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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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리거. 아즈마 말술 날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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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도시에 위치한 네이버 대항 방위조직 ‘보더’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괴담이나 전설같이 대원들의 입을 타고 내려져 오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몇 가지 있었으니, 흔히들 7대 미스터리니 뭐니 하면서 손가락을 꼽아 세는 대표적인 미스터리에는 보더 내 최초의 스나이퍼란 영광스러운 칭호의 소유자, 아즈마 하루아키의 주량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보더는 전투원들의 평균 나이대가 낮은 편이긴 하나 시간이 흐르며 성인이 되었거나 처음부터 성인으로 입대한 대원도 없진 않았고, 그중엔 음주가 가능한 나이대에 이른 대원들도 몇 명 있었다. 아즈마 하루아키로 말할 것 같으면 4년 전 스물한 살의 나이로 보더에 입대했으니 처음부터 음주 가능 연령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으며, 그보다 나이가 많은 전투원으로는 후유시마 부대의 후유시마 정도가 유일할 정도로 보더 내 연장자의 소임을 수행하고 있었다. 최초의 스나이퍼, 과거 A급 1위 부대를 이끌었던 대장, 영광스러운 칭호와 설명 뒤로 한 가지 칭호를 더할 수 있다면 그와 술잔을 기울여본 사람이면 열이면 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말술’이었다. 앞서 아즈마 하루아키의 주량을 보더 미스터리 중 하나로 올려놓은 이들이 바로 이들로, 이들의 목표는 바로 그 미스터리를 해명하는 것, 즉 아즈마의 주량을 알아내는 것이었으나 무릇 그보다 오래 살아남는 작자가 있어야 주량의 끝장을 볼 수 있을진대 아즈마보다 오래 살아남은 자가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아 미스터리는 여전히 미스터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것을 미스터리로 남겨둘 수는 없었다(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스와 부대의 작전실에 모인 일명 ‘마작조’ 중 한 명인 타치카와가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싶지 않아? 아즈마 씨 주량.”

실은 정말로 알고 싶은 건 주량이 아닌 ‘주정’이겠으나 아즈마가 아직 오지 않은 틈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비밀을 말하듯 말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작정하지 않고선 아즈마의 주정, 아니, 주량을 볼 방법이 없으니 우리 같이 ‘작정’을 하자. 앞서 같은 목적으로 아즈마와 술잔을 부딪쳐 한계에 도전한 전적이 있는―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저보다 ‘어린’ 아즈마의 주량을 감당하지 못해 리타이어를 선언한―후유시마가 흥미로운 눈으로 타치카와를 보며 말을 받았다.

“어쩌려고?”

이어 타치카와의 계획을 들은 스와가 ‘진심이냐?’라고 되물었으나 타치카와는 진심이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이는 데 어떠한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즈마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도착했을 때, 타치카와는 여느 때와 같이 그를 환대하며―물론 그곳은 타치카와의 작전실이 아니라 스와의 작전실이었지만―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와도 후유시마도 마찬가지였기에 의아해하는 아즈마에게 타치카와가 말했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치자, 아즈마 씨.”

“다른 곳?”

“스와 씨네 자취방. 아즈마 씨도 내일 비번이지?”

앞서 그들에게 ‘진심이냐’고 물었던 스와의 동의 여부가 이렇게 드러났다. 아, 궁금하잖아. 아즈마 씨 술주정! 아니, 주량! 스와의 동의는 받은 거냐는 눈으로 저를 보는 아즈마에 스와 또한 씩 웃어 보였다. 가자, 아즈마 씨.

“간만에 마시면서 치자고. 그리고…….”

쏘이는 놈이 마시는 거야. 어때. 아즈마가 오기 전 아예 작정하고 신호를 맞춘, 한 마디로 반칙이란 반칙은 죄다 준비한, 다시 말해 대놓고 작정한 세 사람과 아즈마 사이의 대결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즈마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하하.

“왜 마시는 게 벌칙이지?”

“…….”

아무튼 알겠다고 그 스스로 동의했으므로 어찌 됐든 승부는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불길함을 어깨 위에 가득 얹은 채로.

*

결과야 말할 것도 없었다. 아니, 달라지지 않았다.

탁자에 머리를 박은 스와와 바닥에 드러누운 타치카와와 속이 안 좋다며 화장실로 간 후유시마를 두고 승리주를 쭉 들이킨 아즈마가 잔을 탁자 위에 탁, 하고 내려놓은 뒤 입가를 닦았다. 하하. 하하하. 그렇게 웃는 아즈마의 얼굴도 상당히 벌건 것이 전력을 다한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 끝에 아즈마 또한 적잖게 술을 마셨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들에겐 일발의 차이라 안타깝겠으나 별수 없게도 이번에도 살아남은 것은 아즈마 하루아키 한 사람뿐이었다. 아니, 살아남았나? 잠시 후 웃음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즈마가 비척비척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관으로 걸어간 그는 옷걸이에 걸어뒀던 외투에 팔을 꿰고 구두에는 발을 꿴 뒤 현관문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섰다. 집에 가야지. 가서 마저 레포트 써야지, 응. 스와네 집에서 1차를 달리고 아즈마 본인의 집으로 몰려가 2차를 달렸다는 사실은 잊힌 지 오래였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뻗은 탓에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마를 때리는 찬바람에 술이 깬 아즈마가 다시금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때마침 후유시마가 화장실에서 기어 나왔을 때였다. 어디 갔다 왔어? 그 말에 아즈마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잠깐 요 앞에 산책을 좀. 오밤중에 자기 집 찾아서 2시간이나 산책했다는 사실은 그렇게 아무도 아는 자 없이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미스터리는 언제까지나 미스터리로 남는다. 진실을 아는 자 하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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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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