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Mount

월드 트리거. Who is Your Boss?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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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번도 베일 아웃 된 적이 없다고요. 이제 막 B급으로 올라온 소년을 보며 아즈마가 말했다. 그래. 시노다가 대답했다. 입대 전 치르는 트리온 적성 평가에서부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소년은 이쪽의 말소리가 들릴 리 없는데도 어디서 제가 칭찬받고 있다는 걸 아는지, 당당히 턱 끝을 치켜든 채 자신에게 내린 대기 명령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트리거 기능 확인을 위해 시험 가동한 한 번을 제한다면 말이야. 그 말은 곧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B급 승급 기준인 4,000점을 획득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과연 대단한 루키가 들어왔다고 소문이 날 법했다. 그리고 그런 소년을 굳이 제게 따로 보여주는 이유도, 짐작 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과연 그랬다.

“니노미야 군을 자네 부대에 넣었으면 해.”

“제 부대에 말입니까.”

“나쁘지 않은 인선이지 않나? 잘 키운다면 제대로 된 인재가 될 거야.”

“제가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도 믿으시고요.”

“자네를 믿고 있으니까.”

“저 애는 안 믿으십니까?”

“자네만큼 믿을 수는 없지.”

“과신입니다.”

“겸양은 다 했나?”

“예.”

씩 웃은 시노다가 모니터를 향해 숙였던 허리를 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인사하러 가자고. 따라나서며 아즈마가 물었다. 저 애는 동의했습니까? 의견은 확인했지. 아무래도 좋다던데. 자신이 있으면 어느 부대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 거겠지. 하하, 짧게 흘린 웃음소리가 흩어졌다.

“자만이 되기 전에 꺾어줘야 하겠지만.”

“아니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주는 것도 좋겠지요.”

훈련장에서 혼자 대기하던 소년의 표정에 지루함이 슬슬 서릴 때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시노다에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인사했다. 시노다 본부장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니노미야 군. 여기, 자네 대장이 될 사람을 데리고 왔거든. 서로 인사 나눴으면 좋겠군. 아즈마 하루아키 군이네. 이쪽은 니노미야 마사타카 군. 악수를 나누는 동안에도 소년의 얼굴에는 딱히 감흥이랄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손을 놓은 아즈마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예.”

“로그로 실력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데, 지금 바로 괜찮을까?”

그 말에 보통은 상대의 포지션, 또는 사용하는 트리거를 확인하는 게 우선일 것이나, 이 소년에게는 그런 확인이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러시죠.”

“같은 포지션이 좋겠지요, 시노다 씨.”

“아무래도.”

“슈터이십니까?”

그제야 조금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아즈마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다루는 법은 알지.

.

.

순간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찰나이긴 하지만 의식이 끊어지는 구간이 생기는 것은 트리온 전투체에서 본체로 전환되는 과정과 맞물린 탓에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베일 아웃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단절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크지 않을 정도로 지연을 줄인 것은 엔지니어 팀의 노고가 이뤄낸 성과였다. 작전실, 베일 아웃용 침상에서 눈을 뜬 니노미야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양손에 머그잔을 하나씩 든 아즈마가 방으로 들어와 니노미야에게 잔 하나를 내밀었다. 니노미야가 그것을 받자 물러 벽에 등을 기댄 아즈마는 머그잔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웃으며 다시 한번 인사했다.

“잘 부탁한다. 니노미야.”

잠시 후 니노미야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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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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