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저격이 오지 않는다는 건

월드 트리거. METACOGNITION

비자림 by 비
1
0
0

집을 베도 된다는 뜻이지 않냐고, 이코마 타츠히토 외 다른 사람이 그리 말한다면 그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야유를 들었겠지만, 이코마에게는 ‘할 수 있는’ 행동이었기에 그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말이 되었다. 엄폐물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면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을 내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그것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집을 벨 줄 알고, 집을 벨 각오로 선공의 사정거리를 늘린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어? 되네?’의 느낌으로 성공한 것이지. 그렇지만 된다는 걸 알고 나니 시도하지 않을 이유도 없어, 이코마는 시도했다. 그리하여 그가 처음으로 주택단지를 선공 호월 하나로 쓸어버린 날, 멀찍이서 바라보던 누군가는 말했다. 메테오라라도 쏜 줄 알았어. 지형이 삽시간에 붕괴하였으니 그럴 만도 하였다. 그만한 빛이 눈에 띄진 않았을 테지만. 그 모든 섬광은 찰나에 응축되어 있었다. 가공할 만큼 가는 참격이 가능한 한 멀리 뻗어나갈 때 기존의 곱절로 늘어난 비거리 끝에는 열아홉 살, 청년과 소년의 경계에 선 자의 시선이 오롯하게 걸렸다. 그리고는 정면을 향했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벌어진 틈새까지 시선이 닿은 것은.

거기 뭐가 있어요?

틀이 있어.

뭐가 있다고요?

처음부터 볼 줄 알고 시선을 거기 둔 것은 아니었다. 하다 보니 ‘어? 있네?’라는 느낌으로 알게 된 것이지.

틀…… 렸네. 이거 안 베어진다.

뭘 베려고 한 건데요?

틀.

틀?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어도 이코마 타츠히토 외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말’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말이야, 저격이 안 온다는 건 집을 베도 된다는 뜻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말해도 상관없다는 뜻이지. 상관없다는 걸 알고 나면 보지 않을 이유도 없어서,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온 김에 함께 물었다. 로그에서 이코마 씨는 항상 카메라를 보고 계시던데. 이유가 있는지 묻는 미쿠모 오사무에게 대답하는 이코마의 시선이 미쿠모 오사무를 향하는 동시에 정면에 걸린다. 정면에, 프레임에, 사각 틀에, 카메라는 아니지. 카메라가 아니면요? 프레임. 아니. 프레임도 아니지. 지금은.

활자에. 활자에 시선이 걸린다.

카테고리
#2차창작

댓글 0



추천 포스트