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同歸於盡

월드 트리거. 원정선발시험 2차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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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월을 사용하는 어태커 이코마 타츠히토가 사용하는 옵션 트리거 선공은 다른 호월 사용자들이 트리거 홀더에 장착한 선공과 다른 점이 없었으나, 사용자가 이코마 타츠히토라는 이유로 이코마 선공이란 이름이 따로 붙어 있었다. 이 이코마 선공의 사정거리는 최대 40m로 일반적인 선공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공격 범위가 넓었고, 절삭력 역시 무시 못 할 정도라 에스쿠도로도 방어할 수 없는 이 기술에 대응하는 방법은 회피밖에 없었다. 40m 밖에서 공격하면 되지 않느냐? 정석을 말하는 데 어깃장을 놓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트리온체의 뛰어난 기동성은 수십 미터의 거리도 단숨에 줄여버리곤 했기에 이 거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40m 밖’이란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그를 상대하는 자는 끊임없이 위치를 이동하면서 상대를 정확히 조준해야만 했다. 선공을 사용하는 순간에 잠깐의 틈이 있기는 하지만, 준비 자세를 잡기 위해 정지까지 할 필요는 없는 상대를 상대로. 그러므로 그는 한 손 안에 드는 실력자는 되지 못해도 두 손 안엔 반드시 드는 실력자로서, 선공의 제일로서 그 이름을 알렸다. 비록 그를 따라 하는 데 성공한 이가 없어 선공의 교본까지는 되지 못하였지만, 기술에 제 이름을 붙이는 데 성공했으니 무인으로서는 이만한 자랑이 따로 없었다.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저는 평범할 것도.

전장에서 내세울 게 없을 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오른쪽 옆구리에서 왼쪽 어깨로. 사선으로 올려 친 상체는 그대로 베여나가고 그 자리에선 피 대신 트리온이 뿜어져 나왔다. 트리온체니 당연했지만, 트리온이라도 흘리는 것이 처음엔 무척이나 생경하게 느껴졌던 것이 생각났다. 왜냐면 지금껏 그가 싸워온 전장에서는 적에게 공격당해 사로잡힌 말이 무언가를 바닥에 흘리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전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잘 닦아낸 장기판은 언제나 그렇듯 말끔하기만 했다. 그 위에선 어떤 싸움이 벌어지든 피 흘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밖에선 얼마든지 흘릴 수 있는 피였다. 다만 이 싸움에서는 트리온체이기에 피가 아닌 트리온을 전장에 흘릴 뿐. 안개처럼 퍼뜨려, 흐트러뜨릴 뿐.

장기가 있느냐고 물으면 그래도 장기를 제법 둘 줄 안다고 말할 실력이 있었다.

제법 둘 줄 안다고 말할 실력이니 말에 관해선 모르는 것이 하나 없었다.

그것이 설령 당신이란 말일지라도. 모르는 것은 하나 없어서.

내가 아닌 다른 기사의 손에 움직이는 당신이란 말의 움직임은 확실히 익숙하지 않지만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의 선공과도 같은 사람이란 뜻이다. 이 말뜻을 당신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트리온체에 금이 가는 걸 느끼며 손가락을 까딱여 마지막 수를 놓는다. 숨겨둔 아스테로이드가 일시에 발사되어 당신을 꿰뚫어버리고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시험장 밖에서 만나요. 이코 씨.”

그 말에 당신도 웃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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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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