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꼬리 자르기

월드 트리거. 이코마 선공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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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도 역사가 있다. 특히나 서로 경쟁하는 이들의 손에 기술이 쥐어졌을 때 기술의 역사는 ‘꼬리잡기’라는 놀이로 그 발단과 발전 단계가 비유될 수 있었다. 따라잡히면 다시 따라잡기 위해서, 꼬리를 물려 뒤처지면 다시 앞서가는 꼬리를 물기 위해서, 발전하는 기술의 양태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역사를 알아야 했고 그 동력을 알아야 했다. 무엇이 그 기술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고 첨예하게 발전시키며 기술에 잠재된 능력이든 사용자에게 잠재된 능력이든 한계치까지 끌어내 발휘할 수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다듬는지. 실은 단순히 상대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호승심이 단초이고 전부일지라도 역사를 아는 것은 기술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중요했기에 보더 대부분 자신이 쓰는 기술의 역사만큼은 공부하는 편이었다. 기술이 곧 그 팀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이유에 한몫하기도 했다.

어태커 중 호월 사용자가 사용하는 옵션 트리거 ‘선공’, ‘선공호월’은 약 20m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옵션 트리거로, 근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코게츠 사용자가 원거리까지 참격을 날릴 수 있도록 해주는 공격 기술이었다. 근거리 ‘딜러’가 원거리까지 ‘딜’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기술이기에 난도가 제법 되는 이 기술을 보다 더 잘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도 ‘한때는’ 활발히 이루어졌었다. 이는 호월 사용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서 어떤 건너는 선공호월의 사정거리 바로 밖에서 공격하는 방식을 고안하여 선공에 대처했는데, 그 대처에 다시 대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서 한때는 선공을 사용하는 호월 어태커들에게서 입만 열면 야유가 나올 만큼 악명이 높았더랬다. 앞서 기술의 발전은 꼬리잡기처럼 따라잡히면 다시 따라잡기 위해 발전한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멈추는 것 또한 피할 수 없기도 했다. 그래서 선공호월도 ‘사정거리인 20m 밖에서 건너 또는 슈터가 공격하여 제압한다’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정석과도 같은 개념이 어태커들 사이에 퍼지고 굳어졌으며, 선공의 입장에서도 딱히 파훼법이 없어 발전이 멈춘 것이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선공호월의 발전이 멈춘 것이 적어도 그때는 아니었고, 선공이 다른 기술로 가로막혔기 때문도 아니었다. 포화에 이른 줄 안 선공호월을 다시 발전시키며 꼬리잡기 놀이의 꼬리를 기어코 잘라내는 데 성공한 이가 이후 나타났으니, 이, 선공이란 옵션 트리거는 기동시간이 짧을수록 사정거리가 길어진다고 했다.

그럼 이 기동시간을 극도로 짧게 줄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왔네요! 이코마 선공!]

“어라? 뭐야, 멀쩡하잖아?”

이코마 타츠히토, 19세. 보더 제일의 선공 사용자가 등장한 이후 선공호월은 정체되어 그 자리에 멈춰져 있었다. 아무도 그보다 빠를 수 없었고, 아무도 그보다 완벽하게 맞출 수 없었기에.

초속 200m로 잘려 나가는 꼬리를 누가 잡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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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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