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베일 아웃

월드 트리거. 구 아즈마 부대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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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 주의 (자살)

B급 정규 부대 간의 랭크전 또한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기는 하지만, A급 정예 부대 간 이뤄지는 랭크전은 쏟아지는 관심부터가 B급 랭크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편이었다. 높은 주목도 속에서 진행된 A급 랭크전 3라운드, 야간 경기가 종료된 직후, 마지막까지 생존한 타치카와 부대에 생존점 2점이 추가되었지만 최종 점수에선 아즈마 부대가 그보다 1점 더 높았기 때문에 3라운드의 승리는 아즈마 부대에 돌아갔다. 아즈마 부대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베일 아웃 한 대원은 슈터인 니노미야 마사타카였다. 그는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베일 아웃 한 사람이기도 했으며, 니노미야 이전에 베일 아웃 한 사람은 부대의 대장 아즈마 하루아키였다. 니노미야가 그들 중 가장 늦게 작전실로 귀환했을 때, 아즈마는 그들의 경기를 내내 중계했을 해설진의 요약 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리다 니노미야를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니노미야는 이번 라운드에서 꽤 많은 득점을 획득하고 어시스트한 공이 있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사람은 아니기는 하였다.

“수고했다.”

“아즈마 씨.”

그러나 니노미야의 표정은 승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승리가 불만족스럽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아즈마가 베일 아웃 한 순간부터 굳어버린 얼굴은 아즈마가 오퍼레이터인 츠키미 렌 곁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동안에도 계속 풀리지 않은 채였으며, 지금에 와서야 겨우 참아 왔던 균열을 내보이고 있었다. 때마침 해설진의 경기 요약 역시 아즈마가 베일 아웃 하던 순간을 조명하고 있었다. 평소답지 않게 조금 긴장한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이는 아라시야마 쥰이었다. 아라시야마의 입에서 그날 중계를 지켜본 모든 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무섭네요, 아즈마 씨.」

그에 동의하는 말이 곧장 뒤따랐다. 저도요. 솔직히 무섭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그들은 알지 못했으나 생존점을 획득한 타치카와 케이 역시 중계를 들으며 같은 말을 입에 올리고 있었다. ‘무섭네, 아즈마 씨.’ 중계석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가 되도록 한몫한 아즈마에 관한 평가가 계속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그런…… 기지라고 해도 좋을까요. 판단이 옳겠지요. 그 자리에서 내린 판단과 결정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승리를 향한 집념일까요.’

아라시야마가 다소 단호한 말투로 말을 맺었다.

「따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후일 아즈마 부대가 B급 대원들을 이끌고 세 번째 부대를 창설할 때쯤에는 다소 옅어지긴 했으나, 당시의 아즈마에게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지 않고 싶다는 호승심과 승리욕이 다소 강렬했을 때였다. 그랬기에 그 당시엔 그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아즈마도 후일 생각했다. 자신이 조금 과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후일의 일로, 그 이전의 아즈마 즉 당시의 아즈마에게는 닿지 않은 생각이었다. 니노미야와 아즈마 사이의 대치가 이어지자, 먼저 소파에 앉아 중계를 보고 있던 카코 노조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나랑 미와가 이미 한바탕했어. 니노미야.”

“한바탕이라니.”

“한 소리 했다는 뜻이지. 그렇죠, 아즈마 씨?”

하하, 그래. 두 사람에게 많이 혼났지. 어깨를 으쓱한 아즈마 뒤로 카코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와 슈지는 제가 아즈마를 혼낼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뻐끔댔지만, 그 또한 카코와 아즈마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카코의 어깨 아래로 슬슬 기르기 시작한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아즈마는 탁자에 비스듬히 걸쳐 앉은 채 팔짱을 끼고 니노미야를 보았다.

“나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도 들어보마. 니노미야.”

니노미야, 카코, 미와, 츠키미, 그리고 아즈마로 구성된 아즈마 부대는 아즈마가 최초로 대장을 맡은 부대였다. 따라서 당시의 아즈마도 그를 제외한 나머지가 지금보다 어렸던 만큼 똑같이 어렸음을 인지해야 한다. 니노미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점수를 내주지 않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겠죠. 저 역시 더 나은 방법을 떠올리진 못하겠습니다.”

