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Hound

월드 트리거. 랭크전 8 라운드 니노미야전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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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전체를 속이는 도박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그대로 허공으로 뻗어 나가 흩어지는 듯했던 사냥개가 몸을 틀어 자신의 앞으로 돌진한 순간 니노미야는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다. 정면에서 사선으로 쏟아지듯 내리꽂힌 하운드는 니노미야의 트리온체를 너절하게 찢어발기고 바닥까지 일부 부순 뒤에야 힘을 잃었고, 추스릴 틈도 없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가속까지 더해 트리온체의 심장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스콜피온에 결국 트리온체가 먼저 한계를 선언했다.

베일 아웃은 보더 대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핵심 기술이었다. 트리온체가 한계를 맞이하면 그 즉시 육체를 본부의 지정된 구역으로 긴급 탈출시켰고, 자의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긴 하나 전투 중에 베일 아웃을 하는 경우는 보통 트리온체가 유지되지 못할 만큼 파괴되어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였다. 설령 현장에 계속 남아있고 싶다고 해도 보호 장비 하나, 강화된 신체 능력 하나 없이 맨몸으로 전투 현장에 놓인 뒤 일어날 일은 사이드 이펙트 같은 게 없어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기에 어불성설이었다. 본부로 돌아간 뒤 오퍼레이터와 함께 남은 대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매뉴얼이고, 상식이었다. 거기에 본인의 의지가 끼어들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의지의 방향이 행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올바른 방향으로, 정답으로. 가장 좋은 결과가 뒤따르는 곳으로. 그에 끼워맞추지 못하는 의지엔 의미가 없었다. 정확히는 그 의미를 잃고야 말았다.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이는 달라지지 않는 상식이었다.

상식…….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태연히 저질러 놓고 돌아오지 않는 이가 있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말하지 않은 것인지 이유조차 모르게 돌아오지 않는 이가 있었다.

트리온체의 통각은 본인이 파손 사실을 알 수 있게끔 미미한 정도로 설정되는 것이 기본이었다. 딱 그 정도로 둔중한 통증으로 덮이는 육신이었다. 언젠가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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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냥개 2. 따라다니며 괴롭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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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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