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스나이퍼를 위한 파반느

죽은 스나이퍼를 위한 파반느

월드 트리거. Sniper Who?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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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성, 잔인성, 사망소재 주의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보인 것은 분명 사람의 손이었다.

사람의 손이었다고 한다.

사람의 손을 보았기에 구조대원에겐 그를 구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급히 동료에게 무전을 한 그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 잔해를 함께 들어 올렸고, 그곳에서 의식을 잃은 한 남자를 구조했으니 벌써 사흘 전 일이었다. 사흘 후 경찰과 보더 관계자 앞에 그날 일을 진술한 구조대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더듬거리며 그들에게 질문했다. 맞았나요? 예?

사람이 맞았나요?

…….

경찰과 보더 관계자는 잠시 서로의 눈을 보며 입을 다물었고, 대답은 경찰보다 먼저 입을 연 보더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조사 중입니다. 아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뒤 당연하다시피 요구받은 침묵에 구조대원은 고개를 끄덕이려는 듯 떨어뜨린 뒤 다시 들지 못했다. 그리곤 그 채로 뇌까리기 시작했다.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분명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아니면 뭐죠? 사람이 아니면 그건……. 생각의 연쇄를 끊은 건 보더 관계자보다 먼저 입을 연 경찰이었다. 아직 조사 중입니다.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으나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이윽고 다음과 같은 말로 상황을 끝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흘 전 잔해에서 구조되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던 남자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이름을 묻는 구급대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말함으로써 구급대원이 이를 경찰에게 알리도록 도왔고, 그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명단을 조회한 경찰은 곧 보더에 연락을 넣은 뒤 마찬가지로 병원에 연락해 그를 격리토록 지시했다. 이윽고 붐벼야 할 응급실에 남은 환자라곤 남자 하나. 의사와 간호사, 환자는 모두 대피하고 경찰들은 그를 둘러싼 뒤 앞서 공포탄을 제거한 권총을 그에게로 겨눈 채로 그와 대치 상태를 이룬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는 그들과 대치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나 아무도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고 말을 섞지 않는 현실과 마주하고 만다. 경찰들은 두려움과 혐오로 범벅된 시선을 그에게로 고정할 뿐. 그마저 일부는 회피하며 남자를 보지 않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대치는 보더에서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전원 트리거를 지참하고 전투체로 전환한 그들은 언제든 전투에 돌입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그에게로 다가간 뒤 일정 거리를 남겨두고 멈춰 섰다. 남자를 본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으니 결국 남자가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휴스 크로닌의 출신에 대한 의심을 무마하고자 내 이름으로 소문을 퍼뜨렸죠.”

“……!”

“아마토리 치카가 아이비스로 본부 벽을 날려버렸을 때 나와 사토리, 아라후네가 함께 있었습니다.”

“스나이퍼 트리거를 처음 기동했을 때는…….”

“사와무라와 함께 보더에 입대했을 때…….”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파득 떨리는 어깨들을 무시하고 쉼 없이 입을 움직이다 보면 마침내 가운데 선 남자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나 노력한 끝에, 해명한 끝에 얻은 그것은 다름 아닌.

“……아즈마 대장.”

이름. 그리고 그것은 인정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남자도 그를 이름으로 부름으로써 그를 인정했다. 비록 그에겐 그의 인정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예의로. 그는 언제든 예의 바른 사람이었으므로.

“시노다 씨.”

아즈마 하루아키의 사망이 확인된 지 일주일 만이었다. 다시 말해 그의 시신이 수습된 지 일주일 만에 그는 잔해 속에서 발견되어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

그일까, 과연?

알 수 없었다.

제3차 대규모 침공의 피해 규모는 제1차 대규모 침공을 방불케 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실종되었으며, 이들은 모두 명단이 되어 기록되었으나 경찰은 실종자 명단에서 남자의 이름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것은 남자가 실종자 명단에서조차 누락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을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실종자의 가족이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남자의 이름은 다른 의미로 그곳에 있을 이름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어선 아니 됐다. 다른 곳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이름은 사망자 명단 중에서도 상단에 기재되어 있었다. ‘아’ 단으로 시작했으므로 그러했다.

