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다음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월드 트리거. 아즈마 부대 이야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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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소재 주의

한때 A급 1위 부대를 이끌었던 아즈마 하루아키의 두 번째 ‘아즈마 부대’가 해산되었을 때, 아즈마를 제 부대로 영입 또는 세 번째 ‘아즈마 부대’의 대원으로 합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수는 적지 않았지만 당연하게도 그들 모두가 ‘아즈마 부대’에 속할 수는 없었다. 아즈마가 과연 세 번째 아즈마 부대를 만들 것인지는 오롯이 아즈마의 의지에 달려 있었으므로 타인은 그 심중을 짐작할 수밖에 없었지만(그러한 사이드 이펙트를 가진 대원은 아직 없었다), 지금껏 그 아래 제자를 여럿 뒀다는 점, 그리고 본인이 후진 양성에 적극적이라는 점이 합쳐져 모두가 사실상 기정사실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이었다. 전투원으로는 어태커 오쿠데라 츠네유키와 코아라이 노보루, 오퍼레이터로는 히토미 마코를 맡아 다시금 B급 아즈마 부대의 대장이 된 아즈마는 서브 트리거를 해금하지 않은 채 메인 트리거 하나―호월만으로 연계하여 전투하는 전법을 그들에게 가르쳤고, 이윽고 그들이 B급 상위 부대로 성장했을 때는 A급 카자마 부대 다음으로 연계 전투를 구사하는 어태커로 성장해 있었다. 곧 고지가, 정예에 속하는 A급 부대가 머지않았을 때였다.

그들이 해산할 때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암암리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즈마 부대가 A급 부대에 합류하게 된다면 오래전에도 그랬고 그전에도 그랬듯이 아즈마 본인이 부대장에서 내려오면서 부대를 해산하게 될 거라고. 그 뒤 아즈마가 네 번째 아즈마 부대를 만들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만들지 않을까? 세 번째 아즈마 부대가 생겼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아즈마 부대에 속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나한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이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제3차 미카도시 대침공에서 아즈마 하루아키는 블랙 트리거를 남기는 길을 택했고, 따라서 ‘당연히도’ 네 번째 아즈마 부대는 창설되지 못했다. 세 번째 아즈마 부대 역시 해산되었다. 오쿠데라와 코아라이가 갈라서지 않는다고 해도 더 이상 ‘아즈마 부대’란 이름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부대는 이제 ‘오쿠데라 부대’ 또는 ‘코아라이 부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중 그 누구도 아즈마 하루아키가 남긴 블랙 트리거의 적합자가 되지 못했으므로. 부대 없이 솔로로 활동하며 더 이상 랭크전에 참가하지 않는 S급이 되진 못하였으므로.

한동안 그들 곁을 지나갈 때면 그들의 황망한 얼굴에 지나가던 이들조차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되었다고들 한다. 언젠가 누군간 둘 중 한 사람이 이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도 말한다. ‘우리가 아직도 부족한가요? 그럼 더 가르쳐 주셨어야 했잖아요.’

아즈마 씨.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같은 스나이퍼 포지션으로서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블랙 트리거를 전달받은 토마가 한 말이었다. 본디 블랙 트리거란 사람을 까다로이 가리기 일쑤지만(풍인은 특이 케이스였다) 스나이퍼, 어태커, 건너, 슈터 할 것 없이 랭킹에 이름 좀 올렸다 싶은 이들 전원이 블랙 트리거 가동에 실패하자 보더 수뇌부는 제법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조건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즈마 씨가 이렇게 까다로운 성격이셨던가? 블랙 트리거와 생전의 성격은 관련이 없음에도 암암리에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아즈마의 블랙 트리거는 적합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쿠데라가 수뇌부를 직접 찾아가 부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가 보관하면 안 될까요?’ 적합자가 나타나면 당연히 양도하겠다.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것 역시 막지 않겠다. 다만 그때가 아닌 빈 시간에는 제가. 제가……. 오쿠데라.

“이건 아즈마가 아니야.”

린도 지부장의 말이었다. 모순되게도 오래전 그는 진의 트리거 풍인을 가리키며 ‘모가미 씨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한 오쿠데라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아요.’ 모를 수가 없었다. 모를 수가 없었지만, 오쿠데라의 부탁 또한 들어줄 수 없었다. 블랙 트리거가 외부로 유출되어 적에게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쿠데라는 아직 이에 맞서 블랙 트리거를 지킬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게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설령 코아라이와 연계하더라도.

생전 상황, 전력, 배치, 서로의 정보를 취합하여 결정을 내리라던 말을 떠올린 오쿠데라는 후퇴를 택했다. 전략적 후퇴였다. 정말로.

과연, 아즈마의 블랙 트리거의 적합자가 밝혀지는 날은 후일에 있으니 이제 막 B급에 올라온 어태커 중 하나였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곧장 S급을 달기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미숙한 아이였고, A급 코아라이 부대가 아이를 영입하는 것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한다. 곧 블랙 트리거에도 새로운 이름이 붙게 되었다. ‘양성’이라고.

그러나 이따금 아이는 선배들의 말실수를 듣곤 한다. 블랙 트리거를 가리키며, ‘아즈마 씨’라는 이름을 부르고 마는 그들의 말실수를.

네 번째 아즈마 부대라는 별칭을 사후의 그가 들었으면 어떤 감상을 가졌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짐작만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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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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