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잠깐 교수 좀 쏘고 올게

월드 트리거. 아즈마가 어떤 결심을 하는 이야기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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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상위 아즈마 부대의 대장 아즈마 하루아키와 부대원 오쿠데라, 코아라이와의 관계는 사실상 사제 관계에 가까웠으며, 오쿠데라와 코아라이는 방위 임무나 랭크전 같이 보더와 관련된 일이 아니어도, 일상생활에서도 아즈마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 스승과 같이 여기어 존경하고 본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아즈마도 아직은 20대 중반에 불과했다. 대학에 다닌다면 이제 막 졸업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십 년도 되지 않은 새파랗게 어린 청년. 그러므로 아즈마 또한 얼마든지 그 나이대 청년답게 행동할 수 있었다. 자칫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젊은이의 치기, 만용이라며 이해받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렇다 하여 모든 걸 이해받을 수 있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아즈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알아도 뭘 어쩌겠는가. 앞서 말했듯 그는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청년이었다. 그보다 어린 아이들에 비하면 까마득하게 많은 나이일지 모르나 100세 인생의 관점에서 보자면 까마득하게 어렸다. 그러니 그 역시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꿈꾸고, 어리석게도 그것을 실천하려 들 수도 있었다.

“아즈마 씨!”

오쿠데라가 앞서 나가는 아즈마의 허리를 뒤에서 붙잡으며 발을 늦췄다. 코아라이는 필사적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저희를 도울 자를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아니, 말려주세요! 그러다 마침내, 그들을 도울 수 있을 사람이 로비를 지나가던 때, 목청껏 그 이름을 불러 그를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니노미야 씨!”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니노미야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그들 가운데에서 그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아즈마에게로 향한 순간.

“아즈마 씨?”

순식간에 상황을 이해한 자의 낭패 어린 표정이 그 얼굴에 자리하나니 니노미야 자신도 모르게 어린 날의 어린 얼굴이 되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사이 아즈마는 자신을 붙잡는 두 사람을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쿠데라. 코아라이. 방해하지 마. 차갑지는 않지만 온기 또한 느껴지지 않는 대장의 명령에 두 사람은 항명했다. 상황 바꿔서 생각해 봐요. 아즈마 씨라면 방해 안 하게 생겼어요!? 진정해요, 제발! 오쿠데라와 코아라이도 절박했다. 마침내 니노미야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즈마 씨. 그제야 아즈마도 니노미야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 아. 니노미야. 오랜만이구나.

“미안하지만 내가 할 일이 있어서 인사는 나중에 나눠야 할 것 같네.”

“아즈마 씨. 진정하시죠.”

“맞아요! 진정 좀 해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오쿠데라와 코아라이가 다시금 아즈마를 붙잡는 데 성공했고, 니노미야는 아즈마 앞을 가로막고 그가 진정할 때까지 비키지 않겠다는 양 팔짱을 끼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눈싸움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아까 전부터 상황을 지켜보고는 있었으나 차마 끼어들 수는 없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또는 팝콘 씹는 심정으로, 도움이 간절했던 오쿠데라와 코아라이에게는 미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까지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을 보며 할 말도 삼키고 침도 삼켰다. 꿀꺽.

“…….”

먼저 시선을 돌린 건 아즈마였다. 니노미야의 시선이 부담스럽거나 하여 피한 것은 아니고, 제풀에 꺾여 지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바닥으로 고개와 시선을 함께 내리며 깊게 숨을 내쉰 그는 다시 둘을 함께 위로, 니노미야의 눈보다도 높이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부처 소리를 듣는 스즈나리 1부대의 쿠루마 대장만큼은 아니어도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아즈마 또한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잔잔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까불거리는 아이들도, 새침하게 구는 아이들도, 아즈마보다는 한참 어린 이들이었기에 어른 된 자의 마음가짐으로 너그러이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에겐 큰형 위치에 있는 열아홉 살, 스무 살, 스물한 살인 대원들도 아즈마보다 다섯 살은 어렸으니 말을 다 했다.

