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Raid

월드 트리거. 아즈마 레이드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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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하루아키는 보더 내 전투원 포지션 중 스나이퍼, 저격수란 포지션을 최초로 정립한 사람이었지만, 달리 말하자면 그 역시 처음부터 포지션이 스나이퍼는 아니었다는 뜻과 같았다. 새로운 포지션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은 달리 말해 여타 다른 포지션에서는 메꾸지 못할 한계를 느꼈다는 뜻이니, 포지션 전반에 관한 폭넓은 이해와 분석은 그를 최초의 스나이퍼로 만듦과 동시에 전략가로서 그 이름을 일컫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그는 대장이기도 했다. 미쿠모 오사무가 대장이 다수 섞여 있는 그의 임시 부대, 일명 스와 7번대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설명할 때 언급하듯이, 대장이란 다른 포지션과의 조화로운 연계를 생각하고 구성하고 설계해야 하는 직책이었다(물론, 이코마 부대의 대장 이코마 타츠히토처럼 대장이 지시를 내리지 않는 부대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상황에서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예외에 해당하지 않았으므로 그 자신이 올라운더는 아닐지라도 포지션의 이해에 한해서만은 올라운더에 준할 만큼 정통하며 전황을 분석할 줄 아는 자가 되었고, 백웜을 뒤집어쓴 지금으로선 이전처럼 스스로 전략을 수립하고 대원들로 하여금 이에 따르도록 지시하는 대신 주어진 지시에 순응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지시 대신 지도에 전념했지만, 그만한 지원은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전략가였지만 동시에 무시 못 할 전력이기도 했다. ‘아즈마 씨라면 어떻게든 해내지 않겠냐’라고 기대를 건다면 마땅히 기대에 부응하리다. 그리하여 그는 조금 전 방아쇠를 당겨 사선에 들어온 자의 오른팔을 부서뜨려 없앴다. 단번에 머리를 맞추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움직이는 상대를 상대로 이만하면 나쁘지 않을 성적을 낸 참이었다.

저격수는 존재만으로 적을 압박하는 포지션이었다. 긴 시간 숨을 죽이며 때를 노리다 사선에 든 적의 숨을 끊는 기술은 보더의 랭크전에서야 쉴드로 쉽게 가로막히곤 했지만, 이는 그들이 오퍼레이터의 도움으로 사선과 적의 위치를 예측한 덕분으로 이보다 먼저, 쉴드를 쓸 틈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면 이들의 공격을 막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또한 저격수에게도 오퍼레이터의 지원이 들어오는 건 마찬가지다. 따라서 저격수와 표적의 관계는 표적이 그와 똑같은 저격수가 아닌 이상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사냥꾼과 그를 피해 도망쳐야 하는 사냥감의 관계를 띠기 쉬웠다. 아즈마 하루아키는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라도 뒤를 잡힐 수는 있었다. 그러니 사냥감을 노릴 때는 단번에 숨통을 끊는 것이 중요했다. 동시에 신속히 자리를 이동하는 것도. 뒤를 잡힌 이상 이미 늦은 판단일 순 있었다. 어쩌면.

“아즈마 씨.”

백웜의 두건을 뒤집어쓰고 있던 아즈마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목소리에 대꾸했다.

“니노미야.”

니노미야 마사타카는 오래전 아즈마가 대장으로서 이끈 적 있는, 일명 구 아즈마 부대에 속했던 자로서 현재는 슈터로서 그보다 나은 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확고한 위치를 확보한 강자였다. 그는 개인으로서도 분명 강했지만, 아즈마로부터 전략을 배웠던 만큼 팀으로서의 협력과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자이기도 했다. 스나이퍼는 저격 직후 이로 인해 위치가 발각되었을 때가 가장 위험해지므로 신속히 이동해서 꼬리를 잡히지 않는 것은 적을 저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상식이다. 아즈마 역시 앞의 저격을 성공한 후 자리를 이동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빠르게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니노미야였다. 이윽고 니노미야의 손에서 트리온 큐브가 생성되어 떠올랐다. 정육면체의 큐브는 이내 사각뿔로 갈라져 다른 이들보다 더 잘게 쪼개졌다. 니노미야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트리온 탄환들을 등 뒤에 둔 채로 아즈마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선에 선 아즈마의 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쏘아져 쏟아진 건 아스테로이드였다.

