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카미 군 거짓말도 잘하시네

이코 씨 거짓말도 잘하시네?

월드 트리거. 미즈이코. <미즈카미 군 거짓말도 잘하시네> 외전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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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 카페에선 격월에 한 번씩 사장님의 신작 파르페가 출시되었다. 두 달에 한 번이라고 해도 신메뉴를 구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진대 가게의 자부심을 걸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장님의 기개는 가히 감동적이라, 예고된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기대하며 기다리지 않는 법을 이코마는 도통 익힐 수가 없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알게 된 카페였다. 입학식에 참석할 때만 해도 알지 못한 카페였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난 인생은 그만큼 더 즐거워졌다. 생각해 보면 타지에서 대학까지 진학할 줄 이곳에 오기 전엔 알지 못했지. 앞날을 알 수 없이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렷다. 이곳에 와 사귀게 된 제 친구에게는 또렷이 보인다고들 하지만 아무튼 제게는 보이지 않으니 저는 알 수 없었다. 학창 시절, 스카우트로부터 보더 입대를 권유받아 이곳으로 올 때도 알 수 없었던 인생. 나의 인생.

머리가 좀 더 좋았으면 제 친구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내다볼 수 있었을 인생일까? 학창 시절 이코마 타츠히토는 머리가 좋은 학생으로는 꼽히지 못했고 지금도 썩 다른 평가를 받진 아니했다. 보더에 소속되어 툭하면 오후 수업을 빠지는 게 일상이었으니 특별 전형이 아니었으면 대학 입시도 조금 불안했으리다. 그럼에도 하루하루에 충실히, 즐겁게 살았던 기억이 그 시절에 자리하고 있으니 그만하면 되었다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코마이기도 했다. 탁월하지는 못해도, 매 순간이 수월하진 않았을지라도 즐거웠지 않나. 괜찮았지 않나. 좋아했지 않나.

좋아하지 않았나…….

어느 해의 4월에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열린 문 사이로 앉아 있던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을 보며 이코마는 다만 깨달은 점이 있었으니, ‘거짓말쟁이.’ 뭐,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입 밖으로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왜냐면, 그야, 거짓말 같지 않은가. 지금껏 제가 말해온 것이 있는데. 그가 알고 있는 제가 있는데. 거짓말같이,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래, 그는 좋아했다. 그의 부대를. 그들의 부대를. 농담하지 말고. 그래. 그를.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그가 말한다.

“휴강했어요? 일찍 오셨네요. 이코 씨.”

“혼자 있었어? 미즈카미.”

깨달은 뒤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떨어지는 입이었다. 그러니 제 마음을 들여다보다 깨닫게 된 감정은 정말 거짓말 같았더랬다.

7월의 햇살이 머리 위로 내리쬐는 여름 한낮은 거짓말 같은 4월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날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대 작전실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그를 반겼다. 이내 방 안쪽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대원에 눈이 닿았다.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리라만 어쩐지 목소리를 높이고 싶진 않다는 생각에 단념한 이코마는 바로 그가 앉은 자리를 향해 발을 옮겼다. 가까이 다가가 인기척을 내면 그 역시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았다. 인사를 먼저 건넨 건 그쪽이었다.

“이코 씨.”

“미즈카미.”

사투리가 묻어나오는 말투는 그가 저와 같이 타지방에서 왔음을 짐작하게 하지만 미카도시에서 산 지도 꽤 되었다. 이대로 고등학교 역시 미카도시에서 졸업할 그는 미카도 시립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성적이라면 훨씬 더 상위권의 대학을 노릴 법도 하지만 미즈카미는 그에 관해서 생각이 없는 듯했다. 뭐, 본인이 생각한 바가 따로 있는 것일 테니 이코마가 그에 뭐라 말을 얹을 것은 없었다. 책을 덮고 일어나는 그를 보다 제 손에 하나, 홀더에 4개, 총 다섯 컵의 아이스티를 들어 올려 보았다. 감사합니다.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놔야겠네요. 다들 금방 올 테지만요. 그렇겠지? 얼음이 녹지 않아야 할 텐데. 그 전엔 다들 올 거예요. 아마도.

“아무튼 그래서, 부모님도 허락하셔서요.”

“다행이네.”

미즈카미가 미카도시에서 살게 된 것은 스카우트 이후 고등학교를 이곳으로 진학한 이후였다. 부모님은 그런 곳에서 혼자 괜찮겠냐며 독립해 나가는 당신들의 자녀를 몹시 걱정하셨지만 미즈카미는 개의치 않고 제 뜻대로 밀고 나갔다는 듯했다. 그 말을 하며 흐음, 하고 목을 울린 미즈카미가 턱을 괴었던 손을 내리고 천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다행이라고 할까. 미즈카미는 특별 전형 없이도 그가 원하는 대학 어디든 수월히 붙을 성적을 받고 있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다른 대원들과 같이 진학할 학교로 미카도 시립대학을 택했다. 이유를 묻는 부모님, 친구들에겐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대답했고 말이다. ‘그냥. 거기로 가고 싶어서.’ 익숙함에 안주하기 위하여 발전의 기회를 내다 버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러니 하루하루를 충실히, 좀 더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말릴 이유가 없었다, 이코마에게는. 좋아한다지 않은가. 지나간 4월에 들여다보아 알게 된 감정과 함께.

저를. 그러니 저와.

‘함께 있고 싶어서요.’

미즈카미가 그 말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하여 소리 없이 생각할 뿐 입 밖으론 절대 내지 않은 말을 들으며 이코마는 다만 생각한다. 아, 미즈카미.

‘거짓말 의외로 못하네.’

미즈카미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코마를 포함하여 몇 명 되지 않는 것을, 이코마가 알았을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까지.

미즈카미 또한 그러한 이코마를 눈치채지 못하였으므로 다만 마주쳐오는 눈을 바라보며 방에서 나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나란히 마주 앉아 카페에서 사 온 음료수를 마셨다. 잠시 후 빨대로 공기를 불어 넣어 컵 안에 보글보글 거품을 만들어내자 먹는 것으로 장난 치지 말라는 가벼운 타박이 곧장 돌아왔다. 그래도 그 말에 곧장 미안, 하고 사과하면 잠시 후 ‘심심해요?’라고 제게 묻고는 저를 위해 그 좋은 머리를 아낌없이 굴리는 그를 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만두려나?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무슨 말을 하든 방해가 될 것 같아 이코마는 잠자코 그에 시선을 고정하고 미즈카미를 지켜보았다. 이윽고 시선을 인지한 미즈카미는 그럼에도 제 딴엔 들키지 않은 줄 알고 아무렇지 않은 척할 테지만, 붉어진 귀 끝까지 감추지는 못할 테다. 그것까지 알아채진 못할 것이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다른 세 사람은 언제쯤 올는지 모르겠지만 천천히 와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실없고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 말지만 이런 대장이 바로 그들의 대장이었다. 그들이 이해하고, 좋아하고, 따르는 대장. 또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손에 넣을 것만 같은 온기였다. 그런 온기라서.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4월이라서…….

거짓말에 익숙하거나 능숙하진 못한 그라도 그런 기대는 할 수 있었다.

이코마도, 그 정도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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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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