“진정됐습니까.”

“……그래.”

마침내 평소처럼 돌아온 아즈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한시름 놓은 오쿠데라와 코아라이가 그를 붙잡은 손을 놓았다. 죄송해요, 아즈마 씨. 저희가 버릇없었죠.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아즈마는 그들을 먼저 안심시킨 뒤에야 니노미야에게도 멋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 전 눈싸움에서 무서울 정도로 그를 노려보던 것이 거짓말 같게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즈마였다. 그러나 니노미야는 그에 서운한 감정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더랬다.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 눈을 바라보고는 있지만 실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에 그토록 분노하는 건지. 겪어 봐서 알고 있었다. 니노미야는.

“바쁘지 않으면 커피라도 마시며 잠깐 얘기 나눌까?”

니노미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대답하며 니노미야는, 오쿠데라와 코아라이의 모습에서 과거의 무언가를 연상했지만 그것이 자신을 오래 지배하도록 두지 않았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오래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의. 아즈마 부대 작전실에서의 기억. 작전실이 있는 방향에서부터 아즈마를 붙잡은 채 질질 끌려온 오쿠데라와 코아라이 역시 높은 확률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

“예……?”

그날 아즈마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였더랬다. 그래서 그 입에서 나온 말을 어린 날의 니노미야는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옆에 있던 카코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뭐라고 하셨어요, 아즈마 씨? 되묻는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어려 있었다. 작전실 의자에 앉아 생전 않던 콧노래까지 작게 흥얼거리던 아즈마였다. 좋은 일이라도 있으시냐고 츠키미가 물었을 때였다. 좋은 일이라. 그 뒤 문제의 발언을 한 아즈마가 니노미야와 카코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아즈마 씨!?”

“말했잖아. 잠깐 나가서 교수 좀 쏘고 올게.”

“예!?”

“금방 돌아올 테니 걱정 말고.”

“네!?”

당황한 이들이 그를 붙잡지 못한 사이 그는 작전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미와, 니노미야, 츠키미가 하, 하고 반응한 건 딱 5초가 흘렀을 때였다. 우당탕! 급히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지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누구의 입에서든 나올 수 있는 말이 터져 나왔다.

“잡아!”

“아즈마 씨! 잠깐만요!”

“기다려요! 아즈마 씨!”

아즈마는 벌써 로비에 이르러 있었다. 아즈마를 향해 달려가는 니노미야의 눈에 멀리서부터 그들을 보고 당황하여 멈춰 선 미와가 들어왔다. 하필 또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는 아즈마를 붙잡기엔 거리상 그보다 미와 쪽이 좀 더 가까웠다. 니노미야가 외쳤다.

“슈지! 아즈마 씨를 붙잡아!”

“네, 네?”

“얼른! 미와!”

카코도 동조하여 외쳤다. 허둥지둥하던 미와였지만 일단 아즈마 앞을 가로막고 보았다. 아즈마 씨! 오, 슈지구나. 미안한데 잠깐 나갔다 올게. 어, 어디 가시는데요?

“학교.”

“학교요?”

그러나 단순히 학교라면 뒤쫓아오는 이들이 이토록 사색이 되었을 리 없었다. 그러나 평소와 다름없이, 아니, 평소보다 어쩐지 더 들뜬 듯 미소 짓는, 딱 그 나이대 청년처럼 미소 짓는 아즈마에 미와가 공포를 느낄 무렵이었다.

“잠깐 교수 좀 쏘고 오려고. 그럼 이따 보자, 슈지.”

말이 맺힘과 동시에 모든 상황을 이해한 미와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하얗게 질리며 사색이 되었다. 아뇨, 아즈마 씨.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요, 아즈마 씨.

“아즈마 씨!”

우당탕탕. 와르르, 쾅. 퍽. 아즈마 씨! 진정해요! 쨍그랑. 땡그르르르. 쿠당탕. 쾅.

잠시 후 온갖 소리가 보더 본부 로비를 가득 채웠고,

가득 채울 일이 있었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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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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