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Draw-and-Fire!

월드 트리거. 유바 생일 축전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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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가드를 했음에도 박살 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탄환에 난사 당한 온몸은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렸음을 말할 필요는 없다. 22m, 선공의 사정거리보다 7m는 더 긴 거리를 눈으로 재는 이는 그만큼 그 비거리에 익숙해진 눈을 갖고 손으로 그를 다루는 데 능숙해진 자뿐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때는 보는 순간의 뒤에 오고 보는 순간 이전에 이미 트리온체는 너덜너덜하게 부서져 있다. 일전보다 늘어난 사정거리였으나 위력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가 연마한 기술이었다. 갈고닦아 완성한 기술의 위력, 위상은 그만큼 사정거리를 늘렸음에도 줄어들지 않은 파괴력에 있었다. 그리고 그 속도. 눈으로 보고 대응하려 하면 이미 늦었다―준비 자세에서부터 다음 동작을 예상하여 반응하여만 했다. 호월 사용자라면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장착하는 옵션 트리거 선공은 기본적으로 초 단위의 시간을 다루기에, 호월 사용자 중엔 대체로 짧은 시간에도 뛰어난 반사신경을 보이는 이가 많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움직임에 들이는 시간을 극도로 짧게 줄이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격에 임하는 자, 하면 보통 떠올리는 포지션은 어태커가 아니었다. 건너였다.

사정거리 안에 들면 이미 늦었다. 그러나 사정거리 밖이라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됐다.

22m. 그렇지만 추격이 시작되는 순간은 그보다 더 이르다.

22m 안에 들 때까지. 22m 안에 드는 순간 결판이 나기에.

풀 어택으로.

강자들을 상대로 몇천, 몇만 번의 승리와 패배를 쌓은 끝에 일궈낸 하이 랭크, 그것을 가능케 한, 가능케 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은 이윽고 그로 하여금 일대일 최강이라 불리게 했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최강은 단 하나의 기술로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었다. 또한 단 하나의 기술이 완성되기 위해선 그 외 모든 것이 쏟아부어져야 했다. 집약된 기술, 집약된 집념. 단 한 순간도 집중을 잃지 않고 방아쇠에 건 손가락을 단번에 당긴다.

쏜다.

쏟아지는 총격에 저항할 자는 많지 않았다. 총격 속에서 마비되는 것은 육신만이 아니고 상실하는 것 역시 육신의 통제권이 전부가 아니다. 쏟아지는 총성이 귀를 가득 메우니 청각이, 섬광이 눈을 찌르니 시각이 그 기능을 정지하고 이내 정신마저,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어 간다. 폭발한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보는 곳은 이곳이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순간에 일어날 것이다.

최전위 공격수(full forward)의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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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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