 소리가 울렸다. 성준수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연습실 사용 시간 변경을 공지하는 코치의 말소리가 들렸다. 전영중은 아닌 척 성준수의 등 아래를 흘끔댔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태풍을 맞는 갈대밭처럼 마구 흔들리던 털 뭉치가 놀랍도록 잠잠했다. 이젠 엉덩이에 달린 회색 먼지떨이로 보일 정도였다. 전화를 끊은 성준수가 전영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셔?”

“다음 주 월요일은 6시까지밖에 못 쓴대.”

휙휙휙휙. 꼬리가 다시 생명을 얻었다. 성준수의 시선이 전영중의 얼굴을 향해 있는 동안, 꼬리는 오른쪽 왼쪽으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아아.”

“뭘 보냐? 내 뒤에 뭐 있어?”

“아니. 파리가 날아다니길래. 준수 땀 냄새 때문에 왔나 봐.”

“뭐 씨발. 바로 샤워하고 나왔거든?”

목 뒤에도 제대로 씻은 거 맞지? 하하. 쌉소리를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으며 전영중은 재빨리 아닌 척 고개를 위로 향했다. 무언가 확실하지 않을 땐 모른 척하자. 16세 전영중이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늘 머리에 새기고 사는 교훈이었다.

그 후에도 성준수의 뒤꽁무니에 달린 먼지떨이는 제 주인이 전영중을 보고 있을 때만 세차게 움직였다.

전영중은 성준수의 꼬리뼈에 달린 의문의 털 뭉치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성준수를 안 보고 살 수는 없으니 걔랑 있을 때면 절대 하반신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신 허여멀건 잘생긴 얼굴만 쳐다보았다. 성준수 눈동자 색은 까만색이 아니라 고동색이라는 쓸데없는 정보까지 얻는 것도 감수하며 노력했지만, 곧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혔다.

꼬리에 이어 귀가 나타났다. 성준수의 머리 위에, 삼각김밥 모양을 한 회색빛 털 뭉치 두 짝이 솟아났다. 친구가 갑자기 귀가 한 쌍이 아니라 두 쌍이 됐는데 어떻게 못 본 척을 해요. 심지어 저거 움직인다. 진짜 동물 귀처럼 움직인다고.

3교시 수학 시간, 다시 성준수의 옆자리. 성준수는 웬일로 자는 대신 밀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정사각형과 원이 내접하든 외접하든 알빠쓰레빠지만 영어는 NBA 경기를 볼 때 도움이 된다는 철저한 농구 중심적 사고에 따른 행동이었다.

성준수가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를 비교한 교과서 지문을 따라 적는 동안 전영중은 성준수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느꼈는지 세모꼴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성준수의 눈은 여전히 공책을 향했다. 그러나 온 신경은 옆에 쏠린 듯, 손은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가만히 펜만 쥐고 있었다. 전영중이 손을 움직였다. 움찔. 성준수가 펜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덩달아 귀도 쫑긋거렸다.

긴장한 듯 성준수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전영중의 시선이 계속 자신의 얼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텐데도 성준수는 모르는 척 다시 펜을 움직였다. 개발새발 글씨를 쓰는 성준수의 손을 밀어내며 전영중이 공책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철자 틀렸어.”

속삭이는 소리에 성준수가 눈썹을 찡그렸다. 느슨해졌던 귀가 바짝 솟았다. 휙휙휙. 뒤에서 털 덩어리가 세차게 흔들리는 익숙한 효과음도 들을 수 있었다.

“어. 알아.”

성준수가 전영중을 보지 않은 채로 지우개로 글씨를 벅벅 지웠다.

수업 태도로 주의를 듣기 전에 자세를 바로 했다.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칠판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힘 조절을 못 했는지 지우개로 페이지를 찢는 소음이 들렸다. 씨발. 성준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가상의 수학 기호들로 이루어진 공식이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를 나타내는 것처럼, 전영중이 겪고 있는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은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어떤 진실을 깨닫게 했다. 힌트는 대놓고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전영중은 바보가 아니었다. 눈치도 빨랐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교사의 말을 모두 튕겨내고 있는 텅 빈 머리 한가운데에 수학 공식처럼 자명한 문장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다.

세상에는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중학교 3학년의 봄, 전영중은 깨달았다.

성준수는 전영중을 좋아한다.

🐾🐾🐾

 

 

성준수 이 미친 새끼. 전영중은 탄식했다.

신기함, 그리고 자연스럽게 거부감이 따라왔다. 날 좋아한다고? 성준수가? 나를 좋아해? 티를 딱히 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아니, 성준수 숨기는 거 못 하니까 티를 냈을지도. 알 바야? 전영중은 지금까지 그런 것을 의식하고 살지 않았다. 16살, 질풍노도의 사춘기 한복판에 있는 전영중은 자의식 과잉 청소년답게 대부분의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 쏟았다. 성준수의 모든 모습을 시시각각 파악할 관찰력이 있다면 다른 값진 곳에 쓰는 것이 맞았다. 농구 연습이라든가.

자신을 좋아하든, 말든 그것은 전영중의 알 바가 아니었다. 이해가 안 되네. 벌써 귀찮고, 짜증이 나고, 괜히 불편해졌다.

귀찮은 거 싫어서 일부러 고백 각 잡힐 때마다 요령 좋게 피해 다녔는데. 아. 왜 하필……. 매일 함께 먹고 자고 연습하는 농구부 친구는 그럴 수도 없잖아.

