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스나이퍼를 위한 파반느

죽은 스나이퍼를 위한 파반느 2

월드 트리거. Sniper Who?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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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보더 본부 내 구금실로 옮겨진 그것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보더의 엔지니어들은 유능했으므로 그들은 곧 그것이 트리온으로 이루어진 신체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즉, 트리온체였다. 한편 그것은 보더 내부자들 사이에서 ‘그것’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자신을 ‘아즈마 하루아키’로 여기든 어쩌든 그에 맞춰줘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 쿠가 유마의 사이드 이펙트는 거짓 간파였지, 진실 확인이 아니었다. 쿠가의 사이드 이펙트로 알아낸 사실은 ‘그것은 자신을 아즈마 하루아키로 여긴다’ 그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않았다. 시노다와 함께 네이버 또는 트리온 병사일지 모르는 그것을 ‘처리’하러 갔던 보더 전투원들에겐 전원 함구령이 내려졌다. 미와는 그에 포함되지 않았다.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대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처음부터 작전에서 배제되었다. 마찬가지로 오쿠데라와 코아라이, 히토미 등 아즈마 부대의 대원들도 포함되지 않았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그것이 언젠가 ‘아즈마’와 저희가 두었던 대국을 언급한 순간 총구를 들어 올리며 방아쇠를 당길 뻔했던 스와는 입에 문 담배 필터를 질겅질겅 씹다 결국 쓰레기통에 던져넣은 뒤 입을 헹궜다. ‘의태’ 또는 무언가일 트리온 병사, 또는 트리거 사용자를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이들에 포함되었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미와도 그에게서 그것의 존재를 눈치챈 게 아니다.

‘야.’

그들 중 유일하게 불안 요소를 포함한 인선이 있었다. 이즈미가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면 그를 데려갔을 터나, 그러지 못해 대안으로 선택된 사람은 솔직히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대안으로 선택된 만큼 그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따라서 여차하면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르는 그를 제지하라고, 그런 명령을 하달받은 스와 코타로였다. 시노다에게서. 스와는 제게 내려진 명령에 충실히 임했다. 명령이 아니더라도 그랬을 터이긴 했다.

‘정신 차려.’

그리고 그 또한, 그런 그가 있었기 때문에 도리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스와는 그것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를 보며 더욱 자신을 다잡았으니, 야. 정신 차려. 양손으로 라이플을 잡고 그것을 겨누고 있는 탓에 손 대신 발을 써서 그를 툭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반응은 없었으나 듣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니노미야.’

‘…….’

‘저건 아즈마 씨가 아니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라고. 알잖아. 대답은 한참 후에야,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압니다. 저도. 그래? 그 말에 하, 웃으면 좋았겠지만 조금도 웃을 수 없던 스와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즈마는 보더 전투원 중 가장 마지막에 사망한 전투원이었다. 길었던 전투가 끝나 모두가 안심하던 때. 그때 들려온 부고 소식이었다. 발송된 전사 통지서였다.

실제론 직접 들고 댁을 찾아갔으니 발송은 어디까지나 비유였다. 죽음도 비유였다면 좋았으련만. 물벼락을 맞을 줄 알았는데 맞을 틈도 없었다는 말로 그날을 요약하리다.

니노미야와 마찬가지로 타치카와 대신 인선에 포함되었던 시노다의 입에서 아즈마란 이름이 나온 순간 스와는 그간의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은 것 같은 착각에 잠깐이나마 사로잡혔으나 결국 그럴 순 없었다. 그래선 안 됐다. 본부 내 구금실로 옮겨진 그것에게 추가적인 구속은 없었다. 그러든 말든 스와는 이후 단 한 번도 그를 찾지 않았고, 그것을 보지 않았다. 열흘 동안 한숨도 자지 못한 것 같은 얼굴을 한 미와와 마주쳐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간형 네이버는 퇴각했으나 미카도시에는 그대로 남은 트리온 병사 잔당 처리에 모두가 정말 마지막 남은 힘까지 죄다 쥐어짰던 지난 며칠이었다. 열흘이 지난 지금은 얼추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남은 건 사후처리뿐이었을 때였다.

열흘 동안 미와는 근신을 명 받았다. 요네야와 나란히. 요네야 입장에선 억울해해도 이해할 만하나, 정작 요네야는 미와를 이해하며 본체에까지 주먹을 날린 그를 용서했다고 했다. 생각보다 더 속이 깊고 어른스러운 친구를 두었음을 미와도 언젠간 반드시 알아야 하리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미와가 스와를 불렀다. 스와를 멈춰 세웠다.

“스와 씨.”

“어? 어. 미와.”

“그게 사실인가요.”

그 말에 스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미와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 스와는 쉽게 경계를 늦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레짐작하여 먼저 묻지도 않은 사실을 밝힐 만큼 어리숙하지 않았다. 그 덕이었다.

“사흘 전 미카도시에 남은 네이버를 생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입에 담배를 꺼내 무는 스와였으나 불은 붙이지 않았다. 미와가 아직 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버틸 수도 있었지만 말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쩌게. 어쩌긴, 당연히……. 죽이러 갈 테냐?