동시에 니노미야 뒤로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분열되었던 트리온이 그대로 쉴드로 전환되어 트리온 탄환들을 막아냈다.

일부 그의 쉴드를 벗어난 탄환들이 니노미야 앞의 아즈마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아즈마의 쉴드에 가로막혀 힘을 잃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금 트리온 입방체를 꺼내든 니노미야가 두 개의 입방체를 결합하여 쏘아 올렸다. ‘호넷이군.’ 니노미야의 호넷은 적을 추적함과 동시에 적의 움직임을 예상한 위치로 유도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아즈마를 옥상에 남겨둔 채로 이동하며 말했다.

“제 점수입니다.”

아즈마도 흔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대범하게도 아즈마 하루아키를 미끼로 삼아 끌어낸 적이었다. 지금은 니노미야 2번대에 속한 대원으로서 대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눈치챘을 땐 분명 스나이퍼라 틈을 보이면 저격해 올 줄 알았는데, 슈터처럼 아스테로이드를 나눠 쏜 것은 기억해 둘 만했다. 정확히 탄환이 날아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순간이지만 그래스호퍼의 네모난 발판이 눈에 얼핏 들어왔다. 그래스호퍼를 사용하는 스나이퍼. 오키 코지는 스와 7번대에 속해 있었다. 그들은 또 어떤 작전을 세운 것일까.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는 것은 불가하지 않았다. 니노미야가 적을 쫓아 따라간 사이 아즈마도 자리를 옮겨 옆 건물 옥상에 내려앉았다. 아즈마 본인은 원정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원정 선발을 간절히 바라는 대원이 그의 부대에 있었다. 물론 그렇든 아니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기에 아즈마는 늘 그랬듯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의 트리온체를 두 개의 날이 갈라 베어버릴 때까지.

“…….”

정면에서 곧장 날아든 백웜은 이윽고 두 자락으로 나뉘어 저희를 돌아보는 아즈마를 맞이했다. 금이 가기 시작한 탓에 빛을 잃은 왼쪽 눈 대신 오른쪽 눈으로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거리를 떨어뜨린 채 저를 보는 두 어태커,

“오쿠데라. 코아라이.”

오쿠데라 츠네유키와 코아라이 노보루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본디 아즈마 부대 소속이었으므로 같은 임시부대에 속할 수 없었다. 그러나 A급 3위, 카자마 부대 다음 가는 연계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두 부대가 손을 잡았다. 앞서 오키가 니노미야의 시선을 확고히 끌어당겨 그를 떨어뜨려 놨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 개의 부대가 합동으로 움직인 셈이었다.

“어지간히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모양이야, 내가.”

자조적으로 웃자 오쿠데라와 코아라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마주 웃으며 화답했다.

“당연하죠. 아즈마 씨니까요.”

“협력하기로 한 모양이지?”

“아즈마 씨를 잡을 때까지만요.”

“이해관계가 일치했어요.”

쩌적, 하고 금이 가는 동시에 상황을 파악한 니노미야에게서 트리온체 통신이 급박하게 전해져 왔으나 유인 전략에 걸린 그는 아즈마를 도우러 갈 수 없었고, 기회도, 시간도 없었다. 조금 전 두 사람의 기습에 두건이 벗겨진 탓에 아즈마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려 흩날렸다. 하하.

“좋은 판단이다.”

이내 쩡, 소리와 함께 트리온체가 완전히 파괴되며 빛기둥이 솟구쳤다.

아즈마 하루아키의 베일 아웃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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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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