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싫어요 난 코나미 선배도 이렇게 부를 거야

월드 트리거. 토리코나. 너의 이름은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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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에.”

“너……!”

“……선배.”

“늦었어!”

“으앗.”

등을 내려치는 손은 매섭기 그지없다. 하지만 트리온 전투체로 전환하지 않은 지금으로선 맞아도 버틸 만은 하였다. 힘을 주지 않아서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픔은 확실하게 전해져왔으니. 그러니 버틸 만하다는 건 금세 아픔이 가셔서는 아니고, 그에 상응하는 보람이 있어 한 번 더 도전할 만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옳았다. 맞먹으려는 의도는 없었다. 그는 선배고, 연상이고, 정말로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다만 그가 저지른 단 하나의 실수가 카라스마의 장난기를 부추겼을 뿐이었다. 단순히 버릇없는 후배를 향한 분노로 얼굴이 벌게진 게 아니라는 것을, 감추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버릇없는 후배이자, 연하이자, 남자친구에게 숨기는 것을, 실패했기 때문에.

‘비밀이야! 절대 어디 가서 말하지 마! 가만 안 둬!’

실패하면 늘 그랬듯 거짓말로 포장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날, 코나미는 카라스마의 고백을 받아주면서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비밀을 엄수하라는 다짐을 그에게서 몇 번이고 받아냈다. 아무래도 좋았던 카라스마는 그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코나미 앞에 순종적인 양처럼 서 있었지만, 그때가 지나고 나니 괜한 심술이, 사실 그보다는 장난이 치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솟아나는 걸 금치 못했더랬다. 연애는 비밀. 다른 애들 앞에서 티 내는 건 절대 엄금. 하지만 장난까지 금하지는 않았으니까, 라고 생각한 어느 날이었는데..

“……쿄스케.”

“엣.”

“왜, 왜……!”

부르는 것까지 금하지는 않았으니까, 얼마든지 불러도 좋은 이름이니까, 라고 그가 먼저 허락해 줄 줄은 알지 못한 날이었는데.

“……부를 거면 제대로 부르든가! 감히 맞먹으려 들지 말고!”

그 말에 카라스마가 코나미의 양손을 잡아 모았다. 가까이 다가온 얼굴에 코나미의 얼굴이 삽시간에 빨개졌다. 그에 눈도 깜박하지 않고 카라스마가 말했다. 네. 뭐?

“네. 그럴게요.”

“아, 엇? 그렇게 냉큼?”

“그럴게요. 키리에 씨.”

“뭣, 뭐……?”

“키리에 씨.”

으앗, 앗, 아냐, 취소, 취소! 이어서 붉어진 얼굴을 붕붕 저으며 취소를 입에 담는 코나미 키리에였지만, 카라스마는 물러서지 않았다. 싫어요. 뭐? 난 코나미 선배도 이렇게 부를 거야. 야……! 취소는 안 되지. 암, 취소는 안 됐다.

“키리에 씨.”

“그, 그만하라니까!”

그럼 멈추게 하면 될 텐데. 그는 이미 멈추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부끄러움에, 당황스러움에, 쑥스러움에 생각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후배의, 연하의, 남자친구의 장난을 멈출 수 있었다. 키리에 씨. 한 번만 더 불러주면 된다니까요. 쿄스케라고. 하지만 그 입으론 말하지 않을 것이니, 여기서부턴 분명 심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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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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