“…….”

그렇다면 스와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난 몰라.” 사실이었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없었다.

그날 발견된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은 감고 있지 않았지만, 그와 마주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개가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선은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가 있었다. 코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가슴을 꿰뚫린 여파로, 다른 사망자들과 같이 피로 젖어 있는 가슴은 트리온 기관을 적출당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일, 밝혀진 바로, 보고를 받은 키누타는 침음하며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눈을 감았다. 비가시기관이라 하나 검출이 불가한 장기는 아니었다. 그는 못내 말하기 싫다는 투로 수뇌부 회의에 그 사실을 보고했다. 단 한마디로 요약되는 사실을.

가져가지 않았어.

아, 미와는 그날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일까? 무엇을? 악의를?

그러나 확인받고 싶지는 않은 사실이었다. 확인받고 싶지는 않았을 사실이었다. 그날 부대원 요네야에게 행사한 폭력으로 근신 처분을 명 받아 회의 참관을 허락받지 못한 미와는 그들이 회의실 밖으로 나올 때까지 문밖에서 대기했다. 그를 제외하고 회의에 참석한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가장 먼저 문밖으로 나온 사람은 후유시마였다. 그러나 그는 미와를 보지 못한 채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나아갔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2일째 되는 날이었다. 무엇으로부터 2일째 되는 날인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아니, 미와는 알았다. 15시 27분. 사망 확인 시각은 미와 대신 미와 부대의 누군가가 기록하여 전달되었다. 뒷일을 부탁한다는 마지막 통신은 7분 전. 15시 20분, 전투를 마무리하는 대로 아즈마를 찾아 엄호하라는 명령이 미와 부대로 전달되었고, 정확히 2분 후, 대치하던 트리온 병사를 쓰러뜨린 미와 부대가 아즈마를 찾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었다.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누나의 숨이 멎을 때까지 걸린 시간도 그 정도였던가.

5분. 300초. 카운트 다운. 300. 299. 298…….

297…….

*

함구령을 받은 모든 대원이 입을 다문 가운데 정보는 예상외의 길로 미와에게 닿았다. 경로의 시발점은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다. 그는 한 C급 대원의 가족이었고, 그 대원은 후일 기억 봉인 절차를 밟게 되나, 그가 소문을 내거나 하지는 아니했다. 그러기엔 너무나 두려움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족에게서 보더의 기밀 작전을 전해 들은 훈련생은 곧장 그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을 찾아갔고, 붙잡고, 따져 물었다. 그게 정말이에요? 남아 있는 네이버가 있다는 게. 아직,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예요? 아직도? C급 훈련생들에게 가까운 정규 대원이란 그들을 교육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A급 정예 부대 아라시야마 부대였다. 그러나 아라시야마가 부재한 탓에 애꿎게도 훈련생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토리의 양팔을 붙잡은 채 덜덜 떨었고, 그의 손을 붙잡아 떨어뜨려 놓은 건 다름 아닌 키토라였다. 아, 영민한 키토라. 그는 사실의 진위를 제가 아는 것과 상관없이 이 순간 겁에 질린 훈련생에게 딱 잘라 말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그래야만 하는 사실이었으니 별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키토라는 틀리지 않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하지 않은가.

“그럴 리 없어.”

그렇기에 키토라는 지금 당장 훈련생에게 필요한,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 정예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를 안심시킨 뒤 모든 C급에게 내려진 명령대로 그를 귀가시켰다. 복도를 지나던 미와가 그들의 대화를 들은 것은 우연이었다. 키토라에게 다가간 건 훈련생이 돌아간 후. 목격한 건 그 전부터였다. 그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미와 선배.”

“방금 훈련생이 말한 게 무슨 소리야.”

“저도 몰라요. 처음 들었어요.”

그렇지만, 그럴 리 없잖아요. 키토라는 그 말을 ‘아직 남아 있는 네이버가 있을 리 없다’는 뜻으로 입에 담았다. 하지만 미와에게 그 말은 보더가 그것을 ‘살려두었을 리 없다’, 아니, ‘살려두면 안 되지 않은가’ 따위가 되어 귀에 들렸음이다. 그러나 미와가 아는 보더는 그것을 ‘살려두었을 것이다.’ 그런 조직이니까. 캐낼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죽었어야 할 목숨도 이어 붙여 살리는 조직이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이럴 순 없었다. 이래선 안 됐다.

‘그렇다면 어쩌게. 죽이러 갈 테냐?’

죽이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하지만 타마코마가 배신자라면 시노다 파는 위선자가 아니고 뭐겠어.’

‘위선자.’

이미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자신은. 위선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다 살해당할 거라고.

“…….”

아.

“미와?”

아, 나는 무슨 말을 한 건지.

손을 들어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스와의 부름에도 화장실로 달려간 그는 이내 속을 모두 게워 낸 뒤에야 자리에 주저앉을 수 있었다. 사흘이 지났을 때. 그리고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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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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