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살았는데

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살았는데 2

월드 트리거. 옛날 옛적에 한 오누이가……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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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생사는 알 수 없다는 첩보를 전해 받았다. 세필로 적어 내린 세밀한 정황 보고는 읽자마자 외운 뒤 초에 태웠다. 곧 재가 되었다. 시(柿)국으로 들이는 모든 정보가 반드시 재상을 거쳐야지만 왕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상에게 먼저 들어온 정보라면 그의 재량으로 취사선택하여 왕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그리하도록 위임받은 권력이 그에게 있었으니 테루야 후미카는 그 자신이 직접 선별하여 구(駒)국에 심은 첩자의 명단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고, 지시를 기다리며 바닥에 왼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에게 나직히 말했다. 모두 빠져나오라고 하세요. 가능한 한 빨리.

곧 왕과의 대담이 이루어졌지만 분위기는 늘 그랬듯 부드러웠다. 동그란 탁자에 앉아 황송하게도 왕이 손수 따라주는 찻잔을 받은 테루야는 그 향으로 말미암아 궐 안뜰에 심어진 감나무 잎을 물에 넣고 달여 끓인 차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테루야. 카키자키가 토모에의 잔에 마저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난 항상 네 판단을 존중해. 너는 언제나 뛰어나고 현명한 책사니까. 하지만 너는 언제나 내 의견을 구하고 결정에 따랐지. 그래서 알고 싶어. 이번엔 왜 그렇게 촉박하게 지시를 내려야 했는지, 그 이유를.

테루야 또한 그런 왕의 인망을 흠모하며 제 자랑으로 삼아 왔었다. 그랬기에 아무 상의나 보고 없이 제가 즉각적으로 내린 결정에 불만 하나 내비치지 않고 오히려 그리해야만 했던 이유를 진지하게 물어오는 왕에게 그것을 숨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거기에 결정이야 즉각적이었으나 그리 판단한 근거는 부족함 없이 있었으니, 구국의 왕이 궐을 비운 사이 일어난 역란이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생사는 알 수 없다는 구국의 재상. 테루야는 한때 그가 오라비라고 불렀던 이가 이대로 실각하여 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그다음 일어날 일 역시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죽지 않았으니 그는 돌아올 것이다. 그가 돌아오면.

누이는 제 오라비의 성정을 알고 있다. 방식도 겪어 알고 있다. 그 안에 세운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그 기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했다. 거기에 상당히 강압적인 방식을 내세우는지라 그 탓에 누이와 오라비가 다툰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누이와는 맞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속한 곳은 ‘그래도 괜찮은’ 곳일 것이다. 그렇게 누벼도 괜찮은 땅. 설령 그 땅에서 쫓겨난 지금이라도 그 성정이 어디 갈 리는 없으니.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것마저…….

“숙청이 일어날 거예요.”

그 모든 것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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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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