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에게 미래는 없다

월드 트리거. 하토하라 미라이에게 미래는 없었다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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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하라 미라이에게 미래는 없었다.

보더에서는.

중요 규율 위반 용의자인 그는 트리거를 민간인에게 유출하고 그들과 함께 게이트 건너편으로 밀항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는 기억 봉인 장치를 적용하게 되는 최고 수위의 위반 행위로, 하토하라 미라이는 그 행방이 밝혀지고 신변이 보더에 의해 확보되는 순간 징계를 피할 수 없음이 자명했다. 실상 보더에서 내릴 수 있는 징계란 그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더는 민간 기관이었다. 수사 기관이나 사법 기관이 아닌 그들은 시민을 마음대로 억류할 권리 따위 갖지 않았다. 조직의 기밀을 유출하고 물건을 절도한 행위를 당국에 고발하여 처벌받게 하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억 봉인 장치를 적용하기 까다로워지므로 보더는 양자 중 하나를 택일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히 후자를 택하여 기밀의 누설을 막으려 들리라. 기밀 유출도, 절도도, 밀항도 모두 기억 봉인 하나로 마름하는 것이다. 어느 것이 더 형평성 있는 절차고 정당한 처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것이 그들에게 더 중요하냐만 중요할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하토하라 미라이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보더의 요원들에게 신변이 확보되면 그는 강제로 기억을 봉인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런 뒤 트리거도, 네이버후드도, 모두 잊고 민간인이 되어, 다시 일반 시민이 되어 경계 구역 밖에 풀려날 것이다.

그것이 하토하라에게 결정된 미래였다.

‘미래’가 없는 미래.

두 번 다시 보더와는 관계되지 못하는 미래. 트리거에 접근하지 못하는 미래. 동생을 데리러 가기 위해 원정 선발 시험에 두 번 다시 도전하지 못하는 미래.

네이버후드의 성계는 타국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도록 이루어져 있었다. 설령 네이버후드로 건너갈지라도 그곳이 4년 전 제1차 미카도시 대침공을 일으킨 주범인지, 이후로 계속 발생한 민간인 납치를 저지르는 국가인지는 알 수 없었다. 후일 쿠가 유마와 함께 이곳으로 건너온 트리온 병사 레플리카가 행성 국가의 궤도 배치도를 제공하기 전까지 보더에서 구축한 배치도로는 그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보더조차 그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과연?) 그렇기에 원정이 한 번으로 그치지 못하고 지속해서 이뤄지는 것이기도 한데, 그런데도 하토하라는 단 한 번의 기회에 자신의 미래와 모든 것을 걸었다. 모든 것, 다시 말해 기억을. 하토하라 미라이는 두 번 다시 이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 자명했다. 보더가 그를 철저하게 배제하여 기회 따위 내어주지 않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토하라.

너에겐 어떤 확신이 있었지?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기회를 모조리 희생하여 만든 단 한 번뿐인 기회에, 아니지, 단 한 번뿐인 기회로 스스로 만든 그 기회에, 마치 블랙 트리거와 같이 남은 모든 미래, 기회, 가능성을 모래로 만들어 부숴버릴 만큼의 가치가 있었던가? 대답해라. 아니.

“대답하지 마.”

하토하라 미라이에게 미래를 쥐여주기 위해선 그래야 했다.

바보같이 속아넘어간 우둔한 자여야 ‘참작’을 이끌어낼 수라도 있기 때문이다.

주범이 아닌 협력자. 주범에게 속아넘어간, 어느 의미에서는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는 자. 그러므로 모든 책임을 떠안지 않아도 되는 자. 그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이므로 그 이름을 제명하고 모든 기회를 박탈하고 기억마저 제거하는 것은 재고해달라고 삼가 재청할 수 있게 하는 자. 그런 자가 되어야 했다. 하토하라 미라이는.

그리고 미래에, 하토하라 미라이는 그런 미래를 거부한다.

그렇게 계획된 미래에, 자신을 맡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미래는 하토하라 미라이의 미래가 아니다.

하토하라 미라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하토하라 미라이는.

……니노미야 마사타카의 미래를 거부한다.

하토하라 미라이에겐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 있었다.

사이드 이펙트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누구든 가지는 그 힘을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다시 말해 의지가 있었다. 그것이 그가 가진 미래를 결정하는 힘이었다.

그러나 하토하라 미라이도 알고 있으리라.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래는 혼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물망처럼 얽혀들어 모두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토하라 미라이가 이 사실을 간과했는지는 알지 못하나, 그가 결정한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미래는 니노미야 마사타카의 것이었다. 그로 인해 니노미야 마사타카가 계획한, 니노미야 마사타카가 결정한, 니노미야 마사타카의 미래는 세차게 출렁이고 말았다. 아직 엉킨 그물코가 한가득한데, 다 손보지도 못한 그물망인데.

하토하라 미라이는 그와 이어진 그물을 싣고 출항해 버린다. 먼 미래로.

먼 곳으로.

눈을 뜨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니노미야 마사타카는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이, 만난 모든 이가 모두 꿈속의 것이었음을 알았다. 니노미야 마사타카에게는 사이드 이펙트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이 미래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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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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