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Black hole

월드 트리거. 팬아트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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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아트입니다.

언젠가 바라본 밤하늘엔 별들이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다.

실은 언제인지도 그는 명확히 기억하고 있으나 회상에서조차 언급하기 꺼린 탓에 그날의 밤하늘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시점으로 지칭되곤 하였다. 그러나 기록을 조금만 찾아보면 정확한 날짜를 찾을 수 있는, A급 랭크전이 야간 경기까지 모두 종료된 날 밤. 감상에 빠져도 좋은 날이었긴 하나 옥상에 올라 별을 보자는 제안은 누가 먼저 꺼냈었는지, 명확한 기억에서도 이것만은 조금 흐릿하다. 일전 원정 부대로 선발된 부대는 차례로 A급 1위, 2위, 3위 부대였고, 니노미야 부대는 이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블랙 트리거에 대항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이들을 상대로 저희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한 경기를 펼쳤기에 후회는 없었다. A급 랭크전까지 모두 끝났으니 곧 다음 원정을 위한 선발 시험이 시작될 것이다.

니노미야 부대의 스나이퍼 하토하라 미라이는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겐 일찍이 네이버에게 납치당한 동생이 있었다. 그를 직접 데리러 가기 위해, 찾아내기 위해 성정에도 맞지 않은 총을 들며 저격수의 소임을 수행해 온 그였다. B급 중위까지라면 에이스 위주의, 에이스 중심의 점수 따기 전법이 가능하지만, 상위에 오르는 순간부터 이는 약점으로 지목되어 극히 버거워졌고, A급 랭크전에 이르러선 더는 에이스 혼자 잘해 봤자 점수는 고사하고 생존부터가 힘든 전투가 벌어지기 일쑤다. 그 가운데서도 상위 순위에 오르기 위해선 각자가 1인분을 넘어서는 몫을 해내야 했으니, 생존을 넘어 점수를 얻고 승수를 올리기 위해 하토하라가 기울인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슈터나 스나이퍼는 꼭 본인이 점수를 따야 하는 포지션은 아니긴 하나 득점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쏘지 못하는 하토하라의 득점은 이번에도 0점. 무기를 쏘아 파괴하는 기술이야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나 그 실력으로 사람을 저격했으면 득점할 수 있는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런 약점을 안고도 제 몫을 다한 하토하라의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A급 4위. 결코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순 있으나 실망할 만큼 낮은 순위는 결코 아니다. 부대 엠블럼에 새로 박힌 ‘4’라는 숫자는 그런 의미였다. 그간 기울인 시간의 상징.

5 – 1 = 4

선발 시험도 모두 종료된 후 통보받은 결과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

니노미야는 입대 때부터 보더 최고의 트리온 능력으로 주목받았으며 그 자신의 두뇌도 명석하여 전략을 세우는 데도 모자람이 없었다. 사람을 쏘지 못하는 스나이퍼, 사람을 해하지 못하는 전투원을 데리고도 A급 4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원정은 블랙 트리거에도 대항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이들이 선발되었다. 정확히 무기만을 파괴하여 적을 무장 해제시키는 기술은 잔재주로 폄하될 능력이 절대 아니나, 블랙 트리거는 그 무기 파괴 및 무장 해제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너도 알듯이.

…….

이윽고 그가 중요 규율 위반자가 되어 이 세상을 떠난 날은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구름이 잔뜩 끼어 몹시 흐린 하늘이 낮게 자리한 날이었다. 트리온체로 강화된 시각으론 문제가 없긴 하나 그 외 사람들에겐 추적이 어려울 만큼 어두운 밤. 어려운 밤.

니노미야 부대의 스나이퍼 하토하라 미라이가 손꼽아 기다린 밤.

하토하라의 탈주를 통보받은 니노미야 부대의 ‘남은’ 부대원은 모두 본부의 감사를 받게 되었다. 그의 계획을 알고 있었나? 조력자의 존재도. 아니요. 몰랐습니다. 전혀.

전혀…….

…….

.

그 언젠가 슬픈 날이 왔을 때 함께 웃음 지었던 밤을 떠올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토하라는. 또 언젠가 힘든 날이 지나도 기억할 서로에 자신을 배제하려 했던 듯하다. 그는. 하토하라는.

그러나 행동한 것은 그였다. 배제한 자도. 버린 자도.

.

감사를 마치고 나오니 날은 저물어 사방엔 어둠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그날에도 여전히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 옥상에 올라 별을 보는 이들도 없어지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별은 하나 정도 빠뜨리고 세어도 티가 나지 않지만, 겨우 다섯뿐인 이들에서 빠진 이는 너무나도 선명한 빈자리를 남겨서. 뚝 빠진 이처럼, 영영 돋아나지 않는 구멍을, 아물지 않을 상처를 저 하늘에 남겨서. 영구하게, 영구히 남겨서.

언젠가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결국 언젠가에 남겨져 다시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다시, 다시는.

.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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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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