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Feeling, Felling, Falling

월드 트리거.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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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도시에서 네이버에게 가족을 잃은 이는 많았지만 모두가 동일한 형태로 상실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미와 슈지는 제1차 대규모 침공에서 트리온 기관을 노린 트리온 병사에 의해 누나가 살해당했고, 소메이 하나는 네이버에 의해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부모님을 잃었다. 하토하라 미라이는 남동생이 납치당하여 생사를 알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앞의 두 사람보다는 희망이 있지 않느냐, 그리 말할 수 있는가 하면 네이버가 납치한 사람 중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 가능성은 남아 있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낫지 않냐고 한다면, 그렇다 한들 상실에 감히 경중을 따질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해?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 상실의 형태는 제각각이며 다만 이로 인한 목표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하토하라의 목표는 하나뿐이었다. 남동생을 찾는 것. 그는 보더의 원정을 통해 이를 이룰 수 있길 바랐고 자격을 얻는다면 가능할 줄도 알았다. 종내 명단에선 제외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하토하라 미라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최초로 세운 목표는 바뀌지 않았기에. 수단만이 변경되었을 뿐이기에. 수단만을 변경하면 될 뿐이기에.

그렇다고 보더에서의 모든 것이 수단에 불과하진 않았으리란 것은 본인의 입으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토하라 미라이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목표를 제한 모든 것을 수단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악독하진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미련을 갖는 거겠지. 미련하게도. 미룰 수밖에 없는 거겠지. 정리를.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 혼자뿐일지도 모르지만. 실은 정말로 그러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알지 못한다. 하토하라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무슨 생각으로 게이트를 넘어갈 생각을 했는지. 인간으로서 타인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이드 이펙트가 있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인간은 타인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짐작뿐이다. 짐작뿐으로 생각을 이어간다. 추측을 이어간다.

모든 생각의 중심엔 자기 자신이 놓이지만 편향성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더 최선을 다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니 기다리지 못한 그를 탓해야 할까? 그러나 그는 반박하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 언제까지?

네이버가 납치한 사람 중 지금까지 돌아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미지 속에 가려져 있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안개를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까? 나는 언제가 되어야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습니까? 나의 가족은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습니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 불안은. 하토하라는.

그러니 말하지 않은 그를 탓해야 할까? 그러나 그는 반박하지도 않겠지.

왜 그런 말을 하세요. 무슨 대답을 바라세요.

말한다 한들 달라질 게 있었을까? 설득할 수 있었을까? 만류할 수 있었을까? 또는, 설득될 수 있었을까? 수긍할 수 있었을까?

따라갈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이 따라오길 원했을까?

인간으로서 타인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모두 오롯이 자신의 것이다. 생각은 모두 그의 것이다. 이 모든 생각, 상념, 공상이.

미카도시에서 네이버에게 가까운 이를 잃은 이는 많았지만 모두가 동일한 형태로 상실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상실에 감히 경중을 따질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었다. 상실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이로 인한 목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토하라의 목표는 남동생을 찾는 것이었고, 그는 보더의 원정을 통해 이를 이뤄줄 수 있길 바랐고, 자격을 얻는다면 가능할 줄도 알았다. 종내 실패하고 말았지만. 제외되고 말았지만. 무엇에서 제외되었냐면, 하토하라 미라이에게서 제외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했다면 오늘날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 있을 생각은 없어. 간단하게 용건을 말하지.”

“이 여자를 본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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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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