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스승의 은혜

월드 트리거. 하늘 같아서

비자림 by 비
1
0
0

A급 랭크전 3라운드는 타치카와 케이에게 이른바 종합선물 세트나 다름없었다.

지난 2라운드에서 카타기리 부대를 2점 차이로 꺾고 승자가 된 타치카와 부대가 만난 3라운드 사파전의 상대는 다음과 같았다. 카코 부대, 니노미야 부대, 그리고 미와 부대. 과거 유이가가 타치카와 부대에 합류하기 전, 타치카와는 당시 A급 1위 부대였던 아즈마 부대를 꺾고자 슈터 이즈미 코헤이를 새로이 영입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즈마 부대가 해산되면서 야심 차게 준비한 리벤지는 성사되지 못하고 불발되어야 했다. 당시 아즈마 부대는 부대의 대장이자 스나이퍼인 아즈마 하루아키와 슈터 니노미야 마사타카, 카코 노조미, 올라운더 미와 슈지, 오퍼레이터 츠키미 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늘날 맞붙게 된 세 부대의 대장, 그리고 오퍼레이터였다. 타치카와에게 종합선물 세트나 다름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아즈마 부대 해산 후 니노미야, 카코, 미와는 모두 자기 부대를 만들며 독립했고, 츠키미는 미와 부대의 오퍼레이터가 되었으며, 아즈마는 카타기리 타카아키를 비롯 현 카타기리 부대의 구성원들과 함께 두 번째 아즈마 부대를 구성한 후 A급에 진입하자 목표를 이뤘다는 듯 다시 한번 부대를 해산하여 이들을 독립시켰다(이들은 앞서 언급했듯 카타기리 부대로 재편성되었다). 그리하여 ‘아즈마 부대’란 이름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길 반복하였고, 한번 해산된 부대가 다시 모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타기리 부대처럼 구성원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재편하는 사례는 있어도 그 자리에 아즈마 본인은 합류하지 않았다. 아즈마의 손이 닿은 부대만이 A급에 올라 ‘구’ 아즈마 부대 해산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A급을 유지하며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타치카와 부대 앞에 나타나길 반복했다. 지난날 이루지 못한 리벤지는 앞으로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 기정사실인 듯했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듯 덤벼오는 그들을 꺾어버리는 것은 타치카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어도 저희에게 도전해 오는 도전자들을 맞아주는 것 자체로 그는 즐거워했을 테지만, 더욱 즐거워할 이유를 마다하거나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싸우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다. 재미난 상대와 싸우는 것은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오늘 같은 구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으니, 리벤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유사 리벤지 정도는 가능하리다. 진과도 다시 이렇게 싸울 기회가 생기면 좋을 텐데. 그때는 아직 쿠가 유마가 타마코마 지부에 들어가기 전이었으므로 그 점에 관해선 그저 아쉬워하는 것 외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A급 랭크전 3라운드였다. 2라운드에서 카타기리 부대를 만난 것은 오늘에까지 그 연장선을 늘어뜨린 듯하였다. 요컨대 구 아즈마 부대 특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카타기리 부대에, 카코 부대, 니노미야 부대에 이어서, 미와 부대까지. 아즈마까지 있었으면 딱이었을 듯싶지만 오늘 아즈마는 중계석에 해설자로 앉아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전원이 모인 셈은 되었다. 누군가 손을 쓴 것 같이 재미난 우연이 연속된 결과였고, 덕분에 평소보다 더 많은 대원이 3라운드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지금 어떤 기분이냐고 묻는 또 다른 해설자, 사토리 켄의 질문에 아즈마는 다만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지금의 아즈마 부대도 저 사이에 있었다면 확실히 흥미로운 경기가 되었을 것 같다고. 지금은 오쿠데라, 코아라이, 히토미를 맡아 다시금 B급에 머물고 있는 아즈마였다. 이들도 현재 B급 상위에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아즈마의 지도 아래 오래지 않아 A급 부대로 성장하리라. 그렇게 되면 또다시 부대를 해산시켜 자기 없이도 완성된 부대를 세운 뒤 물러나겠고, 네 번째 아즈마 부대가 생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도 과거 코아라이처럼 아즈마를 붙들고 늘어지고 싶어 하는 대원들의 수가 상당하니 그가 허락하는 한 다시 한번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었다. 아직은 먼일에 불과하긴 했다. 그보단 현재가 더욱 흥미로울 때였다.

이윽고 모든 부대가 맵으로 전송되었다.

그날 타치카와는 최다 승점을 기록했다.

*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슬슬 짜증 난다.”

“누가 쟤 입 좀 다물게 해봐.”

“누가?”

마작 패를 정리하던 이들의 시선이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그곳엔 아즈마가 평소와 다름없는 잔잔한 표정으로 패산을 쌓고 있었다. 시선을 눈치챈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응?

“아즈마 씨, 오늘 랭크전 얘기 다 들었어. 부하들의 원한을 갚아 달라고.”

“원한이라니.”

“쟤 진짜 재수 없어 죽겠다. 한 방 먹여버려.”

“하하…….”