고심 끝에 전영중은 성준수의 무자각 짝사랑을 모른 척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성준수도 고백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담스러우면 적당히 선을 그으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자기감정을 자각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지. 하기야, 원래 남의 감정이나 자기감정에 둔감한 새끼였으니까.

전영중이 보기에 성준수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친구들, 이를테면 김훈이나 최영민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평소대로의 성준수였다. 다만 전영중을 볼 때마다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풍성한 꼬리를 살랑댈 뿐…….

그래. 아무것도 아닌 척 무시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저 빌어먹을 팔랑팔랑 꼬리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성준수의 마음은 눈에 훤히 들여다보였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커다란 털이 눈앞에서 막 움직이는데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냐고. 심지어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힘차게 흔들린다고.

전영중은 반쯤 체념한 채 틈날 때마다 성준수를 훔쳐보았다. 샤워실도 같이 쓰는 사내새끼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거부감은 그 사내새끼가 ‘왜 커다란 꼬리를 달고 다니는가?’에 대한 호기심에 묻혀버렸다. 전영중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본인은 저게 안 보이나?

저 여우 털 목도리 같은 풍성한 꼬리를? 심지어 꼬리만 달고 다니지도 않아. 작게 난 것도 아니고, 주먹만 한 귀 두 짝을 떡하니 머리에 달고 있는데. 거울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지 않나.

성준수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거추장스럽다며 목에 거는 교통카드 목걸이도 안 하고 다니는 놈이 저런 것을 좋다고 달고 다닐 리가 없었다. 성준수는 자신의 몸에 달린 것들이 마치 없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애초에 저게 진짜로 달려있긴 한 건가?

뭘까, 저게. 혹시 나한테만 보이나. 전영중은 한줄기 의구심을 품고 최영민에게 물었다.

“영민아. 혹시, 준수 머리에 있는 거 보여?”

“응? 준수 머리에 뭐 났어?”

“아……아니, 오늘 잔머리가 심하더라. 하하.”

전영중에게 빤히 보이는 모습이 친구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저게 남들에게도 보였으면, 성준수는 당장 SNS에 태그 잔뜩 달려서 전국구로 얼굴이 팔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성준수의 기묘한 모습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럼……. 전영중은 답답했다.

나만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건데. 성준수가 귀가 네 개가 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사내새끼한테 달려봤자 딱히 보기 좋지도 않은데.

갑자기 친구한테 귀와 꼬리가 생겼는데 아무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 구글에 검색해봐도 싸구려 코스프레 삽 같은 영양가 없는 결과만 나올 뿐이었다. 오이처럼 길쭉한 금속 덩어리에 모조 꼬리털이 달린 물건을 마지막으로 전영중은 검색창을 닫아버렸다. 어떤 용도로 저런 흉물스러운 물건이 만들어졌는지 추측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에게 꼬리가 달려있으면] 검색의 업보는 한동안 전영중을 망령처럼 따라다녔다. 아버지와 함께 인터넷 뉴스를 보던 중 사용자 맞춤 광고에 이상한 본디지 성인용품 사진이 떴다. 전영중은 망신살을 +1 적립한 뒤 질색하며 구글 검색 결과를 깡그리 삭제했다.

전영중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애초에, 환각이 맞긴 한가? 정말로 달린 걸 수도 있잖아? 전영중의 생각이 털 뭉치 실물론으로 흘러갔다.

오직 저 털 뭉치를 확인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전영중은 새벽 3시까지 안 자고 버텼다. 마침 동기 두 명이 집에 간다며 자리를 비운 날이었다. 매주 주말마다 가던 집도 안 가고(외동아들에게 갈비찜을 대접할 생각에 미리 장을 봤던 전영중의 부모님은 매우 실망했고, 전영중은 부모님을 달래느라 1시간 내내 핸드폰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성준수와 주말을 함께했다.

마침내 성준수가 잠이 들었다. 전영중은 소리를 들으며 성준수의 동태를 살폈다. 성준수는 한번 자면 잠이 깊이 드는 편이었다. 숨소리가 고르게 들렸다. 이 정도면 안 깨겠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백팔십이 넘는 거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낡은 침대가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전영중이 2층 침대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붙잡았다. 빼꼼 고개를 내밀고 성준수가 자는 침대를 내려다보았다.

귀나 꼬리는 본인이 제어하는 것이 아닌지, 성준수의 머리 위에 있는 세모난 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깊게 잠든 성준수를 향해 전영중은 조용히 손을 뻗었다.

놀랍게도……보송보송했다.

믿기지 않아 다시 손가락으로 귀를 건드렸다. 손가락이 누르는 대로 털 결이 움푹 들어갔다 나왔다. 틀림없는 동물의 털이었다. 그것도 살아있는 동물의 털. 강아지를 쓰다듬는 느낌과 똑같았다. 따뜻해.

전영중은 홀린 듯이 귀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으로 귀를 내리누르자 세모 모양으로 바짝 서 있던 귀가 반쯤 접혔다. 이게 말이 되냐.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든 손이 연결부분을 더듬었다. 전영중은 소름이 돋았다. 이 세상이 갑자기 현실이 아니라 게임 속 메타버스처럼 아득하게 다가왔다.

“으으음.”

성준수가 뒤척이며 몸을 옆으로 돌아누웠다. 더 쓰다듬어 달라는 듯 성준수의 머리가 전영중의 손을 향해 기울어졌다. 따뜻한 뺨이 손바닥에 닿았다.

전영중은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사다리를 붙잡았다. 빠르게 내려와 이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꿈결에 낸 소리인 듯, 성준수는 다시 잠잠해졌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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