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살았는데

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살았는데 1

월드 트리거. 동양풍 세계관 AU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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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같이 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니 친동기간도 아니었으며 피 한 방울 섞이지 아니하였으니 일가친척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한때나마 같은 집에서 산 적이 있고 그때 들은 정이 있어 남들 앞에 저희를 설명할 때의 관계를 오누이로 설정했을 뿐. 그렇게 말하면 또 정 없는 소리 한다며 타박받을지 모르나, 그들 사이가 좋았다고는 또 한마디도 한 적 없음이다. 원인은 아무래도 오라비 쪽에 있었다. 누이는 예부터 성격이 좋았고, 오라비는 뭐, 성정은 나쁘지 않으나 방식이 썩 좋지 못한 편이었다. 오라비와 누이 두 사람 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적에는 사정없이 누이를 골리던 오라비가 윗누이에게 귀가 잡혀 호되게 혼이 난 적도 있었을 정도니 그 성격, 세월이 지났다고 어디 가진 않았을 것이다. 누이는 맞은편에 서 있는 오라비를 오래간만에 마주하며 그런 생각을 한다.

두 사람이 조우한 곳은 궐의 안뜰이었다.

예상한 만남은 아니었다. 상상한 재회도 이와 같지 않았다. 그래, 한 번씩 상상한 적은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는지, 정도의 관심으로. 딱 그만한 관심만 주었을 뿐인데 놀랍게도 그들 사이는 진정 친동기간과 다를 바 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본디 서로를 애달프게 여기며 위하는 오누이는 이 세상에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랬다.

“…….”

“…….”

아마 오라비도 누이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 할 뿐 두 사람 다 서로에게 말을 걸진 아니했다. 서로를 알아보았음이 명확하지만 서로에게 말을 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 테다. 그들은 그들이 뒤따르던 왕의 뒤에서, 참으로 정답게 대화를 나누느라 바쁜 그들의 왕들이 대화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 뒤엔 다시 제 왕을 따라 돌아설 생각이지 회포를 풀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랬는데.

“미즈카미, 인사해. 동생이잖아.”

“테루야도. 오랜만에 만나서 기쁘겠네.”

아, 이럴 때 꼭 눈치 없이 구는 주군이란. 아니, 봐줄 생각 따위 하지 않는 그들이란.

젊은 왕만큼이나 젊은 재상 사이로 침묵이 오가는 듯하지만 앞서 말했듯 성격이 좀 더 나쁜 건 오라비라 했다. 뭐, 그럼……. 하고 운을 뗀 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잘 부탁해. 이번에도.”

그 말에 이 자리에서 돌아가면 당장 저 인간 꿍꿍이를 캐내야겠다는 생각에 불타오른 누이도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잘 부탁한다는 말, 부러 한 것임을 알고 있는 그였다. 잡고 잡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저도요. 잘 부탁드려요.”

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살았는데 제 왕이 될 자를 찾겠다고 떠나더니 실로 그러한 자를 만나 왕으로 옹립한 뒤 화평을 논하는 회장에서 서로를 맞닥뜨렸더랬다. 그들에겐 맞서 싸워야 하는 공통의 적이 있어 화평을 논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으나 오누이 간의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 앞으로 공방을 펼칠 그들 사이를 오가며 전갈을 전해야 할 사신들에겐 이보다 더 ‘골때리는’ 문제가 없을 터였다. 오호통재라, 허나 별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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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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