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응답하라, 비둘기

월드 트리거. 네이버후드에서 아침을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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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온체는 보통의 인간 신체보다 훨씬 더 강한 근력, 지구력 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 조정되며 통증의 정도 역시 조절할 수 있어 그 자체로 전투에 임하기 좋은 또 하나의 ‘무기’였다. 물론 호월이나 스콜피온같이 근접 무기 형태의 공격 트리거를 사용하는 것이 트리온체를 활용한 격투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을 이어 나갈 수 있기에 이러한 신체로 육탄전을 벌이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거의’라는 말은 ‘절대’와 동의가 될 수 없기에 가능성은 ‘결코’ 배제될 수 없었다. 실제로 상대와의 거리를 극히 좁혀 제 간격으로 끌어들인 후 육탄전을 벌이는 전투 방식도 없지는 않았다. 몸 어디에서든 날을 꺼낼 수 있는 스콜피온 사용자가 그 대상이라면 곤란하겠으나 호월 사용자라면 호월을 휘두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제법 괜찮은 전투 방식이 되기도 하였다. 요는 호월을 휘두를 수 없을 만큼 바짝 거리를 붙이는 데 있었다.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는 트리온체 특성상 상대에게 고통을 주어 행위를 제지하고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기에 이 싸움법은 주로 총신이 짧은 총기를 사용하는 건너나 스콜피온 사용자에 의해 실전되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라서 랭크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전법이라는 말을, 눈앞의 남자는 맞은편에 앉은 그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무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또는 무기 없이 맨몸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적이 있다. 어떡할 거냐, 하토하라.

하토하라가 대답한다: 발치를 쏘겠어요.

또한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탄환이 스쳐 지나가도록 쏘아 상대가 경계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래, 그 말대로라면 방법은 찾아내면 얼마든지 있었다. 가장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그에게 그 같은 질문을 한 자는 그에게 저격을 가르친 스승으로, 사람을 쏘기 위해 노력하다 사람을 쏘는 걸 아예 포기한 이후로 전보다 얼굴이 밝아진 제자에게 ‘아직도 가장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것이냐’는 말로 책망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본디 나쁘지 않았던 실력에 눈이 돌아갈 만큼의 집념과 연습이 합쳐지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정교한 저격 실력을 갖추게 된 하토하라였다. 이제는 소속된 부대도 있었다. 스승인 아즈마 하루아키가 일찍이 A급 1위 부대였던 자신의 부대에 속했던 니노미야에게 스나이퍼 영입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하토하라가 ‘합격선’에 이를 만큼 저격 실력을 갖추게 된 이후였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라고도 생각했다.

하토하라가 그 밑에 제자를 둘 정도로 성장한 이후로도 아즈마는 종종 하토하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하토하라는 그 방안이 무엇이든 머리를 굴려, 짜내어 대답하여야만 했다. 지금의 실력으론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그럴 수 있도록. 그래야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야만 그 자신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

그 자신은 지켜낼 수 있었다. 자신의 손에서부터.

타인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이유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그는 제 곁의 이들을 버리고 날아갈 수 있었다. 그 자신이 상처받지만 않는다면 타인을 상처 입히는 데는 거리낌이 없는 모양이지. 그런 사람인 모양이지. 처음부터 자기 자신만 살폈던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라고 정리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자. 어떡할 거냐, 하토하라.

이렇게 매도되어도 좋은가?

너를 몰이해하고, 오독하고, 훼욕해도.

대답할 하토하라가 없기에 질문은 멈춘다. 그에 다시는 질문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도 하토하라는 운이 좋았다. 감히 그렇게 그를 매도하는 이는 그 곁에 없었기에. 배신으로 입은 상처에 묻어나오는 악으로 너의 모든 행동이 악의적이었고 너 또한 악의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에. 다만 어떡할 거냐고 묻는 사람도 그 자리에 없었기에, 하토하라는 무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기 없이 맨몸으로 나선 이 앞에 놓이게 된다. 대답할 하토하라는 있지만 더는 질문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적? 이 말한다. 이제 어떡할 거지, 라고도 묻지 않고 다만 말한다. 하토하라.

“돌아와라.”

남자의 발치에 탕, 하고 아스테로이드가 꽂힌다. 이는 선언이라는 것을 남자도 알리라. 모르지 않으리라. 왜냐면 가장 쉬운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길이므로. 이대로 트리온체를 파괴하여 원정선으로 베일 아웃 시키면 그만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럴 수 있었으면 지금에 이르렀겠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탄환이 스쳐 지나가도 니노미야는 경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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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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