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내상

월드 트리거. 아프토크라톨전 카자마 부대 이야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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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쉽게 잘려 나가는 팔다리에 헛구역질을 한 훈련생도 한둘은 있을 법하다. 트리온체에 설정된 통각이야 미미하지만, 눈을 통해 곧장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생각보다 많은 훈련생 ‘지망생’이 이 과정에서 탈락하고는 했다. 시험을 경험한 것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보더 훈련생은 해당 과정을 수료하고 통과하여 ‘C’라는 알파벳을 달 자격을 얻은 이들이다. 따라서 이에 관해 언급하는 일이 더는 없다. 그들에게는 이미 지나간 논제이기 때문이다.

본부 소속 A급 3위 부대 카자마 부대는 일전에 아프토크라톨이 미카도 시를 침공했을 때 블랙 트리거를 가진 에네도라와 조우하여 그를 상대로 전투를 벌인 바 있었다. 에네도라가 가진 블랙 트리거는 트리온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특징을 가진 ‘볼보로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트리온을 기체로 변화시킨 뒤 이를 흡입한 트리온체에 내상을 입히는 공격을 펼칠 수 있었고, 그 원리가 밝혀지기 전 카자마 부대의 대장 카자마 소야는 해당 기술에 당해 베일 아웃을 해야만 했다. 그 후 오퍼레이터와 합류한 그의 지시에 따라 남은 부대원들은 전투에서 퇴각했다. 신속한 지시 덕분에 그의 부대에서는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트리온체의 손상은 보통 외상이기에 ‘내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실상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내상이라 할지라도 본래 육신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카자마 소야가 실제로 입은 부상은 없으며 우타가와와 키쿠치하라 역시 이를 인지한 채 현장에서 퇴각했다. 이후 이어진 본부에서의 전투에서는 카멜레온을 사용한 기습 공격으로 적의 숨통을 (어디까지나 비유적으로) 끊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니 그것으로 된 것일까?

잘려 나가는 팔다리에 제법 익숙해졌다고 그 익숙함을 조롱하듯 찾아온 내상은 트리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눈을 통해 곧장 들어오는 시각 정보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일반인의 대여섯 배로 강화된 청각으로 수집한 정보는 쉬이 무시할 것이 되지 못한다. 아직. 분류가 필요한, 생경한 소리가 전달되고 이내 공유되니, ‘수고했다’라는 말로는 달래지지 못하는, 온전하게 온존된 육신을 확인한 후에야 드는 안도감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알면 대장은 역시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내상이든 외상이든 그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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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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