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마지막 1점은 득점 3배

월드 트리거. 거짓말쟁이는 나 혼자면 돼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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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아웃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베일 아웃의 기준점은 원정선이었고, 트리온체의 이동 능력을 고려했을 때 반경 3km는 그다지 넓은 범위라고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원정선을 매시간 보더들의 위치에 맞춰 이동시킬 수도 없는 노릇. 베일 아웃의 유용성과 실전성은 몹시 뛰어나나 그렇다고 맹신해도 좋은 기술은 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애당초 맹신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맹신 곧 과신은 과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트리온체가 파괴당하고 머리부터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는 순간 죽음을 직감한 것은 당연했다. 무리에서 멀어져 고립된 상황이었기에 귀환 역시 무리였다. 그 가운데 꾸게 된 꿈은 솔직히 말해 썩 유쾌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어떤 이유에서인지―아마 꿈이라서 그러했을 것이다―알고 있는 방향을 부대원들에게 일러주고 그 길을 따라 동행할 수도 있었다. 무사하셨네요, 미즈카미 선배! 아, 응. 대답하면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꿈인데도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원정선이 시선 끄트머리에 걸린 순간 꿈마저 끝났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체스로 치면 킹을 쓰러뜨릴 차례였고, 마작으로 치면 패를 보이며―구종구패이므로―유국을 선언할 때였다. 장기에서는……. 일평생, 그리 길지도 않은 일생이지만 그중에서도 한때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던 장기에선 어떻게 했더라. 꿈인 게 맞는 것 같았다. 이코마 부대 작전실의 장기판은 사용될 때보다 그저 자리를 차지하며 놀릴 때가 더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기억하지 못하다니. 기억나지 않는다니. 다만 머리를 숙이고 이처럼 말한다면 예를 크게 어기는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졌습니다.

인정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했다. 불복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났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복기일 텐데, 과연 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한 번도 거르지 않도록 배우고 익히고 훈련했다만, 남은 시간 안에 해낼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즈카미는 흔들리는 등 위에서 반쯤 뜬 눈으로 그리 생각했다. 눈썹까지 내려와 굳은 핏덩어리 때문에 시야가 방해받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손을 들어 그걸 닦아낼 정도의 기운은 남아 있지 않아 별수가 없었다. 이코 씨. 다만 부르며 시선을 돌릴 수는 있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는 선에서 눈만 굴려 시선을 옮기자면 자신을 둘러멘 이의 반대쪽 팔이 보이지가 않았다. 각도 탓이 아니라 분명히. 그러나 거기서 흘러나오는 것이 저처럼 피가 아니라 트리온인 것이 다행이었다. 정말로. 어떻게 드신 거예요? 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팔 하나가 없으니 업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트리온체는 일회용이라 복구 기능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언젠가는 베일 아웃처럼 복구 기능이 추가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단지 눈을 감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눈을 감는다고 복기 중에 잠드는 일은 저지르지 않는다. 두 번째 꿈은 아무래도 사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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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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