‘스나이퍼는 발견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그가 오래전 자신의 제자들에게 가르친 스나이퍼의 기본이었다. 자신이 가르친 만큼 기본에 충실히 행동한 아즈마 하루아키는 뛰어난 스나이퍼였으나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스나이퍼까지는 되지 못했다. 세상에는 그를 뛰어넘는 스나이퍼가 많았다. 아군에도, 적군에도. 자신이 발견되었음을 저격을 통해 깨달은 아즈마는 이윽고 전투체가 파괴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본체에 장비하도록 한 무전기를 통해 본부로 무전을 보냈다. 발각됐습니다. 베일 아웃이 불가한 상황에서 적에게 발각된 스나이퍼의 말로를 어렵지 않게 그려낸 아즈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 뒤 무전을 끊었다.

뒷일을 부탁합니다.

아즈마는 그가 마지막으로 무전을 한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고, 눈을 감지 못했으며, 코와 입에선 흘린 피가 채 굳지 않아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트리온 기관을 적출당한 다른 이들과 같이 가슴께가 피로 젖어 있었다. 15시 27분. 사망 확인 시각은 위와 같이 기록되었다. 뒷일을 부탁한다는 7분 전의 마지막 통신은 그대로 그의 유언이 되었다.

“아즈마 씨?”

아, 그를 발견한 건 미와 부대였다고 한다.

“――――――――――!”

직후 요네야는 미와의 목에 팔을 걸어 그를 잡아당겼다.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행동 덕에 그는 미와가 후퇴하는 네이버들을 쫓아 게이트를 넘어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격렬한 반항에 그만 그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요네야는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스나이퍼들에게 소리쳐야만 했다.

“슈지를 쏴! 당장!”

탕!

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복구된 베일 아웃 기능이었다. 본부의 작전실에서 눈을 뜬 미와는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침대 아래로 떨어졌고, 미와의 베일 아웃을 확인하자마자 급하게 넘어온 츠키미는 속을 게워 내는 그와 함께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아.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더랬다.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더랬다.

“어째서?”

트리온 기관의 적출 대상이 되는 이들은 보통 트리온 보유량이 적은 이들로, 대개 이들보다 트리온 보유량이 많은 편에 속하는 보더 전투원들은 그보단 네이버후드로 납치되는 쪽을 좀 더 염려해야 했다. 제2차 대침공 당시 아프토크라톨로 큐브화 되어 납치되었던 C급 훈련생들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러나 아즈마의 예는 이와 달랐다. 그러니 아즈마의 예는 명백히 가리키는 바가 있다고 보아도 좋은 것이었다. 명백히, 보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으면 미와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뒤집어지는 속을 견딜 수도 없었다. 어째서?

“왜?”

그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뭐였지? 기억나지 않는데, 마지막 기억 속 아즈마가 언제나처럼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 낼 수 있던 미와였다. 아, 누나도 그랬다. 당신도 그랬다. 누나도 그랬어. 당신도 그랬어.

누나도 죽었지…….

당신도…….

“…….”

당신도…….

“…….”

그와의 마지막 대화를 기억해 낸 미와는 이내 츠키미의 품 안에서 오열했다. 아. 그는 그렇게 말했더랬다. 그렇게 말하는 입을 멈출 수 없었더랬다.

‘위선자.’

그 말에 화도 내지 않고 웃던 당신.

‘아즈마 씨는 위선자입니다.’

그런 당신.

*

‘하하,’

‘웃음이 나오십니까?’

‘하지만 타마코마가 배신자라면 시노다 파는 위선자가 아니고 뭐겠어.’

*

사흘 전 잔해에서 구조되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남자는 열흘 전 사망이 확인되었던 남자였는데, 그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도 그 자신의 죽음만큼은 기억하지 못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 역시 자신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잔해에 매몰되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아즈마 하루아키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들은 쿠가 유마가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이 문제였다. “거짓말하고 있지 않아.”

그 말을 들은 미와는 생각했다. ‘차라리 시시한 거짓말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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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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