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베일 아웃

월드 트리거. The Two Halves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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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아웃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트리온체가 행동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본부로 자동 귀환하도록 하는 이 기술은 보더 전투원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렸고, 동시에 돌이킬 수 없이 처박는 모순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더는 ‘생존’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 그들은 사실상 목숨이 2개라는 점을 이용하여 ‘목숨(트리온체)’을 내버리는 무모하고 대범한 전술을 세우고 또 실행했다. 덕분에 승률은 상승했지만, 베일 아웃이 개발된 이래 승률과, 함께 상승한 생존율은 그들이 ‘적에게서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기에’ 올라간 승률도, 생존율도 아니었다. 그들은 적과 함께 죽어버릴 각오로 적에게 덤벼들지만, 자신이 진짜로 ‘죽어버리진’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모순적인 각오 속에서 그들은 ‘이웃’의 침공을 연달아 막아낼 정도로 강해졌다. 이는 모두 본부가 건재하여 베일 아웃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승전이었다(그럼에도 본부에 직접적으로 가해진 적의 급습으로 오퍼레이터 쪽에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베일 아웃 기능을 사용할 수 없던 C급 대원 쪽에서도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상태에서 베일 아웃이 사라진다면 그들의 강함은 어떻게 될까. 여전히, 강할까? 무모한 전술을 그대로 실행하여 ‘목숨’과 승리를 맞바꿀까?

보더 본부도 이를 전혀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관해 기본적으로 베일 아웃 기능이 배제된 훈련용 트리거를 받는 C급은 전장에서 재빨리 대피하는 훈련을 필수적으로 수료해야만 했고, 기지 밖에서 트리거를 사용하는 일, 다시 말해 전투에 임하는 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베일 아웃이 가능해지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B급부터는 ‘베일 아웃이 불가능한 상황’을 함께 상정하여 전술을 짜는 것이 필수적인 소양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굳어져 버린 기본 전투태세가 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목숨이 2개인 양 전투에 임했고 ‘파괴’되었다. 베일 아웃은 혁신적이지만 이면의 그림자 또한 몹시 짙은 기술이 되었다. 사실 전투원들의 목숨을 2개로 만든 기술은 트리온체 생성이지 베일 아웃이 아니었지만, 긴급 탈출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트리온체가 파괴되는 즉시 그 상태로 무방비하게, 비전투원이 되어 현장에 남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회피했을 그들이기에 베일 아웃이 애꿎게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웠다. 특히 ‘두 동강’ 같은 일이 벌어진 다음엔 더욱 그랬다.

깊이 숙고해야 할 때였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뒤엔 늦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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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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