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Side Life 3

월드 트리거. 기회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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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4. Too Young to Die

코아라이 노보루가 다리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아즈마는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본부에 들어오기 전 트리온체로 신체를 전환했기에 그가 정말로 깁스를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반은 아닐지라도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오쿠데라 츠네유키가 코아라이의 행방을 묻는 아즈마에게 그가 지각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한 탓에, 코아라이의 완전 은닉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트리온체로 전환되어 보이지 않는 코아라이의 ‘진짜’ 왼 다리는 다행히 부러진 건 아니고 살짝 금이 간 정도라 했다. 차와 직접 접촉하긴 했으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빠르게 밟은 덕분에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하니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다 차도로 들어간 것이냐는 질문에는 따지는 기색이 전혀 없었음에도 코아라이는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피했다. 참을성 있게 기다린 끝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연 아이에게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고양이가…… 차에 치일 것 같아서…….”

“구하려고 차도에 뛰어들었다는 거니.”

차도에는 차에 치여 죽은 어미 고양이가 있었다고 했다. 새끼로 보이는 작은 고양이는 피 흘리며 죽어 있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았고, 코아라이는 차가 지나다니지 않을 때 잽싸게 새끼를 꺼내올 생각을 했다. 지극히 위험한 행동에 어른으로서 아이를 꾸중해야 옳겠으나 생명을 살리려 한 선한 동기에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하……. 이에 아이의 행동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서부턴 혼내야 좋을지 그 정도를 가늠하고 있을 때. 오쿠데라가 코아라이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가 빼놓은 말을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오쿠데라는 코아라이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리고 아즈마도 저와 똑같이 생각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리다.

“그 말도 해야지. 너.”

“코아라이가 또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아, 그게 실은, 저. 바보 같은 소리인 줄 알긴 하지만요. 실은 그 순간 제가 트리온체인 줄 착각했어요. 그래서 차에 치이는 것 정도야 괜찮을 줄 알고, 그래서 차도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해요.”

후일 코아라이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표정의 아즈마를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토로했다. 머리를 짚은 손을 뗀 아즈마가 코아라이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대장으로서였다.

“코아라이. 깁스를 풀 때까지 보더에 출입하지 마라. 트리거도 지금 반납하고.”

“아즈마 씨?”

“저희 방위 임무는요?”

“그건 내가 조정해 볼 테니까, 두 번 말하지 않아. 코아라이. 대장 명령이다.”

전투체를 해제하고 나가. 여기서.

“아즈마 씨…….”

울상이 된 코아라이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쿠데라도 아즈마가 이 정도로 화를 낼 줄은 알지 못했는지 단호한 명령에 놀란 기색을 띄웠지만, 코아라이를 변호해선 안 된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인지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전투체를 해제한 코아라이가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가방을 챙겨 다시 일어났다. 때마침 작전실로 들어오던 히토미 마코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만 고개만 꾸벅 숙인 뒤 절뚝이며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아즈마 씨? 무슨 일이에요? 별일 아니야. 내가 내보냈다. 냉랭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분명히 별일이 있었다는 걸 안 히토미가 오쿠데라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오쿠데라도 이 자리에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히토미가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즈마는 이윽고 긴 한숨과 함께 흘러내린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오쿠데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난 잠시 일정표를 조정하러 일어나마. 코아라이에게 몸조리 잘하라고 전해주고.”

“직접 말씀해 주시면 좋아할 텐데요.”

용기 내 말한 오쿠데라에게 조금 지친 미소를 지어 보인 아즈마가 대답했다.

“그래서 안 돼. 아직 반성해야 하니까.”

“그건 그렇네요.”

복도로 나가는 아즈마의 얼굴에서 지친 기색은 사라질 기색이 없었다. 삽시간에 쌓인 피로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그는 봐줄 수 없었고, 좋은 말로 아이를 달랠 수도 없었다. 아이는 다그치기보다는 가르쳐야 함을 알지만, 큰 소리를 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즈마는 최선을 다한 편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트리온 육체와 본래 육체를 착각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코아라이에게 근신을 명령한 아즈마는 자신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잠시 고민에 잠겼지만 정답을 알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성싶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아이가 이 일로 조금이라도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기 전에 멈칫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아즈마의 징계는 효능을 다한 셈이 될 것이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즈마는.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던 천장을 기억했다.

이는 지금과 전혀 상관없는 기억의 환기인 것을 알고 있지만, 모두가 자신과 같을 리 없다는 사실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전혀 상관없는 기억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목숨은 하나뿐이다. 그러나 트리온 전투체를, 여분의 목숨을 손에 넣은 저희는 그 사실을 종종 잊었다. 그래선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일어난 뒤에는 늦는다.

어떤 일은 어떤 식으로든 돌이킬 방법이 없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다시 한번 쓸어 넘겼다. 코아라이가 절뚝이며 걸어간 길을 똑같이 따라가 복도를 통과하는 아즈마다. 그는 적어도 저보다 어린 이들의 이름을 추모비에서 보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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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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