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비익조

월드 트리거. Fly to the Moon

비자림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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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설에는 비익조라는 새가 있다고 한다. 눈이 하나, 날개가 하나라 반드시 짝을 이뤄야만 날 수 있는 새라고들 한다. 전설 속 새라고는 하나 새는 새인 고로, 이 새도 나는 법을 익히기 전에는, 솜털만 보송보송난 채로 부모새가 지켜주는 둥지에서 먹여주는 먹이만 받아먹으며 살 때는 창공을 향한 갈망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짝을 지어 함께 날갯짓하게 된 이후로는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새의 삶이었다. 그래야 새는 살 수 있다. 날아야만 새는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날지 못하는 날이 오게 되면…….

*

4년 전 제1차 미카도시 대규모 침공 이후 네이버의 존재를 알게 된 미카도시 시민에게 ‘보더’의 등장은 ‘그들의 주장을 모두 신뢰하는 한’ 환영받아 마땅한 일이었는데, 그들이 개발한 유도장치를 이용하여 네이버의 출현 장소를 그들 보더 본부 인근―현재의 경계 구역으로 한정한 후 네이버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보더 철폐론자도 부정하지는 못하는 사실로, 그들 중 일부 즉 미카도시 내에 경계 구역과 보더 본부가 존재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아 지금보다 더 외곽 또는 시외로의 이전을 바라는 이들조차도 유도 장치의 동작 범위에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 후엔 해당 주장을 접고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위치에서 본부를 이전할 시 미카도시 전역의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보더 미디어 대책실에서 발표한 공문에 포함된 내용으로, 그것이 실로 진실인지, 아니면 반발을 누르기 위한 과장과 축소가 섞여 있는지는 오직 그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을 터다. 아무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유도 장치는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고 이를 수치적으로도 증명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감소율을 보였던 것은 다음과 같았다. ‘미카도시 내 실종자 수.’ 이제는 몰래 경계 구역으로 넘어가지 않는 한 경계 지역 외에서 발생하는 네이버에 의한 납치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다만 문제는 ‘이제는’이 되시겠다. 이제는 그렇다. 이전에는 그럼.

하토하라 미라이는 네이버에게 가족이 납치된, 안타깝게도 미카도시에선 그리 드물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동생을 직접 찾기 위해 보더에 입대했다는 동기 역시 보더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은 동기였더랬다. 지금까지 네이버에게 납치된 사람이 돌아온 사례는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았기에 하토하라 미라이 역시 다른 이들처럼 포기하거나 체념하거나 보더를 믿고 기다리는 수를 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손에 직접 총을 들길 택했고, 동생을 데려갔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스스로 뛰어들길 택했다. 마치 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야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래야 날 수 있는 것처럼.

그리하여 새가 떠난 둥지만이 이 자리에 홀로 남았다. 일찍이 그에게 기꺼이 처마를 내어준 이 혼자 마당에 서서 빈 둥지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게 되었을 뿐이었다. 비를 맞으면서, 비가 오니 안으로 들어오라는 남은 이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물끄러미, 다시 돌아올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시선을, 시선을 그에 주었을 뿐이었다. 이내 고개를 돌리고 아예 눈마저 감아버리지만 둥지에 주었던 시선만은 그 자리에 빠짐없이 남은 것을 남자는 알까. 둥지 밑에 떨어진 깃털이라도 하나 남았는지 살펴본 그라면 아무래도 알 것이다. 아무래도.

*

홀로 오롯한 새는 그렇지 않은 새의 짝이 될 수 없었다.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오롯하지 못한 새는 제 곁의 새가 눈 한쪽을 감고, 날개 한쪽을 접은 채 저와 불편한 비행을 함께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정말 그 이유로 자신을 떠난 것이었으면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질까.

좋을까.

*

눈이 하나, 날개 하나 없는 새를 꼬드긴 자가 있다.

혼자선 날지 못하는 새가 그 주제에 둥지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그 길로 제 모습을 감추도록 꼬여낸 자가 있다.

무어라 말했을까? 그는. 아마토리 린지는.

꿈속에 한 남자가 등장하니 그는 사진 속 얼굴로 다만 입을 열고 무어라 말하고 있다. 꿈속에 한 여자도 등장하니 그는 기억 속 얼굴로 다만 입을 닫고 남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목소리는 알지 못해 소리 없는 음성으로 남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비익조는 눈이 하나, 날개가 하나 없을 뿐이지 다리가 없다는 이야기는 없어요. 언뜻 듣기엔 맞는 말로 들리는 듯한 감언에 여자는 망설이다 그 손바닥에 제가 가져온 무언가를 내려놓는다. 남자는 손바닥을 말아쥐어 그것을 감싼 뒤 이내 뒤로 숨긴다. 그리곤 바보 같은 여자를 향해 비어 있는 손을 내민다. 자.

걸읍시다.

하토하라 씨.

니노미야 마사타카는 그런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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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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