그 말에 미와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지 한 발짝 앞서 나왔지만, 웃으며 그를 제지하는 카코에 의해 다시금 물러서야 했다. 니노미야의 말은 끝까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만 표정은 동의하지 못한다는 표정인데.”

“나쁜 판단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결정이란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대장으로서.”

니노미야와 아즈마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하지 않고 정면에서 부딪혔다. 조금 전 미와와 카코 역시 피하지 않고 맞받아쳤던 시선을, 니노미야도 지지 않고 맞서며 제 의견을 관철했다. 잠시 후 시선을 떨어뜨린 건 아즈마였다. 다수결에 동의하겠다는,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욱 확실하게 말하여 그들을 안심시키는 길을 택했다.

“알겠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마.”

그 말에 눈에 띄게 밝아진 미와의 표정에는 조금 유감스럽게도 아즈마가 그들의 뜻을 이해했기에 내린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결과는 같았으니 상관없을지도 몰랐다. 아즈마의 생각이 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점에 그제야 닿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그가 말하지 않는 한 그들이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두 번 다시 시도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도, 아즈마는 이미 예상하였으나 그들은 아직 알지 못한 탓도 있었다. A급 랭크전은 정예 부대의 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만큼 수뇌부에도 곧장 보고되는 것을 아즈마는 알고 있었다. 곧 규제가, 또는 규칙이 추가될 것이다. 아즈마 본인은 그들의 호출을 받을지도 몰랐다. 이를 모두 고려하여 내린 수긍인 것을 눈치챈 듯 츠키미와 카코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뿐이기도 하였다. 그들이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아즈마는 한 번 제 입으로 뱉은 말을 어기는 일이 없었고, 이를 아는 니노미야의 미간은 그제야 힘이 풀려 펴졌다. 카코가 다가가 가볍게 아즈마를 타박했다.

“교육상 좋지 못했다고요, 아즈마 씨. 저희야 그렇다 치지만 미와를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확실히, 내가 조금 무심했네.”

“아, 아닙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즈마 씨.”

“그럼 이제 승리를 축하해도 될까요?”

츠키미의 말에 분위기는 완전히 풀어졌다. 다음 라운드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는 않더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껏 축하해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간만에 고깃집에서 회식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모두가 제 겉옷을 찾아 챙기기 시작했다.

*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기만 하늘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인위로 설정한 기후는 이렇듯 맑고 쾌청한 하늘을 랭크전 경기장 맵 전체에 요구했고, 강제했으며, 이러한 하늘 아래 머리 위에 둔 것은 백웜의 두건밖에 없는 아즈마는 이윽고 그것마저 벗어 내리며 인공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 눈에 딱 아름다운 하늘을 구현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백웜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위치는 발각되었고, 저를 처리하기 위해 오는 상대 팀 어태커와 건너를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들을 피하고자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그 순간 적 스나이퍼의 사선에 걸릴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어느 부대의 점수가 되느냐, 그뿐일 뿐.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아즈마 부대가 남은 부대를 승점으로 이기는 것 또한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아즈마는 제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한 어태커가 호월로 문을 부수며 등장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기동성을 비교해 봐도 여기서 그의 추적을 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를 아는 그 또한 여유롭게 발을 떼며 아즈마에게 말을 걸었다. 헤에. 아즈마 씨가 베일 아웃 하는 건 이번 랭크전 들어 이게 처음이겠네. 그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등을 보이고 서 있었던 아즈마가 그를 보기 위해 반쯤, 사선으로 몸을 튼 건 아즈마 스스로 인정하는, 조금은 고약한 심보에서였다. 어? 당황한 타치카와의 입에서 다소 얼빠진 소리가 나왔을 때였다. 곧장 호월을 휘둘러 선공을 사용하려 했지만 한 발 늦은 사이였다.

턱 아래에 총구를 댄 아즈마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총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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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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