반장전 남 3국. 조금 전 스와의 버림패로, 그것도 하저로어로 화료한 타치카와의 운은 오늘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스와는 질색하며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내던졌고, 가볍게 피한 타치카와는 오늘 단 한 번도 쏘이지 않은 채 연전연승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스와 부대는 오늘 방위 임무 때문에 A급 랭크전 3라운드를 직관하지 못했다. 하지만 복귀하자마자 모를 수 없을 만큼 날아드는 흥분 섞인 소식이었으니, 아직 로그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타치카와가 ‘무쌍’을 찍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소란 속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타치카와는 현재 어태커 1위에 종합 순위도 1위였으므로 그 전투력이야 단연 뛰어났고 그에 새삼 놀랄 일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쌍이란 단어가 나올 정도라니, 이 판만 끝나면 피곤해도 로그는 확인하고 집에 가야겠다 생각하는 스와였다. 대체 얼마나 날아다녔으면 저 낯짝이 평소보다 더 번들번들하고 재수 없는 건지 알고는 집에 가야겠다 싶기 때문이었다. 한편 중계석에서 이를 모두 지켜보고 해설까지 했을 아즈마는 구 대원들의 대패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랑곳하지 않는달까, 물론 그가 그들의 패배를 괜히 제 패배처럼 여기고 마음 쓸 이유는 없었다. 그건 그들의 패배지 아즈마의 패배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눈치챈 건 타치카와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고개를 젖히고 웃던 타치카와가 고개를 쑥 내려 아즈마에게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즈마 씨.

“이번 판, 분명 1등 소원 들어주기였지. 내기 상품.”

“그런데?”

현재 아즈마의 점수는 네 명 중 가장 낮았다. 이번 판의 친 또한 아즈마가 아니었기에 아즈마가 이긴다 한들 연장전으로 가지는 못할 터였다. 그에 반해 1등을 달리고 있는 타치카와의 점수와 아즈마의 점수는 약 12,000점가량 차이. 아즈마가 타치카와를 이기기 위해선 타치카와를 상대로 론을 쏘아 6,000점 이상의 점수를 따거나 다른 이들을 상대로 론, 또는 쯔모로 화료해서 하네만 이상을 완성하는 수밖에 없었다. 씩 웃은 타치카와가 말했다.

“내가 이기면 아즈마 씨에게 개인 랭크전을 하자고 할 거야.”

“…….”

오늘 랭크전, 3라운드, 우연으로 벌어진 일이겠으나 카코, 니노미야, 미와를 모두 제 손으로 베일 아웃 시킨 타치카와였다. 이제 아즈마 혼자만 남았다. 스와와 후유시마는 우와…… 하고 저 녀석 성격 나쁜 것 좀 보라며 손을 내저었지만, 그러면서 눈빛을 교환한 그들도 솔직히, 내심 궁금하긴 하였다. 설마 이런 식으로 우리까지 이 판에 끌어들이려고? 오늘 진짜 머리 좀 쓴 타치카와의 운은 앞서 말했듯 최고조. 어지간하면 이 대국의 승리 역시 타치카와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 협조해서 나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완성한 패산에서 손을 뗀 아즈마가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이기면 내 소원도 네가 들어주도록 해야겠군.”

“…….”

하. 그 말에 오늘, 랭크전을 시작하기 직전처럼 웃어 보인 타치카와가 내밀었던 몸을 물려 자리에 앉았다. 좋아. 해보자고. 친은 후유시마였다. 그가 첫 번째 패를 버리며 마지막 대국이 시작되었다.

*

“론.”

*

“아즈마 씨, 진심이야?”

“그야 진심이지.”

*

“안녕하세요, 아즈마 씨!”

오늘도 기운차게 인사하며 작전실 안으로 들어온 코아라이는 웃으며 맞아주는 아즈마를 보며 메고 온 가방을 작전실 한쪽에 내려놓았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로비가 떠들썩하던데. 아, 그거. 어쩐지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즈마가 웃으며 말했다.

“코아라이, 너도 가보는 게 좋겠다. 오쿠데라는 이미 가 있으니까.”

“무슨 일인데요?”

“가보면 알 거다.”

어리둥절하면서도 거절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코아라이는 냉큼 작전실을 빠져나가 로비로 발을 옮겼다. 아까는 작전실로 바로 가느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로비의 사람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쪽은 모니터를 보며 구경 중인 대원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조금 뜬금없게도 줄을 서서 개인 랭크전 룸에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여, 코알라.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줄 중간에 서 있던 이코마가 그를 발견하여 부르자 코아라이는 그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이코 씨. 이거 뭐 하는 줄이에요?

“타치카와 씨가 점수 나눔하는 줄.”

“예?”

“오늘부터 삼 일간 타치카와 씨 포지션은 스나이퍼로 고정이래요. 거기에 개인 랭크전 거부권 없음.”

그 뒤에 줄을 서 있던 미도리카와가 보충 설명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래서 타치카와에게 점수를 잃었던 어태커, 슈터, 건너 할 것 없이 모두가 리벤지 대기 중. 미도리카와 뒤에 서 있던 스와가 히죽이며 말을 받았다. ‘그럼 내가 이기면 내 소원도 네가 들어주도록 해야겠군.’ 그 말에 지난밤 태세를 전환했던 스와와 후유시마였다. 아즈마 씨와 타치카와의 개인 랭크전? 그야 물론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것이 아즈마의 리벤지였기에, 전선은 순식간에 1:3으로 전환되었다. 물론…… 아즈마는 그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진 않았다. ‘론.’ 아즈마의 포지션은 스나이퍼. 쏘는 것 하나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건너만큼이나.

‘국사무쌍.’

‘어?’

‘십삼면대기.’

‘어어?’

‘십삼면대기는 더블 역만으로 치기로 했지. 그럼 48,000점이네.’

‘어어어?’

‘타치카와.’

벙찐 타치카와를 두고 아즈마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졌어.’

“저쪽에선 삼 일 동안 40,000점에서 어디까지 깎을 수 있을지 내기 중이야.”

그러니 너도 얼른 줄 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오겠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코아라이는 냉큼 줄의 끝을 찾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줄의 끝에서 오쿠데라가 그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